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도 인정한 '입법 예측 빅데이터'…美 한국계 20代 억만장자 나온다
한국계 미국인이 주도적으로 창업한 회사가 미국 상장을 추진하면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에 이어 또 한 명의 한국계 억만장자(자산 10억달러 이상 부호)가 탄생하게 됐다. 게다가 이번엔 ‘무려’ 20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정치·법률 영역과 결합한 사업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제2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로 떠오르고 있는 팀 황 피스컬노트 대표(29·사진)가 주인공이다.

“이 법안의 통과 여부, 우리는 안다”

CIA도 인정한 '입법 예측 빅데이터'…美 한국계 20代 억만장자 나온다
황 대표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7월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스물한 살에 창업한 지 8년 만이다. 이 회사는 올초 호주 상장을 먼저 준비했다가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가 역대 최고조에 이르면서다. 상장은 JP모간이 주관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2조~3조원대로 예상된다.

피스컬노트의 주요 고객은 정부 기관과 금융회사, 대기업 등이다. 미국 국방부, 미국 중앙정보국(CIA),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 회사의 대표적 서비스는 실시간 법안 모니터링, 입법 추적과 예측, 정책 분석, 컨설팅 등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어떤 법안이 발의됐는지, 이 법안이 통과될지, 법 시행 후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국 네브래스카주가 항공 유류세 인상 법안을 추진하자 피스컬노트의 실시간 모니터링 알람을 통해 사전에 대응, 법안 통과를 막았다. 황 대표는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 알고리즘으로 미국 법안 통과 예측 정확도가 94%에 이른다”며 “법안뿐만 아니라 9·11 테러나 필리핀 폭동, 월가 시위, 조세 저항 움직임 등 모든 정치적 사건사고 데이터도 우리의 레이더망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9980만달러(약 1110억원)를 기록했다. 연간 이용료를 선불로 받는 구독 사업을 통해 매출이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비스 항목별로 요금제가 11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2000만원부터 10억원대까지 다양하다.

모텔방에서 라면 먹으며 코딩

정치인이 꿈이었던 황 대표는 프린스턴대 재학 시절 중국계 미국인인 고교 동창 두 명과 함께 피스컬노트를 창업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에서다. 그는 “미국에서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과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이 돼 이를 바꿔보려고 정치학과에 입학했는데, 돌이켜보니 세상을 바꾸는 건 정치가 아니라 기술이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처음엔 야심 차게 실리콘밸리로 갔다. 임차료가 비싸 할 수 없이 하루 70달러짜리 캘리포니아 서니베일모텔에서 다섯 명이 생활했다. 피자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고 주 7일, 새벽 두 시까지 코딩을 했다. 극적인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억만장자 기업가이자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번에게서 투자를 받으면서다. 황 대표는 아무런 기대 없이 큐번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45분 만에 답장을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큐번은 74만달러(약 8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야후 설립자 제리 양이 출자한 AME 클라우드 벤처를 비롯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S&P글로벌, 미국 최대 사모펀드(PEF) 아폴로 등 ‘미다스의 손’이 줄줄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섰다. 국내에서는 레이크브릿지 에쿼티 파트너스가 투자를 주도했다.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피스컬노트는 데이터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2018년에는 이코노미스트 산하 정치전문지 CQ롤콜을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했다. CQ롤콜은 백악관과 미국 의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꼽힌다. 이를 통해 피스컬노트는 200여 명의 정치 전문기자를 보유하게 됐다.

황 대표는 “지난 40년간 정치 경제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해온 블룸버그와 톰슨로이터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미국과 한국 정부를 잇는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