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참 어렵습니다. 다만 항상 눈에 보이는 현상의 이면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 그게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서른 살 무렵부터 회장 명함을 파고 다녔다. 2006년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얻고선 세계적인 그룹의 회장 행세를 했다. 전 세계 지사를 거느린 자산 60억달러 규모의 한국 제조·투자그룹 경영자로 자신을 포장했다. 아프리카 신생국 대통령에게 접근해 대규모 자금을 직접 투자하거나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국내에선 아프리카 대통령 특사, 경제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정관계 고위층과 친분을 쌓았다. 이런 인맥을 앞세워 국내 기업인에게 접근해 아프리카 개발 사업으로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기망해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거액을 편취했다.2011년 결국 특경법상 사기죄로 덜미가 잡혔다. 징역 2년형을 받은 뒤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삼십대 중반 때였다. 그의 회사는 적자만 60억원 쌓여 직원 급여도 제때 주지 못했다. 십 년 후 그는 사모펀드(PEF)를 세워 안마의자 제조기업 바디프랜드를 인수했다. 한주희 한앤브라더스 겸 메이크그룹 회장 얘기다. 어떻게 펀딩 성공했을까기업 경영권을 사고파는 PEF는 평판 장사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컨설팅 기업 출신 투자 전문가들이 각자의 경력과 역량을 앞세워 펀딩을 한다. 사기 전력자가 PEF를 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높고 두껍다. 일반인이 아니라 연기금이나 금융사, 상장기업 같은 기관 ‘큰손’ 자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한 회장은 그 벽을 뚫었다. 한앤브라더스는 2021년 설립 이듬해 바디프랜드 인수자금 가운데 1280억원을 펀드로 모았다. OK캐피탈, IBK캐피탈 같은 금융회사와 F&F, 팬오션 같은 상장기업이 자금을 댔다. 이들이 아무런 투자 이력이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음모론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있다. 팩트를 좇고 좇아도 가까이 갈 수 없을 때 온갖 상상력이 발휘된다. 캄보디아는 항상 음모론을 자극하는 막다른 길이었다. 희대의 사기 범죄 자금이 이곳에서 사라지는 일이 되풀이됐지만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다.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한국인 납치 실종 사건이 쏟아지고 있는 무법천지 캄보디아는 블랙홀 같은 곳이다. 사람도, 돈도, 실체적 진실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캄보디아 사태를 계기로 불법자금 세탁 의혹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범죄자금 단골 은닉처라임펀드 사기 사건의 최대 미스터리는 캄보디아 투자 건이다. ‘라임 플루토 FI D-1호’는 2018년 캄보디아 리조트 관련 중국 시행사에 1억달러를 대출해줬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전환사채(CB)에 주로 투자하는 라임펀드가 뜬금없이 캄보디아 시행 사업에 거액을 빌려줬는데 그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라임펀드 사기범들과 중국 시행사 사이에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만 있을 뿐이다. 2022년 초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제기한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현지 법원은 아직 집행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2011년 저축은행 도미노 부실을 촉발한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캄보디아 개발 건에서 시작됐다. 부산저축은행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부근에 ‘캄코’라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던 이모씨에게 3000억원을 빌려줬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같은 고교 출신인 이씨는 학연·지연을 앞세워 캄보디아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파산했다. 그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혐의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맞물려 터져 나왔다. 참여연대가 2016년 분식 의혹을 처음 제기하면서다. 합병 비율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유리하게 조작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바에서 대규모 분식회계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애초 불가능한 얘기였다. 논란이 된 지배력 변경 회계 처리는 합병 수개월 뒤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회계 감독을 책임지는 금융감독원은 조사 후 “문제없다”고 결론을 냈다.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뒤집혔다. 참여연대가 재차 의혹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재조사에 나서 분식회계로 의견을 바꿨다. 2018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고, 이듬해 검찰은 기소했다. 두 달 전에야 대법원의 무죄 선고가 나왔다. 의혹을 벗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다. 그 피해는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반성문을 쓰지 않는다. 10년 족쇄 풀리자마자삼바 광풍은 섬뜩했다. 정치가 전문 영역인 회계 분야까지 좌지우지하는 걸 모두가 지켜봤다. 압권은 전문가 집단인 금감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조사 의견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과정이었다. 2000명 넘는 금감원 직원 가운데 절반이 변호사 회계사 박사 등 전문인력이다. 정치적 총대를 메고 분식회계라는 답을 정해 놓았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다. 당시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공정하게 조사하겠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삼성은 물론이고, 투자자도 직접적인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분식회계 낙인이 찍힌 삼바 주가는 급락했고, 거래정지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삼성이 &lsq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불만이 엄청 많은 사람이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한다. 외면하고 안주하고 타협하는 것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그렇다. 방탄소년단(BTS)을 키우고 K팝 역사를 새로 쓴 원동력은 다름 아닌 분노였다. 2019년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에서 방 의장은 후배들에게 그만의 성공 비결을 그렇게 소개했다.분명 자본시장에도 분노했을 것이다. 모진 고생 끝에 기업공개(IPO)를 하려는데 온갖 규제가 득실댄다. 무엇보다 돈을 만질 수가 없다. 상장해도 보호예수에 묶여 주식을 팔 수 없다. IPO 문턱을 넘은 창업자 모두 공감하는 얘기다. 지분 가치가 조 단위라고 해도 사이버 머니와 다름없다고들 한다. 방 의장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하이브 상장을 앞두고 사모펀드(PEF)들과 비밀 계약을 맺은 배경이다. 교묘한 계약과 대담한 기획방 의장과 PEF가 맺은 주주 간 계약은 간단하면서 교묘하다. 하이브 주식을 가진 PEF들이 상장 후 그 주식을 팔면 차익의 30%를 방 의장이 받는다는 게 핵심이다. 목적은 분명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방 의장은 4000억원을 손에 쥐었고, 이스톤PE의 관련 키맨(핵심 운용역) 세 명도 2000억원을 벌었다. 5년 전 하이브 상장 당시 아무도 몰랐던 일이다.작년 11월 이들의 비밀을 취재하게 된 건 뒤늦게 호기심이 발동하면서다. 방 의장 덕에 돈벼락을 맞았다는 키맨의 존재를 인지하면서 당시 하이브 상장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방 의장이 비밀 계약의 중심이자 가장 큰 돈을 벌었다는 점이 확인되자 순식간에 퍼즐이 맞춰졌다.본지 취재팀의 보도 내용은 금융감독원과 경찰 조사에서 그대로
