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 연쇄 폐업 신호탄?

고정비 늘고 반도체 공급난
車 생산감소에 부품사 직격탄
펠리세이드 일부 생산 차질도

車부품사 5년간 100여곳 폐업

부품 1만개 적은 전기차 시대
준비 안된 부품사 84% 달해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업체에 루프랙을 납품하는 1차 협력회사 진원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자동차 생산 감소가 20년 역사의 부품사마저 문 닫게 했다. 진원의 법정관리에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일부 완성차업체 공장은 한때 생산 차질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우수 협력사 진원도 쓰러졌다

고정비 증가에 생산량 감소까지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5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진원에 대해 모든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진원에서 ‘돈을 더 빌려줄 수 없겠냐’는 요청을 받았지만, 빚이 너무 늘어 더 이상 지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울산에 본사를 둔 진원은 2002년 설립된 루프랙(차량 지붕에 짐을 싣게 하는 장치) 전문회사다. 업계에서는 탄탄한 부품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매출 544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올렸지만 1년 내 갚아야 하는 은행 빚만 200억원가량으로 늘면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매출은 6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지만, 법정관리를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고정비 증가와 함께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생산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올해 1~10월 생산은 284만219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코로나19로 11.2% 급감한 작년보다 생산대수가 더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0.3%, 5.7% 증가했지만 르노삼성(-3.2%) 한국GM(-31.3%) 쌍용차(-23.9%)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경기 화성에서 자동차부품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홍모 대표는 “최근 고정비 부담으로 한 달간 공장 문을 닫았다”며 “수주는 없는데 인건비는 그대로 나가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에서 부품업을 하는 이모 대표도 “생산성에 상관없이 채용만 하면 월 250만원을 줘야 하는데 어떻게 감당하겠냐”며 “해고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법정관리로 가는 게 낫다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1차 협력사 수는 지난해 744개로, 2019년 대비 80개 줄었다. 올해는 ‘700개 선’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 전환에도 무방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쓰러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선 “전기차 전환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부품사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엎친 데 덮쳐 정부의 급격한 탄소중립 정책이 부품사 줄폐업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7%(1만1000개) 적은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 기존 부품업체가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2025년 전기차 생산량이 전체의 20%에 달하면 고용은 30%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생산량이 전체의 30%로 늘어나는 2030년엔 38%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외국계 3사가 고용 타격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동차 부품사 10곳 중 8곳은 전기차 전환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매출 500억원 미만 기업의 미래차 전환율은 16.1%에 불과했다. 83.9%는 미래차 전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자동차산업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선 규제보다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원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 등 규제 부담은 줄이고, 미래차 전환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