일본이 엔화 가치 하락에 힘입어 31년 연속 세계 최대 채권국의 자리를 지켰다.

29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1년 말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411조1841억엔(약 4069조24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2년 만에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400조엔을 넘어섰다.

2위 독일(315조7207억엔)과의 격차도 100조엔 가까이 벌어졌다. 2020년 일본과 독일의 격차가 34조엔까지 좁혀지자 일부 국제금융 전문가는 2021년 독일의 역전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로써 일본은 31년째 세계 최대 대외 순자산 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했다. 3위는 홍콩(242조7482억엔), 4위는 중국(226조5134억엔)이었다.

일본의 대외 순자산 증가는 엔저(低) 덕분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작년 말 달러당 엔화 가치는 115.12엔으로 1년 동안 10엔 이상 떨어졌다. 엔저로 인한 평가이익은 81조8000억엔에 달했다. 일본은 해외 자산의 70% 이상을 외화로 보유하고 있어 엔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보유금액이 늘어난다.

일본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투자와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이 각각 578조엔, 229조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대외자산이 불어난 요인이었다.

한편 일본은행도 2021년 순자산이 736조2535억엔으로 3% 늘었다고 밝혔다. 2013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취임 이후 자산 규모는 10여 년 새 네 배 증가했다. 금융회사 대출금이 151조5328억엔으로 1년 만에 20.4%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