요즘 관료들은 동네북 신세다. 전두환 정권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갖췄다는 이재명 정부에서 연일 터지고 있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 부처별로 돌아가면서 작심한 듯 군기를 잡고 있다. 전직 관료도 예외가 아니다. 한 국정기획위 위원은 관료 출신 금융지주 회장과 공공기관 수장을 줄줄이 거론하면서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어제의 엘리트는 오늘의 적폐가 됐다.국정기획위는 힘센 부처를 쪼개고 없애는 정부 조직 대수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게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대한민국 진짜성장’의 길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자칫 이재명 정부의 초반 골든타임을 허비해 진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전쟁 흐름 역행국정기획위가 예고한 조직 개편 핵심은 예산과 금융정책에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회귀하면서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17년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현 기재부와 금융위 조직체계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갖춰졌다.이번 조직 개편은 힘센 관료 조직을 벼르고 별렀던 결과로 해석된다. 관료 조직이 보신주의나 민관 유착, 전관예우, 부처 이기주의로 화를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조직 개편 의도는 십분 이해되지만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거시적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을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중 등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앞세워 기술전
한국 증시는 중복 상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들은 유망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거듭하면서 초고속 성장을 일궈냈다. 21세기에는 자사주 마법을 활용한 한국식 지주회사 체제가 유행해 모회사·자회사 중복 상장을 양산했다.과거엔 중복 상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새로운 성장을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여겼다.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의 호재로 인식되는 일도 많았다. 요즘 이런 얘기를 하다간 자칫 짱돌을 맞는다. 중복 상장이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고질적 병폐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수직적 지배구조에서 희생을 감내하던 소액주주들은 들고일어나고 있다. 중복 상장을 둘러싼 현실과 이상이 뒤엉키고 있다. 무차별 자회사 상장 차단중복 상장을 놓고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의 이해 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모회사 지배주주는 자회사 상장으로 지배력 훼손 없이 외부 자금을 끌어와 그룹의 덩치를 키워왔다. 그 과정에서 모회사 소액주주는 유망한 비상장 자회사에 투자할 기회를 상실한다. 무엇보다 모회사와 자회사 이익이 이중으로 계산(더블카운팅)되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된다.중복 상장이 한국에서만 과하게 많은 게 사실이다. IBK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중복 상장 비율(상장사의 타 상장사 지분 가치를 전체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은 18.4%(작년 11월 기준)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중복 상장의 불편한 진실은 2022년 불거졌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문을 떼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면서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의 잇따른 상장으로 카카오 주주들도 분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경영 실패의 대가가 이 정도일지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10년을 버티다가 느닷없이 회생 절차에 기대는 식으로 두 손을 든 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점은 그도 잘 알 것이다. 애초에 무리하게 빚을 내 대책 없이 비싸게 사들인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44조원을 굴리는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를 범죄집단 취급하는 건 억울해할지 모른다. 미국인인 김 회장 시각에선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글로벌 최고의 PEF라고 해도 투자 실패는 늘 있는 일이다. 모든 포트폴리오가 좋을 순 없다. MBK에 홈플러스도 수많은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일 뿐이다. 법정관리 책임론을 인정하면서도 펀드와 재벌(기업집단)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민 정서에 불을 제대로 질렀다. 천문학적 돈을 번 금융 재벌이 홈플러스 사태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방치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금융 재벌 만들어준 비밀김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한국 부자 1위를 다투는 신흥 재벌이다. 재작년 한국 자산가 1위(포브스 기준 97억달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를 금융 재벌 반열에 오르게 한 건 PEF의 파격적인 수수료 체계에 있다. MBK는 매년 펀드 자금의 1.5% 안팎을 관리보수로 받는다. 연 수익률(IRR) 8% 이상의 이익을 거두면 초과 이익금의 20% 수준을 성과보수로 받는다. 홈플러스 인수에 활용한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만 오렌지라이프 등에서 대박을 터뜨려 1조원 안팎의 성과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투자금을 모두 날렸는데도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PEF의 관리보수는 일정 시점부턴 펀드를 집행해야 받을 수 있다. 10조원 규모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한국 주식 부호 1위(6일 기준 12조4334억원)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1667억원)도 제쳤다. 