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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하 60도, 사체로 벽 쌓고 버텼다…엘리트 교수의 '미친 짓'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1927년 겨울, 해발 4600m의 티베트고원. 끝없이 펼쳐진 회색 하늘 아래 칼날 같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밤이면 영하 60도까지 기온이 곤두박질치는 이곳. 산소가 희박해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이 ‘죽음의 땅’ 한복판에 기괴한 벽이 세워졌습니다. 그 벽은 벽돌이 아니라, 얼어 죽은 낙타와 야크의 사체로 이뤄져 있었습니다.그 벽 안쪽에는 티베트 원정대의 초라한 텐트가 있었습니다. 여름용 텐트의 얇은 천 너머 스며든 한기는 배낭 속 술병을 얼려서 터뜨렸고, 태엽 시계의 태엽을 망가뜨렸습니다. 원정대원 다섯 명, 동물 90여마리가 이미 추위로 숨을 거둔 상황. 바람을 막기 위해 원정대는 어쩔 수 없이 동물의 사체로 텐트 주위에 방풍벽을 세워야 했습니다. 텐트 안의 사람들은 한데 모여 말없이 떨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이 비극 속에서도 원정대 대장의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습니다. 아침마다 그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눈 덮인 히말라야의 봉우리, 척박한 고원의 빛깔,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이상적인 세계. 그림 속 마치 환상처럼 짙은 파란색과 서늘한 보라색은 극한의 추위와 희박한 공기, 고산지대의 직사광선이 만들어낸 사실적인 색채였습니다.원정대장의 이름은 니콜라스 레리히(1874~1947). 세계적인 화가이자 탐험가, 고고학자. 인기 요가 수련법인 아그니 요가의 창시자이자 미국 부통령이 ‘나의 아버지’라 부르며 따랐고, 훗날 노벨 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요. 코끝 시린 겨울을 맞아, 차가운 공기와 눈을 누구보다도 신비롭고 아름답게 표현한 레리히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화가가 나라를

    2025.12.06 00:10
  • [책마을] 24절기의 순환, 그 틈새에 스민 공예

    공예는 마트 진열대의 공산품도, 박물관 진열장 속 유물도 아닌 중간적 존재다. 생활용품인 동시에 예술작품이라는 점. 공예의 매력은 이 모호함에 있다. 처음에는 사물에 가까웠던 공예 작품은 일상의 손때가 묻으면서 추억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공예 큐레이터이자 미술비평가인 홍지수의 <공예사계>는 입춘부터 대한까지 24절기 흐름에 따라 한국 현대 공예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다.책은 절기마다 어울리는 공예품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에는 도예가 정두섭의 ‘개구리 백자 수반’을 소개한다. 곡우(穀雨)의 주인공은 최기 작가의 ‘굴비 손잡이 목합’이다. 서해에서 조기가 잡히기 시작하는 시기, 나무 도시락에 조기 모양 손잡이를 단 이 작품은 재미있고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제철 밥상을 떠올리게 한다.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에는 금속공예가 서도식의 붉은 감 작품을, 겨울의 시작인 입동(立冬)에는 이미석 작가의 ‘전통 누비 백일옷’을 보여준다. 작품 설명에 우리 전통과 먹거리 이야기가 곁들여져 읽는 맛을 더한다.성수영 기자

    2025.12.05 16:30
  • 서울 미술관 점령한 인상주의 명작…당신의 선택은

    ‘뭘 봐야 하나.’ 국내 미술 애호가들이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주요 미술관 세 곳에서 굵직한 인상주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어서다. 인상주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미술 사조로 꼽힌다.세 전시 모두 해외 유수 미술관의 주요 작품을 가져온 대형 기획전. 이처럼 수준 높은 대규모 인상주의 전시 기획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소녀들’ 세 점 중 두 점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예술의전당에 동시에 나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세 전시를 모두 보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각 전시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 분석했다.중후한 명작의 향연, 세종문화회관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제목은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다. 제목 그대로 현대미술 이전의 서양미술사 전체를 조망한다.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 소장품 65점이 왔다.샌디에이고미술관의 강점은 스페인 미술 컬렉션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엘 그레코의 걸작 ‘참회하는 성 베드로’를 비롯해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등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탁월한 스페인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도 한 점 나왔다. 현존하는 보스의 작품은 20여 점에 불과하다.작품 하나하나 수준이 높다. 클로드 모네의 ‘샤이의 건초더미들’,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양치기 소녀’, 호아킨 소로야의 ‘라 그란하의 마리아’ 등 여러 대가의 수작이 다수 나왔다. 샌디에이고미술관

    2025.12.04 16:51
  • "이게 진짜 가능해?"…확대했다가 소름 돋은 '반전 정체'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많은 이들이 현대미술을 어렵고 부담스럽게 생각합니다. ‘설명’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설명이 앞서기 시작하면, 그림을 보는 일이 마치 시험을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잖아도 힘들고 바쁜데 미술까지 공부해야 하나.’ ‘잘 모르겠는데, 이게 왜 비싸지?’ 이런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그렇다고 미술이 무조건 ‘예쁘고 잘 그린 것’만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쁘고 사실적인 이미지는 이미 차고 넘칩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명작 풍경화보다 더 사실적인 사진을 찍는 세상입니다. 게다가 AI는 몇 초 만에 그럴듯한 그림을 뽑아냅니다. ‘닮게 그리기’만으로는 미술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그런데도 어떤 그림은 여전히 우리를 붙잡습니다. 화면 속 빛의 온도, 공기의 습기,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말로 설명하기 전에 몸이 먼저 알아채는 감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북유럽 화가 세 사람은 바로 그런 식으로 그림의 힘을 보여줍니다.이 화가들은 미술사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하지만 눈앞의 순간을 오래 바라보고 끝까지 ‘완성’해낸 사람들이지요. 사진보다 더 사진 같아 보이면서도, 사진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손의 흔적이 이들의 그림에 남아 있습니다. 춥고 긴 북유럽의 겨울, 그곳의 빛과 공기를 캔버스에 붙잡아 둔 세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진에 없는 손맛, 묀스테드우리는 멋진 풍경을 마주할 때 “그림 같다”고 감탄합니다. 그런데 정말 잘 그린 그림을 볼 때는 “사진 같다”고 칭찬합니다. 재미있는 아이러니입니다. 페

