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문가 백인균 씨 내정
칸서스운용과 소송 등 과제 여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KDB생명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수석부사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늦어도 내년 초까지 KDB생명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재욱 KDB생명 사장을 도와 매각 작업을 추진할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백인균 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장(부행장·56)을 새 KDB생명 수석부사장으로 내정했다. 이달 중 KDB생명 이사회에서 선임 절차를 거쳐 공식 인사가 날 예정이다. 백 부행장은 기업금융, 구조조정, 인수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벤처투자, 사모펀드(PE) 등의 업무를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작년 초 정 사장과 함께 취임한 임해진 현 수석부사장은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을 속도감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 사장을 도와 조직을 장악하고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2009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떠안았다. 10년 동안 세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저금리와 고령화, 경쟁 격화 등으로 생명보험업 리스크가 가중된 상황에서 주인을 제대로 찾지 못한 KDB생명의 영업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2016~2017년에는 각각 1016억원, 767억원 적자를 냈고 지급여력비율(RBC)도 급격히 하락했다.
이 회장은 작년 초 금융보험업 전문가로 금융연구원 동료였던 정재욱 세종대 교수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영업 기반을 다시 되살렸다. 이를 바탕으로 KDB생명은 지난해 흑자전환(639억원)했다. RBC는 2017년 말 108.5%에서 지난 3월 말 212.8%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매각 성사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강하다. 2대주주 칸서스자산운용과의 소송전 등 복잡한 해결과제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정 사장에 이어 올해 수석부사장까지 교체한 것은 전문가 투입을 통해 KDB생명을 정상화하고 매각하겠다는 이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