금세기 들어 국내 재벌가에 조 회장만큼 드라마틱한 성장 스토리를 쓴 이도 드물다.그는 재벌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한진그룹 고(故) 조중훈 창업주의 4남1녀 중 막둥이다. 막내여서 차별받는 시절이었다. 창업주가 2002년 세상을 떠난 뒤 첫째는 항공(대한항공), 둘째는 조선(한진중공업), 셋째는 해운(한진해운) 등 그룹의 핵심 3사를 꿰찼다. 넷째에게 돌아간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한일증권, 동양화재였다. 지금의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다.두 회사는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에도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2011년 시가총액이 고작 2000억원 수준이었다.메리츠의 성장 속도는 주가가 말해준다. 현재 시총은 24조2500억원으로 불어났다. 계열 은행도 없이 신한금융지주(23조3300억원)를 넘어섰다. 그 비결을 물어보면 답은 한결같다. 오너가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 때문이란다.조 회장은 철저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들었다. 2010년께 김용범, 최희문 부회장을 잇달아 영입한 뒤 현재까지 믿고 맡기고 있다. 이 체제에서 골드만삭스 뺨치는 메리츠 특유의 성과 보상 문화를 완성했다. 메리츠에선 승진 연한이 따로 없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임원이 될 수 있고, 사장단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게 철두철미한 성과 평가다. 메리츠 사장단은 임직원 개개인을 성과 평가하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업계 최고의 인재가 메리츠로 향하는 이유다.조 회장을 1위 주식 부자로 만들어준 것은 지배구조다. 쪼개기 상장이 논란이 된 2022년 메리츠는 메리츠화
한국에선 기업 경영권을 사고파는 사모펀드(PEF)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차갑다. 학창 시절 성적은 전교 1등을 다투는데 목적을 위해선 물불 안 가리는 성격 파탄자를 연상하는 듯하다. 고려아연 분쟁이 촉발된 이후 부정적 이미지가 전례 없이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작정하고 PEF를 때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분쟁이 장기화하면서 PEF업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 44조원을 굴리는 동북아시아 최대 PEF MBK파트너스마저 ‘빌런’으로 내몰리자 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자칫 PEF 손발을 묶는 이상한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PEF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이 실타래처럼 꼬이고 있다. PEF에 선악은 없다PEF는 사모펀드라는 명칭 때문에 많은 오해를 달고 산다. 사모펀드는 PEF와 헤지펀드로 나뉘는데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라임, 옵티머스 사고가 터진 헤지펀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PEF도 운용사다. 연기금, 보험사 같은 ‘큰손’의 돈을 받아 펀드를 만들고, 10년 가까이 중장기로 운용해 그 수익을 돌려준다. 핵심은 투자 기업의 가치를 직접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본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방만 경영을 바로잡을 수도 있다.고려아연 경영권을 뺏으려는 MBK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마다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MBK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묻는 것은 PEF 본질을 흐리는 질문이다. 중요한 건 MBK가 내세운 투자 비전과 방향이다. PEF에 선악의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MBK는 고려아연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고려아연 기업 가치를 MBK와 최윤범 회장 중 누가 높일 수 있을지 판단하면 될 일이
올해 증시의 최대 피해자는 ‘국장(국내 증시) 지킴이’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믿고 끝까지 버틴 결과는 처참했다. 세계 주요 증시는 대부분 호황을 누렸는데 한국 증시만 역주행했다. 코스닥지수(-21.62%)는 아시아·태평양지수 87개 중 꼴찌다. 난데없이 비상계엄까지 당한 개미들은 그로기 상태다. 일찌감치 ‘미장’(미국 증시)으로 떠난 이들을 보면 솟구치는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정부가 연초 갑자기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좌표를 잃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대선 시계가 빨라지자 정치권에서 온갖 국장 살리기 공약이 난무할 조짐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 상장기업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구조적으로 혁신기업이 한국 증시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풍토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불량품만 쌓이는 성장사다리한국 상장기업은 2629개사다. 인도 중국 미국 일본 캐나다에 이어 세계 6위다. 시가총액은 미국(55조달러)의 3% 수준에 불과한데 상장사 수는 미국(5455곳)의 절반에 육박한다. 국내 증시에선 2010년 이후 상장사가 크게 늘었다. 이 기간 823개 상장사가 증가했는데 이 중 752개가 코스닥기업이다. 금융위원회가 2013년 내놓은 성장사다리 정책 영향이 컸다. 창업·성장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코스닥 전 단계인 코넥스시장을 신설하고, 기술특례 상장을 독려하면서 코스닥시장 문턱을 대폭 낮췄다.백화점(주식시장)에 상품(상장기업)이 많아졌다는 건 소비자에겐 이로운 일이다. 한국 백화점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존 제품 하자는 방치한 채 신제품
한국거래소가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주주 간 계약을 보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상장 심사에 ‘구멍’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심사 서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하이브에 별도 제재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상장 서류 중요사항 기재 누락’에 따른 상장폐지 실질 심사를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규정에선 상장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을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된 경우 실질 심사를 발동하도록 하고 있다.거래소는 이번 하이브 건을 검토한 결과 실질 심사 발동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담당자는 “하이브와 주관사가 방시혁 의장과 사모펀드(PEF) 사이에 하이브 투자 이익을 공유하는 계약을 공개하지 않은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장 규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하이브 심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파악해 계약 공개를 요구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기업 실사 점검표에서 ‘투자받은 적이 있는 경우’ 주주 간 계약을 공개하라고 지침을 주지만 이는 신주 관련 계약서로 해석된다고 했다. 방 의장은 구주를 인수한 이스톤PE 등과 계약을 맺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점검표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조진형 기자