    2025.11.28 23:52
  • [책마을] 현대미술은 실제로 재미가 없다

    현대미술 작품 중에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억지로 공부해서 머리로 알게 돼도 허무함이 남곤 한다. ‘그래서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라는 생각마저 든다.박원재 전 원앤제이갤러리 대표는 신간 <예술은 죽었다>에서 그 이유를 “예술이 일상과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과거의 예술은 동굴 벽화나 피렌체 거리의 조각처럼 삶 그 자체였지만, 지금은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자 투자 상품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미술시장에서 수천억원이 오가는데도 대중이 현대미술을 ‘딴세상 이야기’로 느끼는 이유다. 저자는 현학적인 주제보다는 일상과 맞닿은 작품, 천편일률적인 관람 방식이 아니라 오감을 깨우는 체험형 전시를 통해 예술을 다시 삶의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고 제언한다.저자는 20년간 갤러리를 운영하며 아시아 최초 아트바젤 발루아즈상 작가를 배출한 기획자. 현장 경험이 녹아 있어 생생하게 읽힌다.성수영 기자

    2025.11.28 17:21
  • 모두가 놀란 '파격 승진' 이후…한 40대가 맞은 시련

    “오늘 진실로 죽음을 각오하오니, 하늘에 바라옵건대 반드시 이 적을 섬멸하게 하여 주소서.”1598년 11월 19일 노량 앞바다. 충무공 이순신은 도주하는 왜군을 쫓았다. 기나긴 전쟁이 끝날 참이었다. 갑자기 날아온 탄환이 그의 몸을 뚫었다. “지금 싸움이 급하구나. 부디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마라.” 유언에 따라 북소리는 계속 울렸다. 왜군이 궤멸하며 전쟁이 끝났다. 그리고 이순신은 한민족의 성웅(聖雄)이 됐다. 그 신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하지만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8일 개막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에는 신화 뒤의 얼굴이 있다. 일하고 아파하고 늙어가는 인간 이순신이다. 국보 15점, 보물 43점 등 총 369점의 유물이 그 증거다. 이순신 전시로 역대 최대 규모, 서울에서 이순신 종가의 유물 20건 34점 전체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떤다”문신(文臣) 집안에서 태어난 이순신은 붓 대신 활을 들었다. 무과에 급제했지만 청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좌천됐고, 함경도 변방에서 여진족과 싸우다 패전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백의종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강직함과 유능함은 이미 조정에 알려져 있었다.전쟁의 기운이 감돌자 조정은 이순신을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파격 임명했다. 2년 만에 종6품에서 정3품으로의 10단계 초고속 승진. 전시는 1591년 2월, 만약의 사태를 준비하던 이순신의 기록으로 시작한다. 초입의 ‘조선방역(方域)지도’(국보)에 표시된 8도의 주현(州縣)과 수군 진영은 그가 목숨 걸고 지킬 나라의 생명줄이었다.이순신은 배를 짓고 포를 쐈다. 전시실에는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

    2025.11.27 16:47
  • 아파하고 늙어가던...인간 이순신, '우리들의 이순신'

    “오늘 진실로 죽음을 각오하오니, 하늘에 바라옵건대 반드시 이 적을 섬멸하게 하여 주소서.”1598년 11월 19일 노량 앞바다. 충무공 이순신은 도주하는 왜군을 쫓았다. 기나긴 전쟁이 끝날 참이었다. 갑자기 날아온 탄환이 그의 몸을 뚫었다. “지금 싸움이 급하구나. 부디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마라.” 유언에 따라 북소리는 계속 울렸다. 왜군이 궤멸하며 전쟁이 끝났다. 그리고 이순신은 한민족의 성웅(聖雄)이 됐다. 그 신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하지만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8일 개막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에는 신화 뒤의 얼굴이 있다. 일하고 아파하고 늙어가는 인간 이순신이다. 국보 15점, 보물 43점 등 총 369점의 유물이 그 증거다. 이순신 전시로 역대 최대 규모, 서울에서 이순신 종가의 유물 20건 34점 전체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떤다”문신(文臣) 집안에서 태어난 이순신은 붓 대신 활을 들었다. 무과에 급제했지만 청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좌천됐고, 함경도 변방에서 여진족과 싸우다 패전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백의종군하기도 했다. 하지만&n

    2025.11.27 11:43
  • 문양과 문자의 '무한 우주'…이슬람을 만나다

    신의 모습을 그릴 수 없다면 신의 위대함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기독교 미술이 신을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할 때, 이슬람 미술은 정반대의 길을 가야 했다. 이슬람교에서는 신의 얼굴은 물론 인간과 동물을 그리는 것조차 우상 숭배로 여겨 금지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슬람이 선택한 건 문양(아라베스크)과 신의 말씀(서예). 이슬람 미술 특유의 추상적이고 수학적인 아름다움은 여기에서 비롯됐다.◇이슬람 예술품 83점 한자리에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22일 상설전시관에 새로 문을 연 ‘이슬람실’은 이슬람 미술 특유의 독창적 아름다움을 만나는 자리다. 이슬람 미술 상설전시관이 국내에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장에는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MIA)에서 빌려온 7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이슬람 예술품 83점이 나와 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빽빽한 문양이다. 빈 공간을 남겨두지 않고 문양으로 공간을 꽉 채우는 건 이슬람 미술의 주요 특징 중 하나. 인간 및 동물을 그리는 건 금지돼 있기에 이슬람 장인들은 식물의 덩굴과 기하학적 도형을 무한히 반복해 공간을 채웠다. 17세기 사파비 왕조(이란) 시대의 걸작 ‘왕좌용 카펫’이 대표적이다. 가로 1.9m, 세로 2.6m에 달하는 이 직물 위에는 오직 구부러진 낫 모양의 잎사귀(사즈 잎)와 꽃, 덩굴무늬뿐이다. 서로 얽히고설키며 문양은 끝도 없이 반복되고, 이는 수학적 질서와 이를 창조한 신의 무한한 능력을 상징한다.이미지가 사라지면서 글씨의 힘은 더 강해졌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서예가 최고의 예술 장르 중 하나로 대우받는 이유다. 무슬림에게는 신의 말씀인 ‘쿠란’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수행이자

