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3일 오후 4시55분

국내 증권사에서 지난해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업무 분야는 부동산금융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고수익 먹거리로 떠오른 부동산금융 직원들에게 후한 성과급을 지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외 자산관리, 트레이딩 등의 분야에서 고액 연봉자가 많이 나왔다.
[마켓인사이트] IB 고액연봉자 70%, 부동산금융 업무
한국경제신문이 3일 국내 23개 증권사의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5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123명(공시 대상) 가운데 부동산금융 관련 직원이 약 22%인 27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들은 2017년도 사업보고서부터 보수 총액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과 미등기 임직원(상위 5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부동산금융을 포함하는 투자은행(IB) 업무 종사자는 총 40명(약 33%)이었다.

IB 부문 내에서는 70% 가까이를 차지한 부동산금융 외에 회사채 인수(7명), 사모펀드(PE) 운용(3명), 업무 총괄(3명) 순으로 고액 연봉자가 많았다. 기업공개(IPO) 등 주식발행(ECM) 담당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부동산금융이 IB 부문 수입의 절반을 웃돌기 시작하면서 증권맨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무로 떠올랐다”며 “경력을 쌓은 직원들이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이직하는 사례가 많아 성과급도 후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동산금융 관련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 부사장이었다. 급여(2억5000만원)와 상여(24억4000만원)를 합쳐 약 27억원을 받았다.

다음으로는 박정준 부국증권 IB사업본부 부사장(19억7000만원)과 김철은 유진투자증권 IB본부장(19억7000만원)이 많았다.

부동산금융 담당자들은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업무로 회사에 고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아파트 신축 등 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에서 대출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건설사들이 직접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량 증권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핵심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분양 실패에 대비해 아파트를 담보로 건설자금을 대출해주는 계약(미분양 담보대출 확약)은 보증금액의 3% 안팎을 수수료로 선취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금융이 너무 커지면서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온다”며 “회사채나 주식 인수 등 정통 IB 업무를 맡아온 직원들의 이탈이 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IB가 아닌 증권사 주요 사업 부문인 자산관리(리테일)와 트레이딩(파생상품 포함)에서는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가 각각 21명과 20명에 달했다. 회장과 부회장 또는 전·현직 최고경영자 34명은 지난해 평균 14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태호/이고운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