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수 축소 이어 성추문 확산
"여성 얼굴 만진 건 아버지의 인사 방식"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철저 수사해야"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인기가 치솟았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뉴욕 내 양로시설 사망자 수를 고의로 축소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성추행 의혹까지 잇따라 터져서다. 쿠오모는 3일(현지시간)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사과했으나 사퇴 요구에 대해선 일축했다.

민주당 소속인 쿠오모는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을 마친 뒤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의혹은) 고의적인 행동이 아니었다”며 “매우 당황스러우며 진심으로 깊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쿠오모의 전직 보좌관과 비서,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여성 등 3명은 최근 쿠오모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쿠오모는 “당시엔 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고통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쿠오모는 “성희롱 의혹을 공개할 여성의 권리를 전적으로 옹호하지만 누군가를 부적절하게 만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만지는 건 나의 습관적인 인사 방식”이라며 “아버지가 사람들과 인사하는 방식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쿠오모의 부친(마리오 쿠오모) 역시 뉴욕주지사를 3차례 연임한 민주당의 중진 정치인 출신이다.

쿠오모는 “나는 뉴욕 주민들에 의해 선출됐기 때문에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쿠오모는 뉴욕주 내 요양시설 사망자를 고의로 50% 축소 발표해온 혐의로 연방수사국(FBI) 등의 조사를 받고 있다. 쿠오모 측은 숫자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 쟁점화하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적게 발표했다”고 변명해 역풍을 맞기도 했다.

쿠오모 주변에선 사퇴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동지였지만 방역 대책을 놓고 엇박자를 내왔던 같은 민주당 소속의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쿠오모의 성추행 의혹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사실로 드러나면 주지사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쿠오모의 뉴욕 맨해튼 집무실 앞에는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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