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느 박' 박찬욱 감독의 네 번째 칸 진출작 '헤어질 결심'이 베일을 벗었다.

24일(현지시각) 오후 6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대극장 뤼미에르에서 '헤어질 결심'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진행됐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 감독은 2004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2009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2016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아가씨'에 이어 이 영화로 한국 감독 가운데 칸 경쟁 부문 최다 초청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는 영화제 초반부터 기대받은 작품으로 프리미어 상영 티켓도 매진됐다. 칸 영화제의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는 지난 1일 차, 2일 차 표지를 '헤어질 결심'으로 장식했으며 많은 팬이 레드카펫에서 감독과 배우를 반겼다.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 박해일은 레드카펫에서 첫 번째 인사를 건넸다. 탕웨이는 우아한 드레스에 볼드한 넥클리스를 매치해 우아함을 뽐냈고 이번 작품으로 처음으로 칸에 온 박해일은 턱시도를 입고 전 세계 취재진 앞에 섰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로 거듭나고 영화 '헌트'를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출품한 배우 겸 감독 이정재도 레드카펫을 찾아 '헤어질 결심'의 경쟁작 진출을 축하했다.

138분 동안 이 작품은 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사망자의 아내 '서래', 그리고 담당 형사 '해준' 사이 미묘한 관계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박 감독은 폭력성 없이 '순한 맛'으로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 작품 독보적인 아우라를 선보여 온 탕웨이는 어떠한 순간에도 꼿꼿하고 침착한 태도를 잃지 않는 '서래'에 완벽하게 녹아들었으며 박해일 또한 특유의 담백한 매력과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상영이 끝난 후 8분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박 감독은 "길고 지루한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줘서 고맙다"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박 감독 곁에서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다.

박 감독은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전 영화에 비하면 자극적인 영화가 아니라 심심하다고 하실 수 있다. 전작들은 잊고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하면 구식인 영화가 될 수 있겠지만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웃기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그동안 로맨스 영화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로코'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이번에 또 하나의 로코를 만드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칸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낭보'가 들리고 있다.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 이후 많은 바이어가 한국 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작품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CJ ENM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헤어질 결심' 역시 많은 나라에 판매됐다"고 귀띔했다. 함께 경쟁 부문에 초청된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전 세계 171개국에 판매를 완료했다.

메가박스와 화인컷은 각각 미드나이트 스크리닝과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된 '헌트'(이정재), '다음 소희'(정주리)를 중심으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