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좋은 CPI 미리 샜나? 용두사미된 뉴욕 증시
13일(미 동부시간) 아침 8시 30분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된 뒤 뉴욕 금융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0.6%가량 오르던 주가지수 선물은 순식간에 2%대로 상승 폭을 키웠고, 채권 금리는 20bp가량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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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11월 CPI 보고서는 모든 면에서 월가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헤드라인 수치가 7.1%로 나왔는데 특히 전월 대비 상승률이 0.1%에 그쳤습니다. 예상은 각각 7.3%, 0.3%였지요. 또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도 6.0%, 0.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역시 예상 6.1%. 0.3%보다 낮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전월 대비 상승률이 0.1%를 유지할 경우 내년 3월이면 헤드라인 CPI가 4%대로, 5월이면 3%대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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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물가가 한 달 만에 1.6% 하락해 인플레이션 수치를 끌어내렸지만, 식품 물가는 0.5% 올라 일부를 상쇄했습니다. 근원 물가에서는 주거비가 0.6%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식품, 주거비도 각각 10월 0.6%, 0.8% 상승에 비해선 오름폭이 줄었습니다. 또 중고차와 항공료, 의료비 등이 내렸고 신차 가격도 제자리(0%)를 유지했습니다. 신차는 지난달에만 해도 0.4% 올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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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과 서비스로 나눠보면 근원 상품 물가는 전달 대비 0.5% 내렸습니다. 10월에는 0.4% 내렸는데 11월 하락 폭이 커진 것이지요.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만 11월 0.4% 상승해 9월 0.8%, 10월 0.5% 등에서 상승 폭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게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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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주거비를 빼고 계산한다면 11월 근원 물가는 10월보다 0.13% 떨어진 것으로 나옵니다. 미시간대의 저스틴 울퍼스 경제학 교수는 "모두가 서비스 물가, 특히 주거비가 앞으로 떨어지면서 좋은 뉴스가 이어질 것을 알고 있다. 아직 내림세가 반영이 안 된 것은 기술적 요인(시차) 때문일 뿐"이라면서 "이번 물가 보고서에서 나쁜 소식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CPI를 집계할 때 기존 집계 방법에 따른 임대료 대신 질로우, 아파트먼트리스트닷컴의 현재 시장 임대료를 쓰면 주거비도 거의 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11월 CPI 보고서는 더는 좋을 수 없다. 대부분 상품과 서비스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다. 휘발유와 교통비는 제자리걸음을 했고 식비와 주거비는 더 느리게 상승했다. 예상보다 많이 오른 요소는 없었다. 근원 물가가 전월보다 0.2% 오른 것은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와 일치한다. Fed가 만족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 등 미 중앙은행(Fed) 멤버들도 이 수치를 보고 오전 9시 30분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첫날 회의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이들은 원래 경제 전망(SEP)과 점도표(dot plot)를 지난주 금요일까지 제출하지만, 규정상 오늘 저녁까지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일부 비둘기파는 수치를 바꿨겠지요.

