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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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여간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유사수신 사기 등 암호화폐 관련 범죄는 333건으로 2018년의 다섯 배를 웃돌았다. 코인 투자 열풍에 편승해 투자자를 속여 한몫 챙기려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이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암호화폐 관련 범죄는 333건(검거 인원 560명)이었다. 2018년 62건(139명), 2019년 103건(289명)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지난 3월 기준 26건(37명)이 적발됐다. 경찰과 금융감독원 등이 지난달부터 코인 관련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있는 만큼 올해 건수와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 올 3월까지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액은 9842억원으로 집계됐다.

범죄 유형에선 지난해 기준 유사수신 및 다단계 사기 등이 218건(65.5%)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정 코인에 투자하면 월 10% 이상 고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다수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거액을 편취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코인을 대신 사주겠다며 돈을 받아 빼돌리는 등의 기타 구매대행 사기가 84건(25.2%)으로 뒤를 이었다.

이 의원은 “정부는 ‘(암호화폐를) 인정은 못해도 세금은 걷겠다’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범죄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인 레버리지 1000배' 상품 유혹…투자금 '먹튀'도

유사수신과 다단계 사기도 대표적인 코인 관련 범죄 유형이다. 금융당국의 허가나 등록 없이 이자 지급 약정 등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되지만, 원금 보장과 특정 비율의 수익금 보장 등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찰은 코인플랫폼 사업에 투자하면 월 10%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며 1000여 명으로부터 276억원을 빼돌린 26명을 검거한 바 있다.

경찰이 불법 다단계 영업 혐의로 수사 중인 암호화폐거래소 브이글로벌 사건은 조(兆) 단위 피해가 우려된다. 경찰은 이 회사 대표와 임원들을 상대로 구속수사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일 2% 배당금 지급과 400% 수익 보장을 약속한 후 7억원대 자금을 모은 한 암호화폐거래소 대표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최근엔 100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 등을 내세워 암호화폐 선물거래 투자금을 모은 한 암호화폐거래소의 ‘먹튀’ 의혹 사건도 있었다. 유튜브와 SNS 등에서 ‘코인 투자로 돈 버는 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A거래소가 최근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 거래소는 레버리지가 수백~1000배에 달하는 고위험 코인 선물거래 상품을 홍보했다. 코인 가격이 상승할지 하락할지 등 미래 시세 흐름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시세 방향이 맞으면 높은 수익이 나지만, 반대의 경우 증거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A거래소 투자자들은 거래소 측을 검찰에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 구매자들의 자금 인출을 거부하는 유형의 거래소 먹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본격 시행되는 오는 9월부터는 시중은행과 실명 계좌를 연동한 거래소만 영업할 수 있다. 앞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중소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남은 4개월여 동안 끌어들인 자금을 9월부터 먹튀하는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인혁/박진우/양길성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