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적정'에도 내부통제 '낙제점' 받는 상장사 늘어

新외감법 시행에 검증 깐깐해져
"상장사 부담 대폭 확대"
코스닥시장에서 ‘내부통제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회계법인들이 감사의견과 별개로 내부회계관리제도도 깐깐하게 검증하기 시작하면서다. 상장기업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 검토의견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기업은 올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무엇보다 감사의견 ‘적정’을 받고서도 내부통제 시스템에서 ‘낙제점’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내부통제 미비로 졸지에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기업도 생겨났다.
코스닥에 불어닥친 '내부통제 리스크'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기업 급증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내부회계관리 검토의견 비적정 기업은 지난해 21개에서 올해 28개로 늘었다. 아직 13개사가 2018사업연도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부회계관리 검토의견이 비적정이라는 말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퇴출 위기에 놓인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내부회계관리 비적정을 받는다.

시장이 걱정하는 건 감사의견이 적정임에도 내부회계관리 검토의견이 비적정으로 평가된 기업들이다. 2018사업연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디젠스(546 +0.92%) 예스24(6,570 0.00%) 리켐(3,515 -3.57%) 유테크(2,160 -13.60%) 파인테크닉스(2,410 +1.47%) 마이크로텍(2,180 +0.23%) 엘앤케이바이오(7,010 0.00%) 등이 해당한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에 한해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기업을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2017사업연도부터 2년 연속 내부회계관리 비적정을 받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가동된다.

엘앤케이바이오는 내부통제 미비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갑작스럽게 퇴출 위기에 놓였다. 외부감사인이 뒤늦게 매출인식 기준 오류를 발견하면서 2018사업연도뿐 아니라 2017사업연도에 대해서도 정정 보고서를 통해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의견을 제시하면서다.

거래소는 엘앤케이바이오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따지고 있다. 주식 거래는 지난 20일부터 정지시켰다. 감사의견 거절이 아님에도 갑작스럽게 퇴출 위기에 놓이면서 회사는 물론 주주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계약서 내용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는데 계약서 정보공유 체제에 문제가 있어 내부통제 절차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감사보고서가 정정되면서 순식간에 퇴출 위기에 놓인 이례적인 사례”라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게 상장 규정의 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시장조치”라고 말했다.

엘앤케이바이오는 상폐 위기

새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내부통제 검증이 한층 까다로워질 예정이다. 올해 사업연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164곳)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검토의견이 아니라 감사의견을 받아야 한다. 대상 기업은 △2020년 자산 5000억~2조원 △2022년 1000억~5000억원 △2023년 1000억원 미만 상장기업으로 확대된다. 외부감사인이 앞으로는 매출, 구매, 생산 등 주된 활동과 관련된 회사의 주요 내부통제 자체를 검증하게 된다.

외감법상으로 내부회계관리 비적정 기업에 대해선 지정감사인 적용과 같은 직접적 패널티는 없다. 지정감사인을 적용하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회계법인이 외부감사에서 배제되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부통제 미비 기업에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같은 조치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걱정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와 주주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우려가 크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에 강화된 검증이 시작되면 자칫 상장폐지 기업이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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