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사진=한경 DB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사진=한경 DB
삼성전자가 다시 '6만 전자'로 주저 앉으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삼성전가 주가는 오너일가가 지분을 처분해 현금 1조37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하락했다. 주주총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가가 다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1994만1860주를 기관투자자 대상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통해 처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지분 0.33% 처분을 위해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이다.

주당 매각가는 23일 종가(7만500원)에서 2.4% 할인된 6만8800원으로 결정됐다. 처분 물량은 삼성전자 지분 0.33% 수준으로 1조3720억원에 이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는 전날 1% 가까이 하락하며 7만원을 밑돌았다. 3거래일 만에 다시 6만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 6만9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지난 16일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지 약 일주일만에 오너일가의 블록딜 이슈가 불거지면서다. 당시 주총에선 주가와 관련된 예민한 질문이 이어졌다. 때문에 삼성 오너가는 주주들의 입장을 모르는거 같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당시 주총장에서 소액주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를 경영진으로부터 직접 듣기 위해 왔다"라고 언급하는 등 주가와 관련된 질문을 쏟아냈다. 게다가 주총장 인근에선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사태와 주가 하락 등의 책임을 묻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번 이슈가 저점 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있다. 실제로 개인들은 삼성전자가 주당 7만원을 밑돌 때마다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전날 주가가 7만전자를 밑돌았지만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663억원, 9525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1조422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지난 21일에도 삼성전자가 7만원을 밑돌자 개인 홀로 314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81억원, 1806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6만8000원대까지 밀려난 뒤 반등하는가 싶던 주가가 올해 들어 긴축 우려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겹악재에 재차 '6만전자'로 내려앉자 개인들은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도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전자 현재 주가와 관련해 할인율 상승과 비메모리 경쟁력 우려를 모두 반영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수요 훼손 우려까지 일부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GOS 사태 이후 비메모리와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적으로 낮아진 것은 아쉽다"면서도 "비메모리 파운드리 시장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며, TSMC와 경쟁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DB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전자 연간 매출액이 14.3% 증가한 319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25.6% 늘어난 64조8000억원을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 예상치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IT업체들 주가 급락과 나스닥 지수 급락,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글로벌 이슈로 삼성전자 주가도 단기 급락했다"면서 "경쟁사 생산 이슈와 일부 부품 숏티지 등의 영향으로 메모리 가격 반등은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돼 뚜렷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