한국거래소는 4년 전 하이브 상장 심사 당시 주주 간 계약의 존재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한다. 심사 담당자들은 “방시혁 의장이 하이브 지분 20% 안팎을 보유한 사모펀드(PEF)들과 이익을 공유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주주 간 계약서를 몰랐어도 신생 PEF를 둘러싸고 의심할 만한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방 의장 측근이 세운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등기부등본만 떼어봤어도 주주 간 계약의 실체가 드러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하이브 사태로 상장 첫 관문인 거래소의 부실 심사가 도마에 올랐다. 속았나, 무능했나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2020년 하이브 심사 당시 이스톤 제1호 펀드와 이스톤-뉴메인 제2호 펀드의 주요 출자자 명단을 제출받아 검토했다. 방 의장 측근이 만든 이스톤PE가 조성한 펀드로 상장 직전 하이브 지분 11.4%를 보유하고 있었다. 거래소는 방 의장 측이 펀드출자자(LP)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들은 이스톤PE 등기임원 이름만 유심히 봤어도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김중동 당시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이승석 당시 하이브IPX 대표는 이스톤PE 등기임원을 지내다가 각각 사임하고 하이브에서 주요 임원으로 일했다. 소수 지분을 투자한 PEF 임원이 사외이사가 아니라 상근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심지어 심사 과정에서 김 CIO와 이 대표 등은 하이브 소속으로 거래소 실무 미팅에도 참여했다.IB업계 관계자는 “주요 지분을 가진 신생 PEF에 조금만 궁금증이 있었어도 뭔가 의심하고 각종 서류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내부
2020년 하이브 상장 당시 공모 투자자들은 방시혁 의장과 이익을 공유하기로 한 신생 사모펀드(PEF)의 존재를 알 길이 없었다.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에 주주 간 계약 내용은 물론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라는 명칭도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스톤PE 설립을 주도한 김중동 전 SV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증권신고서에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로 기재돼 있었다. 방 의장의 신임을 받던 그는 이스톤PE와 하이브를 오가며 이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펀드 청산 후 1000억원을 벌고 투자업계를 떠났다. 이스톤PE는 하이브 상장 이듬해 문을 닫았다. 이스톤PE, 방 측근이 주축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V인베스트먼트에서 하이브 초기 투자를 담당한 김 전 상무는 방 의장이 가장 신뢰하는 자본시장 인사로 꼽힌다.이스톤PE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018년 말께다. 김 전 상무가 하이브 공동창업자인 최유정 부사장이 지분을 팔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방 의장에게 들으면서다. 김 전 상무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넷마블의 하이브 투자 실무를 맡은 양준석 씨와 손잡았다. 양씨가 먼저 퇴사한 후 2019월 4월 이스톤PE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고, 김 전 상무는 SV인베스트먼트를 나와 이스톤PE 기타 비상무이사가 됐다.방 의장 절친들이 차례로 PEF 임원이 됐다. 이벤트 업체 리앤플래닝의 대표이자 2016년 하이브 감사를 지낸 이승석 대표가 먼저 합류했다. 이 대표는 2019년 6월 이스톤PE 등기임원으로 있다가 3개월 뒤 퇴사했다. 그해 10월 물적분할로 설립된 빅히트IP(현 하이브 브랜드시너지본부) 대표를 맡아 하이브에 합류했다. 영화 제작사 대표이자 방 의장의 오랜 지인인 노봉조 대표도 이스톤PE 등기임원
하이브에 투자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거두고 이를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나눈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방 의장 측근이 주축이 돼 설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운용사는 2019년 설립 후 하이브에만 투자했고 차익을 실현하자 설립 2년5개월 만에 폐업했다. 사실상 하이브 투자만을 위한 기획 펀드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브 투자용 펀드를 운용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는 2019년 설립 당시부터 방 의장 지인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등기임원 세 명 중 두 명이 방 의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중동 전 SV인베스트먼트 상무와 현재 하이브 브랜드시너지본부를 이끄는 이승석 대표였다. 나머지 한 명은 증권사 출신인 양준석 이스톤PE 대표다.김 전 상무가 하이브 투자를 따왔고, 양 대표가 자금 모집(펀딩)을 맡았다. 은행 출신인 김창희 뉴메인에쿼티 대표는 공동 운용사로 합류했다. 그해 이스톤PE는 6월 이스톤 제1호(250억원), 11월 이스톤·뉴메인 제2호(1050억원) 펀드를 조성해 하이브 구주 11.4%를 사들였다. 그리고 방 의장은 이스톤·뉴메인 제2호 펀드 이익의 30%가량을 현금으로 받는 계약을 맺었다.하이브는 빠르게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아 이듬해 10월 상장했다. 펀드 투자자는 5~6배 이익을 거뒀고, PEF 키맨 3명은 운용 성과보수로 2000억원을 나눴다. 방 의장은 해당 PEF에서 2000억원 안팎을 분배받는 등 여러 PEF로부터 약 4000억원을 받았다.하이브는 “공동 창업자 등이 대규모 지분을 팔려다 보니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회사 측에 우호적인 투자자를 물색해 연결해준 것”이라며 “방 의장은 지분 매각에 도움을 주기 위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사모펀드(PEF)가 하이브 상장을 1~2년 앞두고 맺은 주주 간 계약은 대주주가 펀드 이익을 현금으로 정산받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계약 자체가 법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핵심은 이 계약이 2020년 하이브가 상장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단계는 물론이고,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수리 과정에서도 보고되지 않았다.투자은행(IB)업계 전문가들은 “그 결과 방 의장과 한배를 탄 PEF들의 보유 지분이 보호예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PEF들은 그 덕에 상장 직후 매물을 쏟아낼 수 있었다. ‘상장 후 투자자들에게서 현금을 받는 방식’이 일종의 대주주 보호예수(록업)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일차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 중요사항 기재 누락 등 기업공개(IPO) 과정에서의 위법 사항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주주 간 계약 둘러싼 진실게임IB업계에서는 IPO 주관사들이 방 의장과 PEF의 주주 간 계약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하이브 주관 증권사 진용은 탄탄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이 대표 주관을,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거래소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기업과 주관사에 중요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소위 ‘DD(Due Diligence) 체크리스트’로 불리는 기업실사 점검표를 주관사에 제공해 자료 제출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투자계약서상 투자자 보호에 문제 소지가 있거나 주식매도청구권 조
