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상장된 일본 게임회사 SNK의 주가가 상장 두 달만에 반토막 났다. 실적악화와 함께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것이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SNK는 이달들어 코스닥시장에서 17.31% 하락했다. 지난 19일 종가는 2만550원이다. 지난 5월7일 상장한 SNK는 주가가 공모가(4만400원)의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지난달 말 선보인 새 게임 ‘사무라이 쇼다운’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최근 한·일관계 악화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 게임들의 매출감소에 따른 실적둔화 우려도 주가하락 요인”이라고 말했다.

SNK는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사무라이 스피리츠’ ‘메탈 슬러그’ 등의 게임을 만든 회사다. 2000년대 초반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몰락과 함께 도산한 뒤 중국 자본에 매각됐다. 이후 인기 게임들의 캐릭터, 스토리 등을 활용한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상장 직전까지만해도 증권가는 SNK에 큰 기대를 걸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7월까지 15개의 새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고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하락이 계속되자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희망을 걸어볼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 회사를 탐방한 오동환 연구원은 “오는 11월 구글의 게임 플랫폼 ‘스테디아’에서 신작을 출시하는 등 확장에 적극적”이라며 “오는 4분기부터는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전망했다.

SNK는 전체 IP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달해 한·일 관계 악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SNK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최대주주(41.6%)는 중국 회사인 레도 밀레니엄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