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비적정(의견 거절·부적정·한정)을 받은 기업 중 절반은 ‘감사범위 제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회계처리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만 준비했다면 비적정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비적정을 받은 기업이 감사의견을 돌리기 위해 기존 감사보수의 평균 2.6배에 달하는 재감사 비용을 지급하는가 하면 감사의견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회계 리스크’가 상장사의 주요 경영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감사의견 非적정 기업 절반이 '자료 미비' 때문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장사의 재감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간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은 총 79곳이다. 이 중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거절이 30곳,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이 10곳으로, 총 40곳이 감사범위 제한 사유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비적정의 절반가량인 50.6%에 해당한다. 나머지 39곳은 계속기업 불확실성, 회계처리기준 위배 등에 따른 비적정 의견이었다.

감사범위 제한이란 감사인이 감사의견을 내기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을 때 제시하는 의견이다. 김정흠 금감원 회계기획감리실장은 “회사와 감사인이 소통하고 증빙서류를 준비하기만 했어도 예방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감사의견 非적정 기업 절반이 '자료 미비' 때문
비적정을 받은 뒤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재감사에 들어간 기업은 지난 5년간 총 49곳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6곳에서 2017년 20곳으로 증가했다.

재감사 기업의 53.1%(26곳)가 재감사를 통해 ‘적정’으로 감사의견을 돌려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재감사 비용을 비싸게 치렀다. 재감사보수(포렌식 등 타 회계법인 용역 제외)는 2017년 기준으로 기존 감사보수의 2.6배 수준에 달했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됐다가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고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를 했다가 27일 적정 의견을 받은 코스닥 상장사 이디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26일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고 공시한 디젠스도 27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11.7% 올랐다. 이들 기업의 경우 회계리스크는 해소됐지만 기업가치가 변한 것은 아닌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짝 상승’에 그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삼화전자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6일엔 4.5% 올랐지만 다음날 4.4% 하락했다.

하수정/노유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