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의류주 주가가 양극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대대적인 실적 하락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실적 방어를 해낼 수 있는 기능성 의류, 고가 의류 브랜드를 둔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20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의류 및 신발 품목 지출은 전체 소비지출의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 증가로 전반적인 가계 소비가 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평균 비중인 3.1%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의류비 지출 비중은 곧 평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경기침체에 의류株 양극화 전망…"기능성·고가 브랜드 업체가 견딘다"
국내 시장 역시 위축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1~7월 국내 의복 소매판매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9% 늘어났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일시적 수요 반등이 줄어들고, 소비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의류 시장에서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관련 업체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소득층 소비 둔화로 중저가 브랜드의 매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 여력이 있는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고가 브랜드와 기능성 의류 브랜드들은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같은 의류업체라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룰루레몬, 노스페이스 등 기능성 의류와 아웃도어 브랜드를 주요 고객사로 둔 영원무역은 하반기에도 실적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홈트레이닝 수요 증가와 더불어 코로나 확산세가 점차 잦아들며 야외활동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도 최근 1개월(8월22~간 9월19일) 동안 5.2% 상승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영원무역 주요 고객사인 룰루레몬의 호실적 전망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시장 점유율 상승, 수주단가 상승,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3분기 OEM 사업부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에 의류株 양극화 전망…"기능성·고가 브랜드 업체가 견딘다"
고가 브랜드가 중심인 신세계인터내셔날도 경기침체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종목으로 꼽혔다. 최근 1개월 간 주가는 7.76% 하락했지만, 소비 양극화 추세를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유안타증권은 신세계인터내셔널의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1%, 영업이익은 8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캐주얼 의류의 매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세실업의 경우 자라·H&M 등의 글로벌 SPA 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수주 실적 하락이 예상됐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주요 고객사의 실적 부진이 전망되면서 내년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며 “경기 민감도가 높은 캐주얼 의류 특성상 보수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코로나 대응 정책에 따라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2분기 중국 도시 지역 의류소비는 전년대비 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추후 방역 정책이 완화되면 중국 내 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조 연구원은 “F&F는 제로코로나 정책에도 불구하고 2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대비 77% 가량 상승했다”며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중국 의류 시장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F&F 실적도 함께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