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3개월 만에 2800선 아래로 추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 공포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현금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4일 코스피지수는 1.49% 하락한 2792에 장을 마쳤다. 2020년 12월 23일(2759.82) 후 1년1개월 만에 28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하락 원인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47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불안감에 휩싸인 개인도 주식을 701억원어치 팔았다. 일본 닛케이지수(0.2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04%) 등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비교적 선방했지만 유독 국내 증시만 맥을 못 췄다.

삼성전자(-0.66%)를 비롯해 LG화학(-3.31%) 카카오(-1.96%) 포스코(-2.66%) 등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의 낙폭은 더 컸다. 2.91% 하락한 915.40에 마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만든 주가지수 KEDI30(KEDI 혁신기업ESG30)은 1.68% 하락한 2616.5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1일 미국 증시가 하락 마감한 게 이날 개장 초부터 부담으로 작용했다. Fed가 본격적으로 유동성 흡수(양적긴축)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물론 미 증시 전반이 부진한 상태다. 나스닥지수는 21일 1.3% 떨어지면서 올 들어 하락률이 12%에 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도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악재였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발(發) 수급 문제도 악재로 꼽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의 현재 상황이 10년 이상 꾸준히 주가가 오른 이후에 나타나는 조정장의 시작이라고 보면 조정의 폭과 길이가 길어질 수 있다”며 “그 영향을 받는 국내 증시에선 주가보다는 기업의 본질 가치에 집중하거나 일시적으로 현금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원/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