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위반 기소 47명 마라톤 보석심리…수백 명 항의 시위
중국 정부 홍콩 책임자 "조슈아 웡·베니 타이·지미 라이 엄히 처벌해야"
"홍콩, 선거제 손보는 동안 민주인사 가둬두려는 것"
홍콩이 범민주진영 인사 47명을 홍콩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가운데, 홍콩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동안 이들을 구금해두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검찰은 전날 열린 이들 47명의 법원 보석심리에서 다음번 심리를 5월 31일까지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기소한 이들에게서 압수한 디지털 기기 400개 중 130개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추가 조사에 시간이 필요해 그때까지 기소된 이들을 구금해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한 조사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콩 공민당 앨런 렁 주석은 SCMP에 "검찰은 기소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해놓고는 이들의 보석에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소된 인사들의 변호인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찬은 "검찰의 심리 연기 요청 배후에는 홍콩 정부가 선거제 개편을 밀어붙이는 동안 47명을 구금해 두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SCMP는 "변호인들은 잘못하면 의뢰인들이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몇 년이고 구금 상태에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전날 오후 4시 시작한 47명에 대한 보석심리는 자정을 넘겨 이날 오전 3시께 중단됐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심리가 10시간 가까이 진행되면서 이날 새벽 최소 1명이 혼절해 병원에 실려 갔으며 3명이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이에 심리가 1시간 가까이 중단됐으며, 법원은 오전 3시께 심리를 중단하고 이날 오전 11시 30분 심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법원 밖에는 수백 명이 모여 홍콩 반중 시위 구호인 "광복홍콩 시대혁명"을 외쳤다.

저항의 상징인 검은색 옷을 입고 온 이들은 온종일 법원 방청을 위해 길게 줄을 섰으며 '모든 정치사범을 석방하라'는 팻말을 들기도 했다.

"홍콩, 선거제 손보는 동안 민주인사 가둬두려는 것"
홍콩 주재 미국·영국·캐나다·독일·네덜란드 영사관 대표와 유럽연합(EU) 대표 등 서방 외교관들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법원에 입장하지는 못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은 경찰이 1일 밤 9시 현재 4명 이상 집합 금지 규정 위반으로 40여 명에 벌금을 부과했고 남성 1명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RTHK는 "경찰이 벌금을 부과하고, 시위 구호를 외치는 것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라고 경고했지만 많은 시위대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친중 잡지 바우히니아는 1일 홍콩 업무를 관장하는 샤바오룽(夏寶龍)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이 이번에 기소된 47명 중 청년 활동가 조슈아 웡(黃之鋒)과 베니 타이(戴耀廷) 전 홍콩대 교수, 앞서 기소된 지미 라이(黎智英) 빈과일보 사주를 "극단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샤 주임은 지난달 22일 "중국에 반하거나 홍콩을 분열시키려는 자는 누구라도 핵심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

애국자만이 맡을 수 있다"고 강조해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 손보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이 홍콩에서 반대파의 정치권 진출을 봉쇄하기 위해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 선거제 전면 개편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콩, 선거제 손보는 동안 민주인사 가둬두려는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