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구리 가격에…덜 쓰고, 다시 쓰고, 더 많이 정제한다 [원자재 포커스]
'닥터코퍼' 구리의 귀환에
재활용 및 구리 대체재 기술 가속화


2년 만에 t당 1만달러를 돌파한 구리의 '대안 찾기'가 한창이다. 구리 공급을 늘리거나 구리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28일(현지시간) "가파른 구리 값 상승을 막기 위해 △구리 재활용 △구리 대체재 △원광석 구리 정제 기법 변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구리의 재활용률을 높이면 구리 가격의 상승 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치솟는 구리 가격에…덜 쓰고, 다시 쓰고, 더 많이 정제한다 [원자재 포커스]
국제구리협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사용된 모든 구리의 30% 이상이 재활용됐다. 구리를 사용한 제품의 수명이 다할수록 재활용업체의 기회는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 등 다른 광물의 가치가 급등함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이 리튬과 구리 등의 동반 회수 기술을 개발해왔다는 분석이다.

레드우드 머터리얼스가 대표적이다. 레드우드는 미국 네바다주 리노 공장에 설치한 재활용 기계 한 대로 1만3000대의 전기차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2028년까지 100개에 이르는 기계를 도입해 가동할 계획이다.

구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 광물을 찾는 것도 구리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블룸버그NEF의 콰시 암포포 금속 부문 책임자는 "구리의 높은 가격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알루미늄과 같은 다른 금속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알루미늄협회는 건축용 전선과 변압기에서 구리를 대체하는 알루미늄 판매가 각각 2%와 30%씩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반면 DMM 자문 그룹에 따르면 대체로 인한 구리 수요 감소는 지난해 약 1.8%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구조를 바꾸면 구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동급 모델인 포드의 F-150 라이트닝보다 구리를 40% 적게 사용한다. 이는 기존의 12V 아키텍처에 비해 구리 케이블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더 높은 전기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48V 아키텍처 덕분에 가능하다. 테슬라는 최근 경쟁사들에 48V 아키텍처 기술을 공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치솟는 구리 가격에…덜 쓰고, 다시 쓰고, 더 많이 정제한다 [원자재 포커스]
마지막으로 원광석에서 구리를 정제하는 방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 통상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술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원광석을 매우 높은 온도로 가열하고 구리 금속을 추출하는 열식 야금법이다. 물속의 화학 물질로 광석을 처리하고 반응의 선택성을 사용해 구리를 추출하는 습식제련법도 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덜 활용된다.

최근 열식 야금 제련법의 정제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스타트업 제티 리소시스는 촉매를 사용해 저급 구리 광석에서 반응성이 낮은 물질을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기존 매장지에서 추출량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광산에서 이미 파낸 수백만 톤의 폐기물에서 구리를 캐낼 수도 있다. BHP 등이 1억달러 이상을 이 기술에 베팅했다.
기술이 확산하면 저급 광석을 사용해 구리 공급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