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 법정관리…중견 건설사 줄도산 우려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잘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일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 유동성 경색 등에 따른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결과다. 지난해부터 중소·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로 건설사의 줄도산 위기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금난에 회생 신청한 신일

신일 법정관리…중견 건설사 줄도산 우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일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통상 법원은 회사가 제출한 보전처분 신청서와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 등을 검토한 뒤 이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회생절차 전까지 채권은 동결되고, 기존 채무 상환 의무가 없어진다.

신일은 1985년 전북 전주에 설립된 종합 건설사다. 2006년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57위를 기록하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2007년 무리한 사업 확장과 분양 실패가 이어지며 최종 부도 처리됐다. 2011년 GNS에 인수되며 정상화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전국 113위를 기록했다.

신일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로 최근 주요 사업장마다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현장에서는 조합과 시행사가 자금 집행을 미루고 금융회사는 추가 대출에 인색했다는 것이다. 신일 관계자는 “최근 사업장에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대출마저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일의 공사대금 미청구액은 124억원에 달한다.

신일은 서울 서초구 ‘방배 신일해피트리’와 영등포구 ‘여의도 신일해피트리&’ 등 전국 11개 사업장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주요 사업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 차례 회생 절차를 밟았던 탓에 현장의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현장 관계자는 “과거에도 회생 과정에서 하자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수 현장에서 고생한 것으로 안다”며 “입주를 앞둔 단지부터 비상인 상황”이라고 했다.

확산하는 건설사 줄도산 리스크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는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지는 등 줄도산 위기설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시작된 이후 시공능력평가 202위이던 우석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 경색이 겹치며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뒤이어 388위 동원산업건설과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올 들어 133위 에이치엔아이엔씨, 109위 대창기업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시공능력평가 300위 바깥의 중소 건설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행사와 연대보증을 섰던 인터불고건설이 자금난에 빠진 뒤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는 승계 시공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최근 입찰 금액을 높였다. 민간임대아파트로 조성 중인 전북 김제 ‘G5 스테이션 아파트 2차’ 역시 시공사인 지인종합건설이 지난 4월 부도 처리돼 새 시공사를 찾고 있다.

업계에선 고금리 사채를 쓰거나 보유 중인 토지를 매각하며 버티고 있는 건설사가 많아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0위권 안팎 건설사도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며 “자금 고갈이 임박한 건설사가 많아 도산하는 업체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