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 등 계열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두산그룹, 전방위 자금확보…중공업 사업부 매각·메카텍 담보 차입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재무적투자자(FI)를 만나 유동화가 가능한 계열사 주식, 매출채권 등을 기반으로 자금 조달을 타진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두산메카텍의 주식담보대출에 참여하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두산메카텍은 2016년 두산건설의 화공기자재(CPE) 사업부가 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주)두산은 지난 5일 두산중공업에 보유 주식을 전량 현물출자했다. 당시 지분 가치는 2382억원으로 평가됐다. 두산중공업은 이 대가로 신주 4410만2845주를 발행해 (주)두산에 넘겼다. 두산중공업은 보유한 두산메카텍 지분을 담보로 1000억원가량을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일부 사업부 매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보일러와 터빈 등을 생산하는 발전설비 부문을 제외한 일부 사업부를 팔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의 사업부문은 크게 원자력 설비, 발전플랜트 EPC, 건설사업부, 담수 및 수처리 설비, 발전설비로 구성돼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말 (주)두산의 전자사업부문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95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주)두산은 비슷한 시기에 2년 만기 회사채 75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두산그룹은 이 같은 전방위 자금 유치를 통해 상반기에 총 1조원가량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건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 여파로 본업인 원전과 석탄화력 사업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8조4000억원 수준이던 이 회사의 신규 수주 물량은 지난해 1~9월 기준 1조1800억원에 그쳤다. 작년 1~9월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628억원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 줄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감한 사전 구조조정으로 난관을 돌파해온 두산그룹이 이번에도 선제적인 재무개선 작업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김채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