    2025.11.26 18:17
  • 神의 얼굴 자리에 꽃피운, 문양과 서예의 '무한한 우주'

    신의 모습을 그릴 수 없다면 신의 위대함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기독교 미술이 신을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할 때, 이슬람 미술은 정반대의 길을 가야 했다. 이슬람교에서는 신의 얼굴은 물론 인간과 동물을 그리는 것조차 우상 숭배로 여겨 금지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슬람이 선택한 건 문양(아라베스크)과 신의 말씀(서예). 이슬람 미술 특유의 추상적이고 수학적인 아름다움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22일 상설전시관에 새로 문을 연 ‘이슬람실’은 이슬람 미술 특유의 독창적 아름다움을 만나는 자리다. 이슬람 미술 상설전시관이 국내에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장에는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MIA)에서 빌려온 7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이슬람 예술품 83점이 나와 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빽빽한 문양이다. 빈 공간을 남겨두지 않고 문양으로 공간을 꽉 채우는 건 이슬람 미술의 주요 특징 중 하나. 인간이나 동물을 그리는 건 금지돼 있기에, 이슬람 장인들은 식물의 덩굴과 기하학적 도형을 무한히 반복해 공간을 채웠다. 17세기 사파비 왕조(이란) 시대의 걸작 ‘왕좌용 카펫’이 대표적이다. 세로 2.6m, 가로 1.9m에 달하는 이 직물 위에는 오직 구부러진 낫 모양의 잎사귀(사즈 잎)와 꽃, 덩굴무늬 뿐이다. 서로 얽히고설키며 문양은 끝도 없이 반복되고, 이는 수학적 질서와 이를 창조한 신의 무한한 능력을 상징한다.이미지가 사라지면서 글씨의 힘은 더 강해졌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서예가 최고의 예술 장르 중 하나로 대우받는 이유다. 무슬림에게는 신의 말씀인 ‘쿠란’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수행이자 예술

    2025.11.25 15:49
  • 샤갈 '꽃다발' 국내 사상 최고가 94억원에 낙찰

    “94억원, 낙찰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국내 경매 역사상 최고가 작품의 낙찰 장면을 보셨습니다.”24일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이브닝 세일’ 경매. 정태희 서울옥션 경매사가 낙찰을 알리는 망치를 내려치자 장내에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이날 거래된 현대미술 거장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 낙찰가는 94억원. 국내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이다. ◇수십억원대 작품 줄줄이 낙찰샤갈의 꽃다발은 작가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1937년 제작된 작품으로, 특유의 푸른 색채를 배경으로 연인과 마을 등이 조화를 이루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시작가인 94억원에 낙찰되며 국내에서 열린 경매 출품작 중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 국내 경매 최고 기록은 2023년 마이아트옥션에서 거래된 ‘백자청화오조룡문호’(70억원), 근현대 미술품으로 한정하면 2017년 케이옥션에서 낙찰된 김환기의 ‘고요 5-Ⅳ-73 #310’(65억5000만원)이었다.정 경매사는 “세계적 거장의 대표작급 작품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신기록이 나왔다”며 “이번 낙찰로 한국 미술 시장이 초고가 작품을 소화할 만한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이날 경매에서는 샤갈의 100호 작품 ‘파리의 풍경’(1970)도 59억원에 판매됐다. 이 밖에 수억원대 작품의 낙찰이 이어졌다. 김환기가 1969년 특유의 전면 점화 화풍을 완성하기 직전 그린 ‘15-Ⅵ-69 #71 I’는 7억원에 손바뀜했다. 이우환이 1990년 그린 100호 대작 ‘바람과 함께’(9억1000만원),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7억1500만원),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풍경화 ‘레스 트리스

    2025.11.24 20:24
  • 한남동 갤러리는 지금…주워온 돌멩이, 디킨슨의 시가 미술로

    길가에 널린 평범한 돌멩이, 방구석에서 품은 공상, 시의 한 구절도 예술가의 눈에 포착되면 작품이 된다. 서울 한남동 일대 갤러리에는 지금 그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타데우스로팍에서 열리는 호안 미로(1893~1983)전, 리만머핀 서울에서 진행되는 래리 피트먼의 개인전 ‘카프리초스와 야상곡’, 갤러리바톤에서 개최되고 있는 리너스 반 데 벨데(42)의 개인전이다. ◇줍고 합치고…미로의 조각들타데우스로팍 전시의 주인공인 미로는 스페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담은 그의 재기발랄한 작품은 세계 미술계의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근래 들어 국내에서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기증품인 ‘이건희 컬렉션’에서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고갱 등의 작품과 함께 그의 작품이 핵심 서양 미술품으로 꼽히며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로의 조각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1960년대 이후 노년기에 접어들어 제작한 청동 조각 13점이 전시의 주축이다.미로에게 조각은 ‘깎고 다듬는 것’이 아니라 ‘줍고 합치는’ 과정이었다. 그는 해변 및 산책로에서 발견한 나뭇가지, 돌멩이, 찌그러진 양철통 따위를 작업실로 가져왔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사물들은 미로의 손을 거쳐 작품이 됐다. 청동이라는 육중한 재료를 쓰면서도 특유의 유머러스한 형태와 거친 질감 덕분에 회화의 다채로움과 리듬감이 입체적으로 살아 있다. “내가 돌을 집으면 그저 돌이지만, 미로가 돌을 집으면 그것은 곧 ‘미로’가 된다”는 말이 미술계에서 나온 이유를 실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공간 연

