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주식 거래시간 30분 단축 추진…여의도 '시끌시끌'
여권이 주식시장 폐장 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2016년 8월 거래시간 연장 당시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증권업계와 금융당국 간 찬반이 팽팽하다. 업계는 근로시간만 늘었을 뿐 거래량은 오히려 줄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년 만에 없던 일로 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개의치 않는다”와 “사실상의 투자 제한”이라는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증권가에선 거래시간이 늘수록 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원인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 급증과 해외 주식 거래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거래시간 30분 연장 후 거래량 되레 감소

31일 여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주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주식시장 마감 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기기 위한 투자자 설문을 벌인다. 한국거래소도 설문조사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설문 대상은 개인과 기관투자가로, 한국갤럽이 조사를 맡는다. 김 의원은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마감시간 단축 의견이 더 많을 경우 정치권, 유관 기관 등과 함께 거래시간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작년부터 금융위원회와 거래소, 금투협 등이 참여한 거래시간 단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거래소는 금융위와 상의해 2016년 8월 1일부터 주식시장 거래 마감시간을 오후 3시에서 3시30분으로 연장했다. 거래량을 늘리고 중화권 시장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전격 결정됐다. 정규장 매매시간도 종전 6시간에서 30분 늘었다.

의도와 달리 주식시장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거래시간 연장 직전 1년간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4억3616만 주였다. 거래시간 연장 후 1년간 거래량은 3억5964만 주로 오히려 17.5%나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도 4조8044억원에서 4조7647억원으로 소폭이지만 감소했다. 거래소는 당시 거래금액 증가액이 하루 평균 최소 2600억원, 최대 6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까지도 하루 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마감시간 연장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 시장 매력 저하가 문제”

거래소와 금융위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휴대폰 등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엄지족’이 늘어서다. 과거 전화와 컴퓨터로 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보완 수단이던 MTS가 주된 거래 수단이 됐다. 한 증권사 사장은 “직장인들은 주로 휴대폰을 통해 업무 중 매매를 한다”며 “오전 시간에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MTS를 이용한 주식 거래 비중(체결량 기준)은 2010년 3.8%에서 작년 40.2%로 증가해 HTS 비중(43.3%)에 근접했다.

해외 주식 거래가 늘어난 것도 한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5년 72억6000만달러 수준이었던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액은 지난해 170억7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이 떨어진 게 거래량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근무시간 늘어난 증권사 직원들 불만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은 매매시간을 원위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간외 근무 없인 주 52시간 근로 제도를 지키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오전 9시 열리는 주식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통상 오전 7~8시에 출근한다. 주 52시간 제도를 지키려면 늦어도 오후 5시에 퇴근해야 한다. 한 증권사 직원은 “증시 폐장시간이 30분 연장되면서 6시 이후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작년 10월 증권사 직원 25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마감시간 연장 이후 10명 중 7명꼴(응답자 71.7%·1845명)로 시간외 근무가 늘었다고 답했다. 대안을 묻는 질문엔 △거래시간 원상복귀(67.5%) △점심시간 휴장(16.3%) 등을 제시했다. 한국의 주식 거래시간이 대만(5시간30분), 일본(5시간), 중국(4시간)에 비해 너무 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불과 3년 만에 다시 거래시간을 줄이는 것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지 거래량 증가를 위해서만 거래시간을 연장한 게 아니다”며 “중국 증시 마감 시간인 오후 4시(현지시간 오후 3시)와 맞추는 등 여러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유보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 재구축 등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효과를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섭/오형주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