금융당국이 과거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이 있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당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사모펀드(PEF)가 하이브 투자 이익을 공유하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맺은 사실이 본지 보도로 뒤늦게 알려지면서다.▶본지 11월 29일자 A1, 3면 참조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9일 “하이브와 방 의장을 둘러싼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를 즉각 조사할 방침”이라며 “상장 전 PEF의 하이브 지분 취득 과정부터 증권신고서 중요사항 기재 누락 여부 등 살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또 “상장 절차의 적정 여부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부정거래 혐의가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 상장 1~2년 전 PEF 3곳과 ‘일정 기간 내에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투자 이익의 30%가량을 받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다. 하지만 이 계약 내용은 상장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PEF들은 보호예수 제한 없이 상장 첫날부터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했고 방 의장은 이들 PEF로부터 약 4000억원을 받았다.금감원 관계자는 “주주 간 계약을 공개하지 않은 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적절한지 살펴보겠다”며 “하이브가 PEF에 앞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에게는 ‘상장 계획이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라면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도 보겠다”고 말했다.조진형/김익환 기자
2020년 10월 15일. 하이브(당시 빅히트)는 화려하게 주식시장에 데뷔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13만5000원)의 두 배를 기록한 뒤 상한가(35만1000원)로 직행하는 이른바 ‘따상’을 찍었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11조원대로 올라섰다. 공모 청약에서 역대 2위 기록인 58조4237억원이 몰려 방탄소년단(BTS)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BTS가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미국 빌보드 1위 등 글로벌 음반 시장을 휩쓸던 시기다.하지만 개장 30분도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주가는 낙폭을 점점 키워 4.44% 하락 마감했고, 이튿날엔 22.29% 급락했다. 상장 첫날 35만원대를 찍었던 주가는 1주일여 만에 15만원대로 수직 낙하했다.보호예수에 묶이지 않았던 사모펀드(PEF)들이 매물을 쏟아낸 영향이 컸다. 상장 첫날부터 나흘 동안에만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뉴메인에쿼티 등은 하이브 주식 177만8058주(지분 4.99%)를 시장에서 팔았다. 4258억원어치다. 당시 이 PEF들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연관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스톤, 보호예수 한 주도 안 걸려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 상장 직후 매물을 쏟아낸 PEF들은 앞서 1~2년 전 하이브 지분을 인수할 당시 방 의장과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상장 후 이익을 공유하는 게 골자다. 하이브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방 의장에게 매각 차익의 약 30%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신 기한 내에 IPO를 하지 못하면 방 의장이 이들 PEF 지분을 원금과 일정 이자를 얹어서 되사는 내용이다.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 등도 계약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스틱인베스트먼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익을 공유하기로 했
하이브 창업자 방시혁 의장이 4년 전 하이브 상장으로 약 4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하이브 지분을 들고 있던 사모펀드(PEF)에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투자 이익의 30%가량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주주 간 계약 내용은 하이브 IPO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공모가 대비 150%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하이브는 상장 첫날부터 이들 PEF가 물량을 쏟아내며 급락했고, 1주일 만에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당시 빅히트) 상장 전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뉴메인에쿼티 등과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하이브 지분 12.2%,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는 지분 11.4%를 보유하고 있었다. 방 의장은 계약을 통해 IPO 이후 이들 PEF의 매각 차익 중 약 30%를 받기로 하고, 기한 내 IPO에 실패하면 지분을 되사주기로 했다.하이브가 2020년 10월 상장에 성공하며 PEF와 방 의장 모두 큰돈을 벌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039억원을 투자해 9611억원을 회수했다. 이스톤PE와 뉴메인에쿼티는 1250억원을 투자해 그에 못지않은 성과를 거둬들였다. 방 의장은 이들 PEF에서 총 4000억원 안팎을 받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최대주주가 상장 전에 PEF와 이 같은 계약을 맺어 사적 이익을 취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 계약은 한국거래소의 하이브 상장 심사 때는 물론이고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PEF 보유 지분의 23.6% 가운데 15.1%는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았다. PEF들은 상장 첫날부터 나흘 동안 지분 4.99%(상장 후 기준)를 쏟아내 4258억원을 현금화했다. 상장 첫