    2025.11.23 16:51
  • "남편 구하려면 침실로 들어와"…'300억 스타'의 기막힌 운명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1917년 겨울 새벽, 러시아 혁명의 혼란에 빠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웨덴 영사관의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습니다. 이윽고 그녀는 길가의 시궁창에 고개를 숙이고 구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그녀에겐 비밀경찰에 잡혀간 남편이 있었습니다. 생사도 알 수 없는 남편을 찾으러 헤매던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평소 안면이 있던 스웨덴 영사를 찾아갔습니다. 영사는 며칠을 굶은 그녀에게 음식을 내주고,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 그녀를 잠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는 비릿한 미소를 띠고 용건을 말했습니다. “도와주겠소. 하지만 삯을 치러야 할 거요.” 그녀는 스웨덴 영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챘습니다. 도덕이냐, 나와 남편의 생존이냐. 그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날 밤, 그녀는 맹세했습니다. 다시는 굶주린 약자가 되지 않겠다고. 내 운명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승리자가 되겠다고 말입니다.1920년대 강렬한 그림으로 ‘아르데코의 여왕’이라 불리며 유럽 미술의 한 시대를 풍미한 타마라 드 렘피카(1898~1980). 루이 뷔통과 카를 라거펠트, 마돈나와 잭 니컬슨 등 수많은 명사에게 영감을 줬고, 2020년대 들어 작품이 300억원에 낙찰되는 등 화려한 부활을 겪고 있는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은 이 차가운 밤거리에서 시작됐습니다. 소녀, 다시 태어나다1898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부잣집에서 태어난 타마라는 장밋빛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0대에 접어든 그녀는 러시아 제국의 수도이자 당시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교계에 데뷔했습니다. 타마라

    2025.11.21 23:59
  • [이 아침의 작가] 99만㎡ 정원 가꾼 동화작가 타샤 튜더

    직접 가꾼 아름다운 정원, 홍차 한 잔에 곁들이는 손수 만든 빵. 타샤 튜더(1915~2008·사진)는 현대인이 동경하는 전원생활의 시각적 원형(原型)을 완성한 사람이다. 동화작가로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 ‘콜더컷상’을 두 차례 받은 그는 99만㎡ 정원을 가꾼 원예가로도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튜더는 20대 때부터 70년간 <마더 구스>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작을 출간하고 <비밀의 화원> <소공녀> 등의 일러스트를 그려 명성을 얻었다. 19세기 미국의 목가적 분위기를 담은 그의 따뜻한 수채화는 백악관 크리스마스카드에 쓰이기도 했다. 50대에는 인세 수익으로 버몬트 산골 99만㎡ 대지를 사들여 18세기 영국풍 정원과 19세기 방식의 자급 자족적인 삶을 현실로 구현했다.다음달 11일부터 서울 신천동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스틸, 타샤 튜더’전은 190점에 달하는 원화와 서적 등을 통해 이 같은 튜더의 삶과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내년 3월 15일까지.성수영 기자

    2025.11.21 18:05
  • 주워온 돌멩이, 상상 여행…그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길가에 널린 평범한 돌멩이, 방구석에서 품은 공상도 예술가의 눈에 포착되면 작품이 된다.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고 있는 호안 미로(1893~1983)전, 바로 옆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리너스 반 데 벨데(42) 전시는 그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자리다.타데우스 로팍 전시의 주인공인 미로는 스페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담은 그의 재기발랄한 작품은 전세계 미술계의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근래 들어 국내에서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기증품인 ‘이건희 컬렉션’에서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고갱 등의 작품과 함께 그의 작품이 핵심 서양 미술품으로 꼽히며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로의 조각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1960년대 이후 노년기에 접어들어 제작한 청동 조각 13점이 전시의 주축이다.미로에게 조각은 ‘깎고 다듬는 것’이 아니라 ‘줍고 합치는’ 과정이었다. 그는 해변이나 산책로에서 발견한 나뭇가지, 돌멩이, 찌그러진 양철통 따위를 작업실로 가져왔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사물들은 미로의 손을 거쳐 작품이 됐다. 청동이라는 육중한 재료를 쓰면서도 특유의 유머러스한 형태와 거친 질감 덕분에 회화의 다채로움과 리듬감이 입체적으로 살아 있다. “내가 돌을 집으면 그저 돌이지만, 미로가 돌을 집으면 그것은 곧 ‘미로’가 된다”는 말이 미술계에서 나온 이유를 실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공간 연출에 주목할 만하다. 갤러리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양태오 디자이너가 전시장 내부에 한지 벽을 세우고 틈을 내 한옥의 차경(借景)처럼 작품이 은

    2025.11.21 14:38
  • 녹슨 톱·씹던 껌…예술이 된 '하찮은 것'

    윤동천 작가(69·서울대 서양화과 명예교수)는 ‘미술은 어렵다’는 통념과 싸워왔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는 주변의 평범한 사물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며 대중에게 ‘쉽고 친근한 예술’을 선보였다. 윤 작가는 늘 “대단하고 멋진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볼품없고 하찮은 것도 소중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윤 작가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 ‘시시하고 미미한 것’으로 만든 작품들을 들고나왔다. 전시 제목도 ‘시시·미미(微微)’다. 갤러리밈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에는 3층부터 6층까지 4개 층 전관에 총 70여 점의 신작이 나와 있다. 5층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분홍색과 10m에 가까운 크기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개 혀’(개의 혀)라는 제목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익숙한 문구들’ 연작도 마찬가지다. 합판에 철제 프레임을 두르고 명조체로 레이저 각인한 외형은 근엄하지만 “산은 산이요 커피는 셀프” 같은 내용은 실소를 자아낸다.6층에 나온 ‘시시한 오브제’ 연작은 일상의 사물을 박물관 유물처럼 전시한 작품들이다. 녹슨 톱, 씹다 뱉은 껌, 쪼그라든 플라스틱병 같은 폐기물들이 묵직한 철판 전시대와 투명 보호 케이스 안에 놓였다. 핵심은 제목이다. 씹던 껌에는 ‘스트레스를 씹다’는 제목이 붙었고, 100자루의 펜은 ‘입사지원서를 쓸 때마다 새 펜으로 서명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제목을 통해 취업 준비생의 이야기를 얻었다. 하찮고 보잘것없는 일상의 사물과 풍경도 어떻게, 얼마나 열심히 보느냐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알려주

