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 사우디에 3.3조원 보증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 프로젝트에 3조3000억원 규모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를 보장받는 조건이다.

무보는 7일 사우디 경기부양 프로젝트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원으로 무보는 사우디 재무부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자금을 글로벌 은행들로부터 원활히 빌릴 수 있도록 3조3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대신 사우디는 네옴 스마트 시티,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등 굵직한 경기부양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사우디가 무보의 보증을 담보로 빌려오는 돈은 한국 기업을 위한 공사 대금 결제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네옴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서울 43배 규모의 첨단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500조5000억원에 달한다.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프로젝트는 테마파크 호텔 등을 갖춘 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8조8000억원 규모다. 무보 관계자는 “국내 여러 기업이 이들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번 무보의 보증 지원으로 사우디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가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금융 조달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사우디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며 “사우디 프로젝트에 입찰하는 국내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했다.

무보는 최근 중동 지역에 수출 금융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후방 지원하기 위해서다. 2019년 아부다비 국영 석유기업 애드녹에 3조3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 게 대표적이다.

이인호 사장(사진)은 “이번 금융 지원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에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며 “우량 발주처와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 우리 기업들이 해외 수주를 회복해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