내일 기준금리 50bp 인상은 많은 Fed 위원들이 공언한 만큼 확정적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의 내일 50bp 인상 가능성은 전날 73%에서 80%로 소폭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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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달라진 것은 향후 기준금리 전망입니다. 내년 1월 FOMC(1월 31~2월 1일)에서 25bp를 인상할 가능성이 전날 35%에서 53%로 높아지고, 50bp 베팅은 51%에서 40%로 줄었습니다. 또 최종금리 전망치는 전날 5% 수준에서 4.8%대로 20bp가량 떨어졌습니다. 지난주 11월 생산자물가(P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뒤 내년 2월에 50bp를 또다시 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는데, 이런 걱정이 줄어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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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우리는 이제 내일 점도표에서 나타날 2023년 최종금리 중앙값이 기존 예상인 5~5.25%와 그보다 작은 4.75~5% 사이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제까지 5~5.25%가 될 것으로 봤는데,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죠. 웰스파고는 "FOMC가 내일 50bp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지만, 2023년 첫 회의에서 또다시 25bp 인상으로 금리 인상 폭을 추가 하향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제프리스는 "오늘 CPI 보고서가 내일 Fed의 결정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내부 비둘기파들이 가능한 한 빨리 25bp로 인상 속도를 늦추기 위해 더 강력히 밀어붙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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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비공식 대변인'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둔화하는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을 언제 중단할지 Fed 내부 논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Slowing Inflation Could Intensify Fed Debate Over When to Stop Raising Rates)라는 기사에서 "Fed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수요일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계획이지만, 2개월 연속 물가 압박이 완화되면서 내년 초 금리를 얼마나 인상할지에 대한 위원들의 심의는 복잡해질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그는 며칠 전 Fed 내부의 비둘기파와 매파 간 분열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 균열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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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론자(곰)는 조용해졌고, 강세론자들은 힘을 얻을 수 있는 수치였습니다. 약세론자인 스벤 헨리크 노먼트레이더 설립자는 "곰들이 죽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두 번 연속으로 낮은 CPI가 나왔다. 시차 때문에 뒤늦게 CPI가 현실을 따라잡고 있다. 12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랠리는 온전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강하게 상승하며 출발했습니다. 개장 직후 S&P500 지수의 상승률은 한때 2.7%를 넘었고, 나스닥은 3.7% 넘게 치솟았습니다. 다우도 최대 707포인트까지 올랐죠. 하지만 오전 10시가 넘자 상승 폭은 감소하기 시작했고 오후 12시 50분께 다우는 한때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습니다. S&P500 지수 상승 폭도 0.2%까지 줄었죠. 장 막판 소폭 회복해 다우는 0.3%, S&P500 지수는 0.73% 올랐고 나스닥은 1.01%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10월 CPI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을 때 5~7%씩 오르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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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요.

① 미리 올랐다?

JP모건은 어제 아침 CPI가 7.0~7.2%(확률 15%)로 나오면 S&P500 지수가 4~5% 오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어제 S&P500 지수는 1.43% 올랐고, 오늘 한때 2.72%까지 상승했습니다. 합쳐서 거의 4% 오른 뒤 상승 폭이 꺾어진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라는 월가 격언을 확인시켜주는 전형적 트레이드"라면서 "어제부터 매수해서 이익을 챙긴 트레이더 일부가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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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제 장 막판 급등한 뒤 "CPI 수치가 미리 샜다"라는 뜬소문이 나돌았습니다. 몇몇 투자자들이 외가격 콜옵션을 대거 매수했거든요. 다만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엇 분석가는 "그런 베팅은 주식 포지션이 적은 투자자가 헤지로 샀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오늘도 노동부가 수치를 발표하기 몇십 초 전부터 주가가 급등하고 채권 금리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 베팅일 수도 있지만, 수치가 미리 샌 것이란 추정이 또 나왔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례적으로 금리 하락은 노동부의 CPI 발표 약 1분 전부터 시작돼 이후에도 계속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② 너무 비싸다

바이탈 날리지는 "CPI 보고서는 강세장 신호지만, 주가가 추가 상승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지금부터 시장을 공격적으로 쫓아가는 것은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내년 기업 이익(EPS)이 월가 예상인 230달러에 달한다고 해도 주가수익비율(P/E) 18배를 곱해야 4200입니다. 18배는 지난 10년간 저금리였을 때 P/E 밴드의 상단입니다.