    2025.11.20 18:08
  • 이타미 준과 유이화, '땅의 호흡'을 이은 부녀 건축가를 만나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의 생전 별명은 ‘바람의 건축가’였다. 흙, 돌, 나무 등 자연의 물성을 그대로 살리고 그 땅에 부는 바람의 흐름을 건물에 들였기 때문이다. 그 건축 철학은 건축가인 딸 유이화에게도 이어졌다.서울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FEZH에서 다음달 6일 개막하는 ‘바람의 건축: 이타미 준과 유이화의 바람이 남긴 호흡’전은 이 같은 부녀의 건축 언어를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는 유이화의 2020년대 작업부터 이타미 준의 1970년대 데뷔작까지 역순으로 전개된다. 딸의 현재가 아버지의 과거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구성이다.총 29점의 건축 모형과 드로잉, 회화 등을 통해 두 건축가가 공유하는 ‘바람의 철학’이 어떻게 계승되고 변주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8일까지.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2025.11.20 00:01
  • 클림트 그림 3465억 낙찰…미술시장 새 역사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회화가 ‘별들의 경매’로 불리는 미국 뉴욕 경매에서 약 3465억원에 낙찰됐다. 역대 근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썼다. 미술시장 장기 불황 속에서도 예술적·역사적 희소성을 갖춘 초고가 블루칩 작품은 여전히 견고한 수요를 보여주며 자본을 끌어당기는 모습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절정기 작품미술품 경매사 소더비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브닝 경매에서 클림트의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2억3640만달러(약 3464억원)에 낙찰됐다. 당초 제시된 시작가(1억5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패트릭 드라히 소더비 회장 등 200여 명이 지켜본 가운데 열린 이날 경매에선 20분가량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아트넷뉴스에 따르면 여섯 명의 응찰자가 200만~500만달러 단위로 가격을 올리며 경합을 벌였고, 소더비에서 인상파·근대미술 부문을 책임지는 줄리언 도스를 통해 대리 응찰한 고객이 2억500만달러를 써내며 승리했다.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1914~1916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빈 분리파’의 창시자인 클림트가 예술적으로 절정에 달했을 시기에 탄생한 걸작이다. 클림트의 주요 후원자인 레더러 부부의 딸 엘리자베스를 그린 가로 122㎝, 세로 183㎝에 이르는 대형 초상화로, 중국풍 용이 그려진 독특한 드레스가 눈길을 끈다. 소더비는 “클림트 예술 세계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 작품은 컬렉터인 레너드 로더가 지난 6월 타계하면서 시장에 나왔다. 로더는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창업주 부부의 아들로, 경기가 불황일수록 립스틱

    2025.11.19 17:15
  • 할머니 댁 다락서 느꼈던 '오감'…AI가 모르는 '기억'을 재현하다

    휴대폰 저장장치와 클라우드에 기억을 ‘외주’ 맡기는 시대다. 예쁜 풍경, 좋아하는 가수가 콘서트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 아이들의 재롱까지 모두 사진과 동영상 데이터로 바뀌어 저장된다. 하지만 다시 잘 들춰보지도 않는 그 장면들이 정말 온전한 내 기억일까. 미디어아트 작가인 이예승(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은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다락: 기억·구름·신기루’를 통해 이런 생각을 일깨운다.전시장 입구에는 색색의 실(사진)이 놓였다. 관객은 그중 한 가닥을 잘라 손에 쥐고 안으로 들어선다. 시골집 천장 밑의 어두운 다락을 재현한 공간이 펼쳐진다. 우연히 다락에 발을 들였을 때의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 설렘이 뒤섞인 복잡한 그 느낌. 어두운 공간에서 낯선 물건들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은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작가에게 ‘다락’은 이처럼 잊었던 기분과 감각, 기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다락에 쌓인 기억은 저장장치나 서버의 클라우드 속 데이터와는 다르다. 모습이 명백한 사진이나 동영상과 달리 존재감조차 희미하다. 하지만 그곳에 얽힌 기억은 분명 실제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사실을 체험시키기 위해 전시장에 할머니 댁의 다락방을 재현했다. 그래서 전시장 한쪽 벽 뒤 수납장에는 작가의 할머니가 쓰던 자수 틀, 지붕 위에 내려앉아 지저귀던 새들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작가가 언젠가 시골집에서 만졌던 닭볏의 낯설고도 놀라운 감촉을 떠올리게 하는 3차원(3D) 프린팅 조각 같은 것이 곳곳에 놓여 있다.관객은 이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살펴볼 수 있다. 바닥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커튼