국민 대다수가 금융투자소득세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기본공제 한도를 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겠다고 하면서 더더욱 나와는 상관없는 세금이라고 여길 수 있다. 한 해에 주식·채권 투자로 1억원을 번다는 건 일반인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세제 원칙으로 보면 서둘러 도입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그러나 금투세는 일반 세금과 다르다. 국민 실생활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다른 세제와 비교할 수 없다. 과장이 아니다. 시장은 벌벌 떨고 있다. 분명한 건 밸류업을 외치던 한국 주식시장에서 투자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모세혈관이 막히면 누구도 그 악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 이미 한국 증시는 경쟁력을 잃어가며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치명적인 자금 엑소더스금투세 도입 논의가 이뤄진 건 한국 증시가 박스피 장세에 갇혀 있었을 때다. 코스피지수가 10년 넘게 2000선 부근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거래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주식 거래세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대신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급진전해 2020년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공교롭게도 2023년 시행을 앞두고 동학개미 주도로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뚫으며 시행 시기가 2025년으로 미뤄졌다.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이후 시장 중심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테슬라 전기차 열풍에 이어 엔비디아 인공지능(AI) 혁신은 국경 간 머니 무브를 가속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605억6700만달러(약 80조8000억원)에 이른다. 해외 채권까지 합치면 1063억달
인공지능(AI) 혁신 페달을 밟으며 질주하던 미국 증시가 주춤거리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불거지며 글로벌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국내외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머니는 이 와중에도 혁신(革新)을 일궈내는 기업을 포착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시장 혼란이 가중될수록 미래 기술의 흐름을 꿰뚫는 혜안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은 다음달 한국을 대표하는 혁신기업 최고경영진과 마켓리더 150명이 발표하는 국내 최대 규모 투자 콘퍼런스인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4’(KIW 2024)를 연다. 미래에셋증권, 한국거래소와 함께 개최하는 올해 행사는 9월 9~12일 나흘 동안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다. AI, 반도체, 전력산업, 2차전지, 로봇, 바이오, 뷰티, 푸드, 엔터테인먼트, 가상자산 등 모든 혁신산업을 아우른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고,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이 투자 전략을 짚어준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 오재석 LS일렉트릭 사장 등이 혁신산업의 미래를 제시한다. "궁금한 혁신기술·투자정보 골라 듣자"…4가지 트랙 동시에 진행 자녀들 대학입시 특강…와인·골프 이벤트까지얼리버드 등록 땐 20% 할인다음달 9~12일 나흘 동안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KIW(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4’에선 프리미엄 와인 장터와 골프 레슨 코너, 유명 재즈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도 즐길 수 있다.행사 기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3층에서 와인나라의
‘KIW(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4’는 국내 최대 투자 콘퍼런스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각 혁신 산업을 주도하는 전문가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KIF), IPO엑스포(EXPO), 한경 주식투자 강연회,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 등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투자 관련 행사를 작년에 통합해 처음 열렸으며 올해가 두 번째다. 미래에셋증권과 공동 개최한다.9월 9~12일 나흘 동안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혁신기업 최고경영진과 마켓리더 150여 명이 투자자 앞에 선다. 작년보다 발표자가 50명 안팎 늘었다. 각 세션은 그랜드볼룸(3층)과 파크볼룸(5층)에서 A와 B, C트랙으로 나눠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관심 있는 세션을 골라서 들을 수 있다. “AI로 바뀌는 세상 직접 확인하세요”행사 첫날(9일)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력산업, 2차전지 등 혁신 산업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첫 번째 기조연설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는다. 최 부총리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주재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주제로 심층 토론한다.다양한 AI 관련 세션이 마련됐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 세션에선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상품기획실장)과 김상표 퀄컴코리아 세일즈 사업개발부문 부사장(한국사업총괄),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가 각각 주제 발표에 이어 특별 좌담을 한다.이어 오재석 LS일렉트릭 전력CIC 사장과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전력사업본부 부사장(COO), 윤용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AI가 불러온
‘수요예측 대박…공모가 상단 뚫었다’ → ‘일반청약 경쟁률 1500 대 1 넘어’ → ‘상장 첫날 폭등’.올해 되풀이되는 기업공개(IPO) 관련 뉴스 패턴이다. 한국 증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데 IPO 시장만 딴 세상이다. 상반기 공모주 일반청약 시장에 209조원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무려 1610 대 1에 달했다. 유례없는 호황이다.뉴스만 보면 IPO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진다. 신규 상장기업, 기관투자가, 개인투자자 모두 ‘윈윈’인 게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그렇지 않다. 공모주 광풍이 왜 한국에서만 벌어지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IPO 뉴스의 진짜 의미를 간파하지 못하면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엉터리 도매상들주식시장을 백화점에 비유하면 공모기업은 신상품과 같다. 품질 테스트(상장 심사)를 거쳐 입점한다. 신상품 가격(공모가)을 결정하는 건 도매상(기관)이다. 이 과정을 수요예측이라고 한다. 주관사가 기관들이 제시한 공모가를 받아서 줄을 세우는 과정이다. ‘수요예측 대박…공모가 상단 뚫었다’는 뉴스는 공모주를 사겠다는 수요가 많이 몰렸다는 의미다. 미국이라면 ‘전문가들이 비싸게라도 사고 싶은 유망 공모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에선 정반대 뜻이 된 지 오래다. ‘시장 과열로 공모가에 거품이 끼었으니 조심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십중팔구 맞다.미국의 수요예측 제도를 25년 전에 가져왔는데 껍데기만 비슷할 뿐이다. 우리 도매상 대다수는 상품 분석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 그런 곳이 2000개도 넘는다. 미국 수요예측 참여 기관보다 열 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미국 상장 주관사는 능
