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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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반도체, 전기차 등 주도 업종의 1등 기업만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악의 경제 위기가 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우량주로 투자금이 쏠리면서다. 주가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떨어지는 종목이 많은 ‘부익부 빈익빈’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테크로 쏠리는 미국 증시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4개 종목은 올 들어 평균 39%대 급등했다. 미국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172%, 테슬라는 78.7% 뛰었다. 올해 10% 오르는 데 그친 S&P500지수의 최소 4배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도 한국도 대장株만 독주…코스피 종목 40%는 손실
2·3등 기업은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인텔은 고성능 반도체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다. 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꼽혔던 리비안, 루시드 등 전기차 업체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콘텐츠에서는 넷플릭스만 오르는 독주 체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도체와 전기차가 투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26.7%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44.3% 올랐다. 코스피지수 상승률(15%)의 2~3배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29%), 현대차(31%) 등도 시장을 웃도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이 소수의 기업에 쏠리는 이유는 그만큼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위기가 터져도 도산하지 않을 성장성이 확실한 기업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오르는데 신저가 속출

투자금이 ‘소수정예 종목’에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적으로는 하락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940개 종목 가운데 677개 종목이 코스피지수 상승률(15%)을 밑돌고 있다. 전체 종목의 40%에 달하는 368개 종목은 올 들어 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코스피지수가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며 “반도체나 2차전지 등 주도주가 없으면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펀드도 주도주 보유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서는 빅테크를 보유한 펀드들이 초강세다. 올 들어 50% 넘게 오른 KODEX 미국FANG플러스,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국내주식형 펀드에서는 반도체에 주로 투자하는 정보기술(IT) 펀드가 22% 수익률로 42개 테마형 펀드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1등주의 독주 체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은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데, 후발 주자들은 미래를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