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아랍 국가들이 카타르와의 단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13개 요구안을 카타르에 보냈다.

하지만 국영 알자지라방송 폐쇄 등 카타르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가 포함돼 있어 화해의 물꼬가 트일지는 미지수다. 단교 사태로 여객 화물 수송난을 겪고 있는 카타르는 미국 아메리칸항공 지분 인수를 시도하고 나섰다.

AP통신은 23일 카타르와의 단교를 전격 선언한 사우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카타르 정부에 외교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조건을 담은 13개 요구안을 이날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재자로 나선 쿠웨이트가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이 입수한 요구안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위성뉴스채널 알자지라를 폐쇄하고, 이란 주재 공관을 닫고 사실상 단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카타르에 주둔한 터키 병력과 군 기지도 철수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무슬림형제단, 헤즈볼라,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과의 모든 관계를 청산할 것을 주장했다. 사우디 UAE 이집트 바레인 출신의 귀화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들 국가는 카타르에 10일 안에 요구안에 응할 것을 압박하면서 단교 사태에 따른 소정의 배상금도 요청했다. 카타르가 요구안을 수용하면 10년 동안 매년 1회 준수 여부를 감사받아야 한다.

카타르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미 알자지라방송 중단은 따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또 아랍국들이 단교를 철회하기 전까지 이들 국가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터키 정부도 이날 “카타르 내 터키군이 주둔하는 군기지 설치 계획을 재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요구사항이 카타르의 독자적인 행보를 포기하고 사우디 중심의 아랍국 패권에 편입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국방장관(32)이 왕위계승 서열 1위로 올라선 상황에서 사우디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카타르항공은 미국 아메리칸항공 지분 10%(8억800만달러 규모)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단교 사태로 인한 여객 물류 운송난을 해결하고 미국 항공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묘책으로 분석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