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표(CEO) 모습. /사진=연합뉴스(REUTERS)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대표(CEO) 모습. /사진=연합뉴스(REUTERS)
작년 코스피지수는 31% 급등하며 개미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 증시가 신고가를 경신하는데도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개미들 사이에선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주식 게시판에서는 미국과 국내 주식 계좌를 비교하는 ‘인증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 때문에 전체 수익률을 망쳤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한 개인투자자는 “국장은 7000만원 넣어 2000만원 손실인데, 미국은 1300만원 중 벌써 800만원 수익”이라고 했습니다. 한 삼성전자 주주는 “국장하다 열받아서 미국으로 옮긴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말이 과장은 아닙니다. 코스피가 올해 0.81% 오르는 동안 S&P500은 23.7%(이하 2일 기준) 급등했습니다. 나스닥 상승률도 21.1%로 코스닥(2.1%)의 10배에 달했습니다. 전통 제조업 위주의 다우지수도 14.61% 상승했습니다.
사진=네이버 카페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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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종목으로 보면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국내 투자자 보유 1위인 테슬라는 올해 49% 급등했습니다. 2위인 애플은 26.5%, 3위인 엔비디아는 145% 상승했습니다. 4~5위인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도 66%, 51%씩 올랐습니다.

국내 종목은 처참합니다. 1등 국민주인 삼성전자는 올해 9% 하락했습니다. 1월 장중 고점(9만6800원)과 비교하면 손실이 20%에 육박합니다. ‘제2 국민주’로 주목받았던 카카오도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개미들의 ‘단골종목’으로 불리는 셀트리온, 씨젠, HMM 등은 반 토막 났습니다. 이들 종목은 시장이 빠질 때 몇 배로 더 하락했습니다. 순매수 종목으로 보면 올해 수익을 낸 개미가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일부 개미들은 공매도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지난 5월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개미들은 돈을 벌 수 없는 환경이 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사진=블라인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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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원인은 기업 환경입니다. 미국은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혁신 기업을 배출해왔습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미국 주가지수의 우상향에 기여해왔습니다.

미국 증시를 받쳐주는 퇴직연금도 큰 힘입니다. 미국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은 미국 증시에 투입됩니다. 그 규모가 수천조원에 달합니다. 퇴직연금의 90%가 예·적금에 들어가는 국내 퇴직연금과 대조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노후자금의 대부분이 주식에 있기 때문에 미국은 증시 부양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주주가치 제고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자사주 매입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S&P500에 상장된 기업들은 총 6830억달러(약 800조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 두 배에 해당합니다.

애플은 올해 900억달러(106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간 순이익의 절반이 넘습니다. 알파벳도 500억달러(59조원) 규모를 매입할 계획입니다. 기업 사이즈를 고려해도 국내 업체들과 비교가 안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미들은 22%의 세금을 내더라도 미국 주식을 기꺼이 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내 주식이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국내 주식과 달리 해외 주식은 250만원을 넘어서는 양도차익에 대해 22%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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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