    2025.11.19 17:14
  • '별들의 경매' 사로잡은 김환기의 푸른 점화…123억 낙찰

    미국 뉴욕에서 열린 ‘별들의 경매’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의 작품이 약 123억원(약 840만달러)에 낙찰됐다. 한국 미술품 경매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크리스티는 18일 뉴욕에서 열린 ‘20세기 이브닝 경매’에서 김환기의 ‘19-Ⅵ-71 #206’이 840만달러에 거래됐다고 밝혔다. 출품 전 추정가인 110억~146억6000만원(약 750만~1000만달러)의 중간 수준이다. 구매자 수수료 포함 가격은 1029만5000달러(약 151억원)다.이는 김환기의 ‘우주’(05-Ⅳ-71 #200)의 기록(당시 환율로 약 132억원, 수수료 포함 가격 153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다. 2위이던 김환기의 1972년작 붉은색 전면점화 ‘3-Ⅱ-72 #220’은 3위로 내려앉았다. 2018년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85억3000만원에 낙찰된 작품이다. 김환기는 고미술과 근현대 미술을 통틀어 역대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5위를 모두 자신의 전면점화로 채웠다.이번 뉴욕 경매에 나온 작품은 작가의 최전성기인 1971년 제작됐다. 가로 203㎝, 세로 254㎝에 이르는 크기와 특유의 푸른 빛, 화면 전체로 퍼져나가는 방사형 패턴의 점 등 김환기 특유의 전면점화 화풍이 잘 드러나 있다.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한국 미술 DNA’전에 나온 ‘검증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날 4명의 전화 응찰자가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인 이유다. 판매자는 2016년 갤러리현대에서 이 작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낙찰로 한국 현대미술에서 김환기가 차지하는 압도적인 위상이 다시 확인됐다는 게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미술계 관계자는 “한국 현대미술을 통틀

    2025.11.18 14:29
  • 94억 걸작 샤갈의 '꽃다발'…경매 전 미리 만나보세요

    경매 시작 가격이 94억원에 달하는 마르크 샤갈의 그림,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인 김환기와 이우환의 회화,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과 같은 연작에 속하는 이불 작가의 조각…. 지금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는 이 같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걸작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대규모 경매 ‘이브닝 세일’에 나오는 작품들을 미리 보여주는 프리뷰 전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옥션은 24~25일 총 290억원어치의 미술품을 경매에 출품한다. 국내 미술시장 최고 호황기 때나 볼 수 있던 규모의 경매다. 하이라이트는 주요 고가 작품을 선보이는 24일 ‘이브닝 세일’. 이날 하루 경매에 나오는 작품의 추정가 총액만 270억원에 달한다. 서울옥션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술시장에 좋은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가장 중요한 작품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꽃다발’이다. 샤갈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1937년 제작된 작품으로, 특유의 푸른 색채와 꽃다발과 커플 등이 조화를 이루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추정가는 94억~150억원으로 책정됐다. 100호 크기 ‘파리의 풍경’(1970)은 60억~80억원에 나왔다.김환기가 1969년 특유의 전면 점화 화풍을 완성하기 직전 그린 ‘15-Ⅵ-69 #71 Ⅰ’은 7억~12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우환이 1990년 그린 100호 크기 대작 ‘바람과 함께’(8억5000만~12억원), 이불의 초기 조각 작품인 ‘사이보그 W10’(6억~9억원)도 경매에 나왔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풍경화 ‘레스 트리스 니어 워터’(4억8000만~8억원)도 눈길을 끈다.규모는 상대적

    2025.11.17 17:06
  • 강남에 열린 '무료 샤갈 명화전'...서울옥션이 던진 '승부수'

    경매 시작 가격이 94억원에 달하는 마르크 샤갈의 그림,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인 김환기와 이우환의 회화, 지금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과 같은 연작에 속하는 이불 작가의 조각…. 지금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는 이 같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걸작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대규모 경매 ‘이브닝 세일’에 나오는 작품들을 미리 보여주는 프리뷰 전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서울옥션은 오는 24~25일 총 290억원어치의 미술품을 경매에 출품한다. 국내 미술시장 최고 호황기때나 볼 수 있었던 규모의 경매다. 하이라이트는 주요 고가 작품을 선보이는 24일 ‘이브닝 세일’. 이날 하루 경매에 나오는 작품의 추정가 총액만 270억원에 달한다. 서울옥션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술시장에 좋은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매가 성공리에 끝나면 올해 서울옥션 연간 매출액은 경쟁사인 케이옥션을 넘어설 전망이다.가장 중요한 작품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꽃다발’이다. 샤갈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1937년 제작된 작품으로, 특유의 푸른 색채와 꽃다발과 커플 등이 조화를 이루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추정가는 94억~150억원으로 책정됐다. 100호 크기 ‘파리의 풍경’(1970)은 60억~80억원에 나왔다. 이 밖에도 1980년대 그린 소형 회화 두 점을 함께 만날 수 있다.김환기가 1969년 특유의 전면 점화 화풍을 완성하기 직전 그린 ‘15-VI-69 #71 I’는 7억~12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우환이 1990년 그린 100호 크기 대작 ‘바람과 함께’(8억5000만~12억

    2025.11.17 07:33
  • '대세' 자리잡는 디지털 아트…"제2의 백남준 출현 도와야"

    불황의 늪에 빠진 미술 시장에서 지금 유일하게 급성장 중인 장르가 있다. 컴퓨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이용해 만든 디지털 예술작품(디지털 아트)이다. 지난달 아트바젤과 UBS의 ‘2025 글로벌 컬렉팅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고액 자산가 3100명의 수집품 장르 가운데 디지털 아트 비중은 13%에 달했다. 회화(24%), 조각(14%)에 이은 3위이고 사진(10%)과 설치미술(8%)보다 높다.하지만 디지털 아트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인지도는 아직 낮다. 데이터에 불과한 디지털 아트가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거래는 어떻게 하는지, 고장 나면 어떻게 하는지, 한때 투기 광풍이 불었던 대체불가능토큰(NFT)과는 무슨 관계인지 등 의문이 가득하다. 지난 14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 국내외 관련 석학들을 모아 ‘시그널 온 세일’ 학술회를 연 이유다. ◇“디지털 아트, 새로운 작품 도구”실물 없는 데이터가 어떻게 예술 작품이 되고, 심지어 비싼 값에 거래까지 될 수 있을까. 세계적 디지털 아트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폴 뉴욕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날 학술회에서 “미술의 역사를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디지털 아트는 붓과 캔버스 대신 소프트웨어와 AI 등 새로운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보통 우리가 ‘미술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건 유화다. 600여 년 전 유화의 대중화로 풍부한 색감 표현과 정교한 묘사 가능해지면서 미술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다. 디지털 아트도 이 같은 ‘새로운 작품 도구’로 봐야 한다는 게 폴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그는 “실물이 없다는 점도 문

