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감사에 착수한 회사 중 절반 이상이 재감사 후 '적정의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감사 보수는 당초 감사보수보다 평균 2.6배 수준으로 높은 편이어서 본감사 초기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 회사는 총 79사로 집계됐다. 2013년 10사, 2014년 14사, 2015년 11사, 2016년 17사, 2017년 27사로 증가 추세다.

이가운데 66사가 이의신청 등 거래소의 구제절차를 거쳤고, 최종 49사가 당초 감사인과 재감사 계약을 체결했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회사수 대비 재감사 착수 비율은 2016년 59%에서 2017년 74%로 늘었다.

연도별 재감사 계약 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연도별 재감사 계약 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재감사 회사 49사 중 감사의견이 비적정에서 적정으로 변경돼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된 회사는 26사로 절반이 조금 넘었다. 비적정 감사의견의 주요 원인은 감사범위 제한이다. 전체의 50.6%가 이같은 이유로 비적정 의견을 받았다.

특히 종속회사·관계기업투자 등 투자활동이나 매출채권 등과 관련해 자금흐름, 회수가능성 등에 대한 감사증거가 불충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투자자산 등을 손상 처리한 결과 총 자산은 재감사 전 재무제표 대비 평균 19.2%까지 축소됐고 순손실은 161.6%까지 확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인이 투자자산 등의 부실 여부에 대한 증거 불충분 등을 사유로 감사범위를 제한했으나, 재감사 시 부실화된 관련 자산을 손실로 반영함에 따라 적정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감사보수 총액 변동. 금융감독원 제공
재감사보수 총액 변동. 금융감독원 제공
통상 재감사 보수는 정기감사 보수보다 평균 2.6배(2017년 기준) 높았다. 의견거절 등의 감사의견을 표명한 당초 감사인만 재감사를 수행토록 허용하고 있어 회사의 협상력이 약화된다는 점이 보수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재감사에 착수할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재감사 보수 뿐 아니라 매매거래 정지, 투자자 피해 유발 등 직간접의 과도한 비용이 발생될 수 있다. 감사인 입장에서도 재감사 이후 기존 감사의견을 변경함으로써 감사보고서의 신뢰성 측면에서 오해를 부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부담스럽다.

김정흠 금감원 회계기획감리실 실장은 "비적정 감사의견의 주요 원인인 감사범위 제한은 회사와 감사인의 충분한 사전 대비를 통해 예방 또는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회사는 감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감사인은 사전 진단과 소통을 통해 효과적인 감사전략과 절차를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