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공장 7곳을 폐쇄하거나 축소하고 1만4700여 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세단형 승용차 등 판매가 부진한 일부 차종은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다. 지난 3분기 매출이 358억달러(약 40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6.4% 증가하는 등 실적이 개선됐지만 산업 구조 변화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산업이 급변하고 있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며 “승용차 부문의 인력은 감축하지만 전기차, 자율주행차 관련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인력은 계속 채용한다”고 말했다. GM은 고강도 비용 절감으로 내년 말까지 60억달러(약 6조7740억원)를 마련해 미래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GM이 파산 위기에 몰렸던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GM은 임팔라, 볼트, 크루즈 등 일부 승용차들은 생산을 종료하기로 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급증한 반면 세단 판매는 급감해 포드와 크라이슬러도 올 들어 세단형 승용차 상당수를 단종했다.

폐쇄·축소 대상 사업장은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오하이오 로즈타운 등 4개 미국 공장과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오샤와 공장 등이다. 감원 대상 인력은 북미지역 사무직 8100여 명과 미국·캐나다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6000여 명 등 1만4700여 명이다.

미래車로 갈아타는 GM…한국 공장 또 구조조정說
GM의 구조조정 계획은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좋지 않다”며 “GM은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오하이오주에 새로운 공장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모팟트 오샤와 공장 노조위원장은 “근로자들을 식당에 가축처럼 모아 놓고 1년 뒤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한국GM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M은 북미 이외 지역 공장 중에선 어느 곳을 폐쇄할지 공개하지 않았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경영 정상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국GM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란 모호한 반응을 내놨다.

한국GM은 올해 군산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생산 부문과 연구개발 부문을 분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남은 곳은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공장이다. 업계에선 창원공장을 폐쇄하거나 부평 1·2공장을 통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파크와 다마스, 라보 등은 수익성이 높지 않아 물량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현일/도병욱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