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체인인 스타벅스의 신용등급이 21일(현지시간) 한꺼번에 세 계단이나 강등됐다. 여기에 ‘성장 정체’까지 부각되면서 이틀 새 주가가 9% 넘게 하락했다. 지난달 흑인 인종차별 논란에 이어 악재가 잇따르면서 ‘사면초가’에 빠지는 모습이다.
거듭된 악재에… 스타벅스 '수난시대'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스타벅스의 신용등급을 종전 ‘A1’에서 ‘Baa1’으로 세 계단 강등했다. 투자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신용등급 강등은 무엇보다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올 1분기 전세계 매장의 매출이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3분기에는 1% 증가에 그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이는 9년 만에 가장 부진한 수준이다.

부채를 늘리기로 한 결정도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이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주주총회에서 올해 150억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2020년까지 250억달러를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결정이다. 하지만 무디스는 “스타벅스가 주주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부채 부담을 늘리는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가 맥도날드, 던킨도너츠 등 저가 커피와의 경쟁에서 치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스타벅스 음료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프라푸치노마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프라푸치노는 커피 우유 시럽 크림 등을 얼음과 섞어 만든 음료다. 한때 스타벅스의 히트작이었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프라푸치노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위기 대응 차원에서 미국 내 점포 확장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존슨 CEO는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내년에 미국 내 직영 점포 약 150개를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매년 700~800개 매장을 늘리면서 실적이 나쁜 점포 50개가량을 폐쇄했는데 내년에는 폐쇄 점포 수를 세 배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스타벅스의 미국 내 점포는 약 1만4000개다.

지난 30여 년간 스타벅스를 이끌어온 하워드 슐츠 회장이 이달 말 사임하기로 하면서 스타벅스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스타벅스는 일단 미국 밖에서 성장 기회를 찾기로 했다. 존슨 CEO는 “포화 시장에서 매장을 줄이고 매출이 늘고 있는 중국 등 다른 시장에서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커피 외에 아이스티 등 신제품도 늘릴 계획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