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를 주도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은 10월까지만 해도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코로나19 사태의 반사이익과 성장성이라는 두 바퀴로 함께 달렸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2300대에서 2700대로 오른 지난 한 달은 달랐다. 배터리·바이오는 시장을 이겼고, 인터넷·게임은 시장에 밀렸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상승 여력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달라진 영향이다. 변화에 민감한 자산운용사들도 이 같은 흐름을 좇고 있다.
BBIG, 급등장에서 '엇갈린 행보'

갈라지는 ‘BBIG’

8일 삼성SDI는 1.28% 오른 5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유일하게 올랐다. 상승하던 코스피지수는 2700선에서 멈칫했다. 1.62% 떨어진 2700.93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1조1263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457억원, 27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700까지 거침없이 오른 한 달간 BBIG의 상승폭은 차이를 보였다. ‘BB(바이오·배터리)’는 계속 갔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5.91%)와 셀트리온(-13.26%)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그동안 급등에 따른 조정으로 증권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11월부터 이날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21.40%, 45.22% 올랐다.

배터리주도 강했다. 같은 기간 LG화학(32.73%) 삼성SDI(25.11%) SK이노베이션(40.23%) 등은 코스피지수보다 더 올랐다.

‘IG(인터넷·게임)’는 달랐다. 네이버는 11월부터 이날까지 1.72% 떨어졌다. 카카오도 13.4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9.13%였다. 엔씨소프트(12.62%) 넷마블(9.40%) 등 게임주도 코스피지수보다 못 올랐다.

달라진 투자방정식

올해 시장을 주도했던 개인이 매도에 나선 영향이다. 개인은 수익을 본 BBIG 종목을 팔면서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는 흐름을 보였다. 개인이 12월 들어 엔씨소프트를 9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등장도 변수였다. 바이오와 배터리는 시장 자체가 계속 커지는 고성장산업이다. 반면 인터넷과 게임 업종은 경기 회복에 따라 내년 실적 눈높이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이런 주가 흐름의 차별화가 일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업종별 차별화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시대 흐름을 보면 BBIG의 우상향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도 ‘환승 중’

올해 국내 시장에서 15조원 넘게 순매도한 자산운용사(투자신탁+사모)는 BBIG 전체 비중을 줄이고 있다.

투신은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자산운용사 전체(투신+사모)도 23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4분기에만 순매도 금액이 4조원에 육박한다.

투신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삼성전자(2703억원)를 가장 많이 팔았다. 네이버(1186억원) LG화학(462억원) 삼성SDI(437억원)도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BBIG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을 했단 얘기다.

같은 기간 투신은 SK이노베이션(407억원)을 가장 많이 샀다. 에쓰오일도 176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을 보면 정유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SK(226억원) GS건설(194억원) 한국조선해양(166억원) 등 그동안 덜 올랐다고 평가받은 저평가·경기민감주들이 기관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코로나19 백신 얘기가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확연하게 바뀐 데 따른 변화”라며 “쏠렸던 포트폴리오에 대한 비중 조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윤상/한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