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최대 50년간의 감세와 고용 혜택 등을 내세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자국으로 끌어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프로그램 HQ’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같은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두바이에 있는 정보기술(IT), 금융, 석유 분야 기업들을 수도 리야드에 유치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에는 구글, 지멘스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지사를 두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내세운 대표적 유인책은 세금 혜택이다. 최대 50년간 세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해 줄 계획이다. 또 사우디로 오는 다국적 기업들은 사우디 국민을 일정 비율로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 각종 규제도 적용받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사우디의 이 같은 정책은 외국인 투자를 강화해 리야드를 중동지역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비전 2030’이라는 대규모 경제 개혁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석유에만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이다. 리야드 북서쪽 사막 한복판에 사우디판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를 조성하는 개발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관광업을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우디는 경제 개혁을 위해서는 중동지역의 무역, 금융, 관광 중심지인 두바이를 넘어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FT는 “두바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좋은 학교와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아직까지 두바이에 있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은 사우디 계획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