만약 Fed가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이에 따른 경기 둔화로 기업 이익이 감소한다면 지금의 주가 수준은 쫓아가기엔 높습니다. 월가 전략가들의 내년 EPS 전망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205달러, 모건스탠리는 195달러, UBS는 198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0달러 등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205달러를 기준으로 Fed가 완화로 전환하면 내년 말 420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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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술적 저항도 겹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아침에 급등하며 200일 이동평균선(4044)을 넘었지만 결국은 그 아래로 다시 떨어져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기 추세선도 여전히 하락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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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노동 시장 식어야→내일 매파적 회견?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핵심인 주거비 전체는 10월보다(0.8%) 낮은 0.6% 올랐지만 이는 호텔 요금 하락 덕분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임대료(rent)와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는 각각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은 0.8%와 0.7% 상승했습니다. 상승세가 가속화된 것이죠. 또 레크리에이션(0.5%), 교육/커뮤니케이션(0.7%) 물가도 강력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라스무센은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치솟게 했던 원자재, 에너지 및 상품과 같은 주요 요인은 완화되고 있지만 임금 압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 및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월 30일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가격 추세는 더 넓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반영하며 인플레이션의 미래 경로를 측정할 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임금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기 때문에 노동 시장은 이 범주의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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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일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입니다. 11월 신규고용은 여전히 26만3000개나 증가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이제부터는 CPI가 아니라 노동 시장이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하락 추세가 확고해짐에 따라 FOMC는 노동 시장을 정면으로 응시할 것이다. 내일 50bp 인상은 이미 시장에 밝힌 것이고 이번 물가는 2월에 25bp 인상을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 만약 월간 신규고용이 월 10만 개 수준을 향해 감소한다면 우리는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중단을 예상한다. 이는 최종금리를 4.625%(4.5~4.75%)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근원 상품과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 간의 차이는 공급 측면의 개선, Fed의 긴축, 팬데믹 이후 소비자 수요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노동 시장 여건이 여전히 빡빡하고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더 오래 지속하다가 2023년에 점진적으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상대로) 내년 3월에 긴축이 중단되어도 기준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Fed가 금세 돌아선다면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은 다시 날개를 펼칠 수 있습니다. 금융여건이 급속히 개선되면서 돈이 다시 풀릴 터이니까요. 오늘 채권 시장에서 오후 4시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9.3bp 내린 3.521%, 2년물은 16.4bp나 내린 4.231%에 거래됐습니다. 달러 가치는 급락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1.05%나 내려 104.03으로 마감됐습니다. 한때 103.55까지 내려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ING의 패드릭 가비 리서치 헤드는 "만약 Fed가 내일 비둘기파적으로 전환한다면 금융여건은 대폭 완화될 것이고 그동안 실시해온 긴축의 효과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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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하는 인플레이션은 실질 소득을 높입니다. 소비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휘발유 가격이 정점에서 배럴당 50달러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은 연간 7500억 달러의 소비 여력을 더 얻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모기지 금리는 6%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내림세를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코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PI를 보고 내년 2월 50bp 인상에 대한 예측을 25bp로 바꿨습니다. 그는 “Fed가 2월에 25bp를 올릴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그들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까지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 25bp씩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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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경기 침체+이익 하락 위험 여전

Fed가 긴축을 이어간다면 경기 침체, 기업 이익 감소 가능성도 여전합니다. 퀼터 세비엇의 리처드 카터 채권 리서치 대표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개선되고 있지만, 승리를 선언하려면 아직 멀었다. Fed는 잠재적으로 경기 침체를 초래하더라도 한동안 매파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NC의 커트 랜킨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 불씨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에 훨씬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Fed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리어 브리지의 조시 잼너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둔화는 Fed의 긴축 효과보다 팬데믹 정상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Fed의 긴축 효과가 2023년에도 본격화되면서 내년에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KBW는 은행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경기 둔화에 따른 대출 증가 둔화로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입니다. 에버딘의 제임스 애쓰니 이사는 "CPI에 의한 랠리는 내년 기업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Fed의 공격적 긴축의 완전한 효과가 내년에 나타나기 때문에 EPS 예측과 주가 재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습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연착륙 가능성도 커집니다. 블랙록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주식에 대한 부정적 뷰를 가진 곳입니다. 오늘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급망 개선, 주거비 하락, 운송 비용 감소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져 내년 중반까지 Fed가 편안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수치로 떨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3~5개월은 경제 지표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더 있겠지만 그 후 Fed는 긴축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식은 오늘 많은 상승 폭을 반납했지만, 채권이나 달러, 비트코인 등은 CPI가 나온 직후 가격을 어느 정도 유지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주가가 상승 폭을 되돌린 가장 큰 요인은 차익 시현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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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하락하면서 나스닥 기술주들은 크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예외였습니다. 4.09%나 내리면서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시가총액은 한때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갔습니다(종가 기준 5043억 달러).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 주가는 예상 수익의 29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S&P500 지수의 예상 수익 17배를 훨씬 상회하지만 2010년 상장 이후 최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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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반값이라도 테슬라 주식의 가치를 보기 위해선 투자자들은 매우 대담한 가정을 해야 한다"라는 기사에서 테슬라 주가 하락의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수요 문제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수요 감소로 가격을 인하하고 생산량을 줄인다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관련된 위험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오늘 보고서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소유는 테슬라를 향한 소비자 정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소비자 감정에 대한 우려와 감소하는 수요(특히 중국)는 연말까지 주가가 150달러(모건스탠리의 약세 사례)를 시험하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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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테슬라 주가는 과거에 비해 싼 편이지만 이게 의미를 가지리면 현재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합리적 대답은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경우 업계가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홀로 이뤄낼 것으로 생각할 이유가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