이렇게 논쟁적인 캐릭터는 처음이다. 정치인도 아니다. 아티스트이자 기업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 얘기다. 그를 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뉴진스를 단숨에 K팝 대표 걸그룹으로 키운 크리에이터와 하이브에 고용된 계열사 대표 사이에서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분쟁을 바라보는 스펙트럼이 다채로운 이유다. 지난 열흘간 진흙탕 싸움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모두 각자의 프리즘으로 사태를 해석하고 있다. 분쟁 내막을 뜯어보면 전례 없는 일투성이다. 자본시장 관점에서도 곱씹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방시혁 중심의 지배구조 직격항상 분쟁은 초대박 뒤에 터지기 마련이다. 뉴진스의 대성공과 그에 따른 성과 보상 모두 유례없는 일이었다.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전체 산업을 통틀어도 창업자가 아니라 피고용인이 초단기에 대박을 터뜨려 1000억원을 넘보는 보상을 받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지분 수준이나 풋옵션 조건 같은 성과 보상 분쟁은 프라이빗한 영역이다. 방송인 김어준 씨 말처럼 “천상계 이야기”다. 어도어 기업가치가 일각의 추정대로 2조원으로 오르면 민 대표(지분 18%)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2일 기준 3600억원) 수준의 부를 거머쥐게 된다.원칙과 계약을 우선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관점에서 보면 민 대표의 행동은 이해 불가다. 이미 사인한 계약서에서 독소조항은 바꿀 수 있어도 핵심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요구는 상식적이지 않다. 하이브는 회사와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그러나 눈물과 욕설로 범벅 된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앵글이 바뀌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저격한 ‘
일본을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10년 전 최경환 경제팀을 연상시킨다. 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4년 7월 취임과 함께 “이대로 가다간 한국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겪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판 아베노믹스,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폈다. 대표적인 게 기업소득환류세제였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가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배당이나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지원책이다.일본에선 아베 신조 총리가 경제 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세 개의 화살(금융·재정·성장)이 구체화하던 시기다. 아베 내각의 경제 책사인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을 자본시장에서 찾았다. 그해 8월 ‘주주권을 강화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130쪽짜리 ‘이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돌이켜보면 일본 증시 부활의 신호탄이 쏘아진 순간이다. 10년 준비한 아베노믹스 화살일본은 지난 10년 동안 이토 보고서를 교과서로 삼아 중장기적으로 증시 부양책을 가동했다. 단기 주가 부양에 매몰되지 않고 일본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젝트로 삼았다. 철저하게 시장을 활용해 주주 권익을 높였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아베 총리는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일본 진출을 공개적으로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중장기 프로젝트는 지난해 3월 일본거래소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의 저평가 기업을 대상으로 개선안을 요구하면서 결실을 봤다. 기업들은 엔저를 타고 사상 최대 이익을 얻자 주주 환원 규모를 대폭 늘렸다. 닛케이지수가 잃어버린 30년 불황을 딛고 사상 최고가
“도대체 마이클 김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요?”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노린 공개매수에 나선 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마이클 김은 김병주 회장의 영어 이름이다. MBK는 ‘Michael ByungJu Kim’의 약자다. 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니다. 세 가지 의미가 녹아 있다. 첫째,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다. 둘째, 미국인 김 회장이 한국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 셋째, 혹시 우리가 모르는 수(手)가 있는 것 아니냐.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전례 없던 대기업 대주주를 향한 초대형 사모펀드(PEF)의 포격은 불발로 끝났다. 김 회장은 정말 무슨 생각이었을까. 미국 자본시장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MBK의 한국앤컴퍼니 습격 사건은 외신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공개적 인수 제안은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대적이라는 용어도 웬만해선 쓸 일이 없다. 중요한 건 오로지 인수 제안의 적절성 여부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매겼느냐의 문제다. 결정권은 상장기업 이사회에 있다. 이사진이 주주 이익을 대변해 인수 제안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판단하면 끝이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기간에 미국에선 두 건의 인수 제안 소식이 전해졌다. 부동산 투자회사 아크하우스 연합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Macy’s)를 58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회사 측에 제안했다. 메이시스 이사회는 검토에 들어갔고, 인수자 연합은 실사를 허용하면 인수 가격을 높일 의향을 피력했다. US스틸 이사회는 올해 여러 건의 인수 제안을 검토해야 했다. 경쟁사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에스마크가 각각 73억달러, 10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
