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8일 오후 3시10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의 기업 신용공여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만기 1년 이하 단기어음 발행 등으로 조달한 대규모 실탄을 적극적으로 기업 대출에 투입한 결과다.

[마켓인사이트] 대형 IB '기업 신용공여' 10兆 돌파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7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 신용공여 금액 합계액은 총 10조21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말 1조9194억원이었던 규모가 2년여 만에 다섯 배 이상 불어났다.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수신업무가 허용된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2016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이 중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8조원 이상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를 활용한 수신업무를 허용했다. 그 이후 한국투자증권(2017년 11월), NH투자증권(2018년 5월), KB증권(2019년 5월)이 차례로 단기금융업 자격을 획득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한도로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됐으며, 이 중 적잖은 금액을 기업금융에 쓰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전체 기업 신용공여 중 6조9087억원은 대기업, 3조934억원은 중소기업에 투입했다. 기업금융 관련 신용공여 금액은 총 3조7146억원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및 인수금융(3조2249억원)이 차지했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길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다.

증권사별로 보면 메리츠종금증권(3조1375억원)이 가장 많은 금액을 기업 신용공여에 투입했다. 신용공여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1조7704억원)을 통해 이뤄졌다. 미래에셋대우의 신용공여 금액이 1조5396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NH투자증권(1조4325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794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형 IB들의 기업 신용공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금융 쏠림 현상’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전체 기업 신용공여의 37.5%(3조7510억원)를 부동산으로 채웠다. 메리츠종금증권(56.4%)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39.3%) 한국투자증권(38.0%) 등 적잖은 곳의 부동산 금융 비중이 30%를 웃돌고 있다. 부동산 금융은 최근 업황 악화로 부실 발생 우려가 커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올해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규모 상위 1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사업현황을 조사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감독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감이 빠르게 늘어나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전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었으나 증가한 한도는 모두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쓸 수 있어서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조달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만으로는 새 한도를 채우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대부분이 기존 신용공여 한도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규제 완화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중 신용공여 금액이 자기자본의 100%가 넘는 곳은 메리츠종금증권(126.9%)뿐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