    2025.11.16 19:23
  • 종묘 앞 142m 빌딩…천지개벽인가, 유산훼손인가

    서울 종로구의 재개발 구역인 세운 4구역에 최고 142m의 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서울시 결정을 놓고 극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세운 4구역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170m가량 떨어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경관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는 게 중앙정부와 여당 방침이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재개발하면 종묘의 가치가 오히려 높아진다”고 반박한다. 문제가 된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은 어떤 것이고 취지는 무엇인지, 국가유산청과 고고학계는 왜 반대하는지 정리했다. (1) 세운상가 재개발 왜 문제인가1967년 건립된 세운상가는 1970년대 전기·전자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서울의 명물이 됐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상가는 흉물로 변했다.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진행이 더뎠다. 그러던 중 2009년 문화유산심의위원회가 결정적인 제동을 걸었다.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을 지으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해치니 건물 높이를 낮추라”고 권고했다. 도심 재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고층 건물을 허가하는 대신 여기에서 나오는 추가 수익으로 개발, 이주, 공원 조성 등의 비용을 충당하려는 게 서울시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층 건물 건설이 막혀 사업성이 떨어졌고, 개발은 멈춰 섰다. 오 시장에 이어 취임한 박원순 전 시장은 기존 계획을 아예 백지화했다. 또다시 10여 년이 흘렀다. (2) 어떻게 재개발하려 하나2021년 서울시장에 복귀한 오 시장이 다시 세운상가 재개발에 나섰다. 오 시장은 세운상가와 인근 상가를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대신 주변 지역 빌딩을 높고 넓게 올린다는 10여년 전 계획

    2025.11.16 18:35
  • ‘대세’ 자리잡는 디지털 아트...“제 2의 백남준 출현 도와야”

    불황의 늪에 빠진 미술시장에서 지금 유일하게 급성장 중인 장르가 있다. 컴퓨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이용해 만든 디지털 예술작품(디지털 아트)이다. 지난달 아트바젤과 UBS의 ‘2025 글로벌 컬렉팅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고액자산가 3100명의 수집품 장르 중 디지털 아트의 비중은 13%에 달했다. 회화(24%)와 조각(14%)에 이은 3위고, 사진(10%)과 설치미술(8%)보다 높다.하지만 디지털 아트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인지도는 아직 낮다. 데이터에 불과한 디지털 아트가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 거래는 어떻게 하는지, 고장나면 어떻게 하는지, 한때 투기 광풍이 불었던 NFT(대체불가능토큰)와는 무슨 관계인지 등 의문만 가득하다. 지난 14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 국내외 관련 석학들을 모아 ‘시그널 온 세일’ 학술회를 진행한 이유다.“디지털 아트, 이미 백남준으로 친숙”실물 없는 데이터가 어떻게 예술 작품이 되고, 심지어 비싼 값에 거래까지될 수 있을까. 세계적인 디지털 아트 전문가인 뉴욕 휘트니 미술관의 크리스티안 폴 큐레이터는 이날 학술회에서 “미술의 역사를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디지털 아트는 붓과 캔버스 대신 소프트웨어와 AI 등 새로운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보통 우리가 ‘미술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건 유화다. 600여년 전 유화의 대중화로 인해 풍부한 색감 표현과 정교한 묘사 가능해지면서 미술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다. 디지털 아트도 이 같은 ‘새로운 작품 도구’로 봐야 한 다는게 폴 큐레이터의 설

    2025.11.16 13:51
  • "차라리 자르고 싶어"…아픔 겪던 30대男, 고통 자초한 이유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차라리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관절이 뒤틀리고 마비되는 아픔을 겪던 남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매 순간 몰려오는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고통에 입에서는 비명이 새어 나왔고, 눈에서는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자는 멈추지 않고 손가락과 붓을 움직여 수천수만 개의 점을 찍어 나갔습니다. 자신에게 고문을 가하는 듯한 그 광경을 본 동료 화가, 폴 시냐크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지옥처럼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완성된 그림에는 더없이 조화롭고 아름다운 빛, 행복만이 가득했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앙리 에드몽 크로스(1856~1910)였습니다.크로스는 평생 잔인한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당시로서는 손쓸 방법이 없는 불치병이었던 류머티즘(류머티스 관절염) 때문입니다. 합병증인 홍채염 때문에 그의 시력은 계속 약화됐고, 화가로서는 ‘사형 선고’와 같은 실명의 공포도 그를 덮쳤습니다. 말년에는 여기에 암의 고통까지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수없이 관절을 움직여 점을 찍어야 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화풍’, 점묘법을 놓지 않았습니다.크로스는 왜 굳이 고통스러운 방법을 선택해 그림을 그렸을까요. 어떻게 그런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이상향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마침 지금 국립중앙박물관(메트로폴리탄 미술관전)과 세종문화회관(샌디에이고 미술관전)에 크로스의 작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자신을 옭아매는 것들을 아름다움으로 바꿔낸 화가. 크로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름을 두 번 바꾼 남자1856년 프랑스 북부의 한 도시에서 태어난 그에게 부모님이 붙여준 이름은 ‘앙리

    2025.11.15 00:06
  •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에…서울시 "법적 근거 없이 영향평가 요구"

    서울 종묘 인근 세운지구 개발을 둘러싼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종묘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시는 그동안 법적인 근거도 없이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요구해 왔다며 비판에 나섰다.14일 서울시는 설명자료를 내고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위해선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적”이라며 “국가유산청은 그간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기반도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국가유산청이 이번 심의에서 완충구역을 지정하지 않은 것도 꼬집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유산구역+완충구역’을 설정하게 돼 있음에도 종묘는 등재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충구역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가결된 세계유산지구도 유산구역만 지정한 상태로, 필수 구성 요소인 완충구역은 여전히 미설정된 상태”라며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9년 넘게 협의하고 13차례 문화재 심의를 하면서도 정작 유산 가치 평가의 기준선이 되는 완충구역조차 지정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전날 국가유산청은 ‘종묘 세계유산지구 신규 지정 심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종묘를 중심으로 19만4089.6㎡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된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되면 세계유산영향평가의 공간적 범위 대상이 설정된다는 게 국가유산청의 입장이다. 세계유산인 종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4월 유네스코는 “세운지구 정비사업이 종묘에 부정

