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탐구

벤처서 도입한 레이저티닙, 글로벌 항암제 가능성
도입 상품 비중 70% 육박…수익성은 한미·대웅에 뒤져
[마켓PRO]R&D명가로 거듭난 유한양행, 레이저티닙이 게임체인저 될까?
셀트리온이 치고 올라오기 전까진 제약업계의 매출 1위 기업이었습니다. 다만 다국적제약사의 대형 품목을 판매하면서 키운 외형이었기에 ‘유통회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국내 최초로 글로벌 항암신약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연구·개발(R&D) 명가가 됐습니다.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합니다. 지난 5일 종가는 5만8300원으로, 올해 들어 6.12% 하락했습니다. 상위 제약사 중 R&D가 활발한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같은 기간 15.40%와 22.30% 상승한 점과 비교하면 초라하죠.

유한양행의 항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글로벌 항암제로 도약할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권해순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석합니다. 그는 “글로벌 임상 데이터들의 주요 결과가 아직 모두 공개되지 않았고, 글로벌 판매를 담당하는 존슨앤드존슨(J&J)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판매 시기와 이후 예상 매출액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1년간 유한양행의 주가 추이.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최근 1년간 유한양행의 주가 추이.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그래도 이달 들어 내리막을 타던 유한양행의 주가가 지난 4~5일 이틀 동안 3.55% 반등한 배경은 6~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세계폐암학회(IASLC)에서 유한양행이 레이저티닙의 임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인 데 따른 기대감이었습니다.

유한양행 주가를 좌우하는 동시에 이 회사를 ‘R&D 명가’로 재평가시킨 레이저티닙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죠.
레이저티닙, 한국의 첫 번째 글로벌 항암제 될까
3세대 표적항암제인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전임상 직전 단계에서 도입해 개발하다가, 3년만인 2018년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폐암 치료제입니다. 한국에서는 작년 1월18일에 시판승인됐습니다.

경쟁 약물로는 역시 다국적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있습니다. 기존 표적항암제를 투약하면서 생긴 내성을 피해 약효가 발현됩니다.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는 약물이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해 부작용 위험이 적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암세포가 약물에 적응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내성이 생깁니다.
(사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사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유한양행 제공
참고로 타그리소가 승인된 2016년 한미약품도 같은 계열의 약물인 올리타(올무티닙)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아냈지만, 결국 개발을 포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경쟁 과정에서 무리하게 국내 시판허가 신청과 출시를 강행했지만, 올무티닙의 글로벌 개발 파트너였던 베링거인겔하임과 중국 개발 파트너였던 자이랩이 기술을 반환하면서 결국 올리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반면 레이저티닙은 타그리소보다 개발은 늦었지만, 약효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특히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얀센이 자사의 이중항체항암 후보물질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타그리소 단독요법,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을 비교하기 위해 진행하는 임상 결과에 관심이 쏠립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와 (레이저티닙을) 직접 비교하는 임상”이라며 “타그리소 대비 (약효의) 우위가 확인된다면 시장 진입이 늦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015년 출시된 타그리소는 출시 7년차인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 시장의 3분의1만 가져와도 작년 기준 1조6878억원인 유한양행의 연매출을 가볍게 넘어서는군요.
매출 규모는 제약사 중 1위지만…상품 비중 70% 육박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유한양행은 국내 전통 제약업계의 매출 1위 기업입니다. 다국적제약사의 대형품목의 유통을 통해 올리는 상품 매출의 비중이 68.24%에 달해 유통사라는 오명을 쓰기도 하지만요. 한미약품의 경우 자체 제품 매출 비중이 90%를 웃돌거든요.

상품 매출 비중이 높으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유한양행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률은 2.88%로, 한미약품의 10.42%의 3분의1 수준입니다. 그나마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률이 5.41%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한미약품(5.67%), 종근당(9.66%), 대웅제약(6.45%)보다 낮습니다.

제약사들의 도입상품 매출은 수익성만 낮은 게 아닙니다. 의약품의 개발한 다국적제약사가 마음이 바꿔 판권을 가져가면 외형이 갑자기 쪼그라들 위험이 있죠. 최근에는 일본 다케다제약의 아시아 지역 사업권을 사들였던 셀트리온그룹이 제일약품이 판매하던 당뇨병 치료제 네시나(일로글립틴) 시리즈 3종과 액토스(피오글리타존) 시리즈 2종의 판권을 회수하고 직접 판매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두 의약품 시리즈의 작년 기준 원외처방액은 모두 577억원으로, 제일약품 연간 매출액의 8% 수준입니다.

다만 유한양행이 도입해 판매하는 의약품 중 길리어드사이언스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베믈리디(테노포비르) 등은 개발사가 갑자기 판권을 회수해갈 위험이 적다는 게 회사 측의 생각입니다. 길리어드가 유한화학이 생산한 원료의약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길리어드는 2019년 유한양행이 보유한 초기 단계의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모두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을 주기로 하고 도입한 바 있을 정도로 두 회사는 돈독한 사이입니다.

마찬가지로 유한양행에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와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의 판매를 맡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2019년 유한양행으로부터 또 다른 NASH 및 관련 간질환 치료 후보물질을 도입해간 바 있습니다.
'주인 없는 회사' 리스크 완전히 사라졌나
유한양행은 2018년부터 이 같은 R&D 성과는 쏟아냈습니다. 지금까지 맺은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의 규모는 4조원에 달하죠.

배경은 작년 3월 퇴임한 이정희 전 사장(사진)입니다. 2015년 3월 취임한 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중심으로 한 R&D 투자를 공격적으로 감행했거든요. 그 첫 성과물이 레이저터닙이었고요.
이정희 전 유한양행 사장. /사진=신경훈 기자
이정희 전 유한양행 사장. /사진=신경훈 기자
단순히 레이저티닙 하나만으로 유한양행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이 전 사장 취임 이후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을 비롯해 제넥신, 앱클론, 파멥신, 애드파마, 네오이뮨텍 등 바이오벤처에 수천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이 전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5년 초에는 9개에 불과했던 신약 파이프라인이 퇴임 직전인 2020년 말에는 30개로 늘었습니다. 이중 22개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한 물질들이죠.

이런 성과를 만들어낸 이 전 사장은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욱제 사장에게 바통을 넘기고 물러났습니다. 유한양행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업계 내에서도 역대급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전 사장이 6년만에 후배에게 자리를 넘긴 건 유한양행이 소위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1969년 이후 53년째 연임을 한 번 할 수 있는 임기 3년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되고 있죠.

사실 이 부분이 유한양행의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전 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매출 규모로는 제약업계 1위에 올라 있으면서도 R&D에는 소극적인, ‘유통사에 가까운 회사’가 된 구조적 이유이니까요.

📁유한양행 프로필(8월5일 종가 기준)
현재주가: 5만8300원
PER(12개월 포워드): 35.30배
동종업계 PER: 한미약품(41.39배), 대웅제약(20.64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580억원(전년 대비 +19.34%)
목표주가: 8만3250원(1년 전)→7만9618원(현재)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