    2025.11.14 18:00
  • "트럼프가 감탄한 금관 보자" 역대급 인파에…경주박물관, 깜짝 발표

    역사상 처음으로 신라 금관 6점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 국립경주박물관의 특별전 ‘신라 금관 : 권력과 위신’이 내년 2월까지 전시 기간을 연장한다.국립경주박물관은 기존 12월 14일까지였던 전시 기간을 내년 2월 22일까지 72일 늘린다고 13일 발표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더 많은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신라의 황금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신라 황금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 20점이 나온 이번 전시는 개막일인 2일부터 구름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열흘간 전시 관람객은 총 2만6608명에 달한다. 박물관이 문을 열기 전부터 ‘오픈런’이 이어졌지만, 안전을 위해 평일 기준 하루 2550명으로 관람 인원이 제한돼 발길을 돌려야 했던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경주박물관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도입된다. 경주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 줄을 서기 어려운 장애인 및 노약자의 관람 편의를 위해서다. 17일부터 예약 시스템이 열린다. 회차당 150매 중 70매가 온라인 예약분이고, 매주 월요일 10시에 다음 한 주간의 관람을 예약할 수 있다. 예약 후 취소 없이 ‘노쇼’(예약 부도)할 경우 추가 예약이 제한될 수 있다. 나머지 80매는 기존처럼 현장 배부하며, 정문에서 오전 9시 20분부터 받을 수 있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2025.11.13 13:27
  • DJ 노벨평화상 메달 등 예비문화유산 된다

    국가유산청은 12일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 등 총 10건을 첫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예비문화유산은 만들어진 지 5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보존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도입된 제도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에 선정한 예비문화유산들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순간과 인물, 사건, 이야기가 담긴 중요 유물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왼쪽)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것이다.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이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서 수행할 당시 직접 제작해 사용한 의자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이 밖에 반독재 민주화 시위 도중 숨진 이한열 열사 유품(오른쪽), 경북 의성 자동 성냥 제조기, 1991년 남북단일탁구팀 선수단의 탁구채 등이 예비문화유산 목록에 올랐다.성수영 기자

    2025.11.12 16:46
  • “이것도 예술이야”...윤동천이 보여주는 ‘미미한 것들의 예술’

    윤동천 작가(69·서울대 서양화과 명예교수)는 ‘미술은 어렵다’는 통념과 싸워온 작가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는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며 대중에게 ‘쉽고 친근한 예술’을 선보여왔다. 윤 작가는 항상 “대단하고 멋진 것들만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볼품없고 하찮은 것도 소중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윤 작가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 ‘시시하고 미미한 것들’로 만든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 전시 제목도 ‘시시·미미(微微)’다. 갤러리밈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에는 3층부터 6층까지 4개층 전관에 총 70여점의 신작이 나와있다. 5층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분홍색과 10m에 가까운 크기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개 혀’(개의 혀)라는 제목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익숙한 문구들’ 연작도 마찬가지다. 합판에 철제 프레임을 두르고 명조체로 레이저 각인한 외형은 근엄하지만 , “산은 산이요 커피는 셀프” 같은 내용은 실소를 자아낸다. 이처럼 진지한 형식에 시시한 내용을 담아 ‘예술의 친근함’을 전하는 게 윤 작가의 방식이다.6층에 나온 ‘시시한 오브제’ 연작은 일상의 사물을 박물관 유물처럼 전시한 작품들이다. 녹슨 톱, 씹다 뱉은 껌, 쪼그라든 플라스틱병 같은 폐기물들이 묵직한 철판 전시대와 투명 보호 케이스 안에 놓였다. 핵심은 제목이다. 씹던 껌에는 ‘스트레스를 씹다’는 제목이 붙었고 , 100자루의 펜은 ‘입사지원서를 쓸 때마다 새 펜으로 서명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제목을 통해 취업 준비생의 이야기를

    2025.11.12 10:37
  • 세계적인 큐레이터들의 '개인 과외'…천만아트포영 공모전 접수

    재단법인 천만장학회가 삼천리그룹과 ‘2026 천만 아트 포 영’ 프로젝트 지원자 공모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회화, 조각, 공예, 뉴미디어 시각예술 전 분야 전공자에게 장학금과 전시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심사는 1차 블라인드 서류심사, 2차 최종 심사로 진행된다.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대일 비평’이다. 세계적인 큐레이터인 알빈 리 테이트모던 국제 미술 큐레이터, 샤를로테 크나우프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등이  1차 합격자 중 일부 인원을 선정해 일대일로 비평 및 조언을 제공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큐레이터들이 이때까지의 작품을 평가해주고 향후 작품활동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이들은 2차 심사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다.올해 총 상금은 1억2100만원. 1등상인 '天'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이 지급된다. '地' 수상자 두 명에게는 각각 700만원이, '海' 수상자 세 명에게는 각각 500만원이, '人' 수상자 27명에게는 300만원씩이 수여된다. 33명의 수상자 중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된 1명에게는 인기상 명목으로 100만원이 더 주어진다. 이들 수상자들은 내년 5월 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대중에 선보일 기회도 얻는다.지난해까지 이 프로그램에는 학부나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재학생들만 지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휴학생, 연구생, 수료생, 졸업예정자 등 학적을 보유한 학생들까지 모두 공모에 지원할 수 있다. 재단 관계자는 “다양한 학습 환경을 반영해 더 많은 신진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공모 기

    2025.11.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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