라임 사기극은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 홀로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대형 금융회사 임직원이 대거 가담하지 않았다면 희대의 폰지(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은 벌어질 수 없었다. 2019년 라임 사태로 드러난 화이트칼라의 집단 타락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신한투자증권은 초비상이었다. 사내 연봉 1위를 자랑하던 임모 PBS본부장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나 징역 8년형을 받았다. 라임 투자자 돈 1억달러를 고스란히 날려 미스터리로 남은 캄보디아 투자 건도 전직 신한투자증권 증권맨들과 연관돼 있다. KB증권(델타원솔루션), 대신증권(반포WM센터), 우리은행(WM그룹) 등도 라임 사기에 연루되면서 막대한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라임 사태만큼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건도 없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무너진 금융회사 내부통제이번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내부통제 미비 성토대회 같았다. 금융회사 컴플라이언스 임원들의 릴레이 반성은 민망할 지경이었다. 사고 금액도 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코스닥시장 사모 전환사채(CB)와 관련해 메리츠증권 임직원이 집단적으로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금융(IB)본부 임원부터 실무진까지 7명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로 회사 몰래 사모 CB에 투자해 10억원가량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본사 직원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10억원대 자금을 횡령해 코인선물에 투자한 사실을 자체 적발했다.고액자산가를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PB)도 도마에 올랐다. 하나증권은 전모 클럽원 센터장(부사장)을 보직해임하고 대기발령 조치했다. 전 센터장은 여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3(KIW 2023)’은 혁신산업을 더 깊이 있고 밀도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기획됐다.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KIF)’, IPO 엑스포(EXPO),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한경 주식투자 강연회,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 등 그동안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투자 관련 행사를 통합했다.9월 11~13일 사흘 동안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A와 B트랙으로 나눠 열린다. 투자자들이 혁신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발표를 직접 골라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첫날인 11일에는 2차전지뿐 아니라 반도체, K엔터테인먼트, 인공지능(AI) 세션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2차전지 세션에는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송호준 에코프로 사장, 신영준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CTO),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한자리에 선다. 반도체 분야에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최고 전문가인 황상준 삼성전자 부사장과 박명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이 나서고, K엔터 분야에선 이재상 하이브 최고전략책임자(CSO), 심은지 JYP퍼블리싱 대표, 최정민 SM엔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나선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과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 서범석 루닛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도 발표자로 나선다.12일에는 서정진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포문을 연다. 진양곤 HLB 회장도 신약 개발 현황을 전한다. 강성부 KCGI 대표와 차종현 차파트너스 대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등이 나서는 행동주의 세션도 마련됐다. IPO 대어급도 총출동한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
요즘 주식시장은 기존 잣대로 설명할 수 없다. 성장주, 가치주 같은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돈의 흐름은 확연하게 바뀌었다. 오로지 혁신(革新)에 열광한다. 신산업을 개척하는 기업에만 돈이 몰리고 투자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미래 퓨처테크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혁신 인사이트를 가진 기업 최고경영진과 마켓리더 100명이 투자자 앞에 선다. 한국경제신문이 오는 9월 11~15일 KB증권, 한국거래소와 함께 개최하는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3’(KIW 2023)에서다. 1주일 동안 2차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글로벌마켓, 토큰증권(ST), 암호화폐 등을 아우른 국내 최대 투자 콘퍼런스가 열린다. 11~13일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14~15일은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진행한다.최고경영자(CEO)가 연사로 나선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과 송호준 에코프로 사장,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등이 2차전지와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설명하고 토론한다.조진형 기자
여의도에서도 채권형 랩·신탁은 생소한 상품이었다. 원래는 일종의 부가서비스에 가까웠다. 증권회사가 주요 고객 기업들에만 단기 자금을 운용해주는 서비스였다. 원금보장 상품은 아닌데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보다 다소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암묵적인 혜택을 줬다. 이 과정에서 채권 파킹 거래, 만기 미스매치 같은 편법 운용이 있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금융감독원은 채권형 랩·신탁 불건전 영업 관행의 책임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묻고 있다. 편법 운용이 사태의 본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저금리에 가려진 한국 증권업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형적 시장 뒤엔 성과급 잔치단기 채권형 랩·신탁이 증권사들의 홀세일 전략 상품으로 변질한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한 중소형 증권사가 공격적으로 자금 유치에 나서자 다른 증권사도 속속 동참했다. 과당 경쟁은 불법 운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초저금리 시대에 더 높은 수익률을 찍어내기 위한 그들만의 채권 파킹 거래는 갈수록 대담해졌다. 증권사끼리 유동성이 저조한 단기채와 기업어음(CP)을 돌려 막아 수익률을 만들어내는 구조는 라임 펀드와 닮았다.몇몇 증권사는 전체 자산의 2~3배 넘는 규모로 단기 운용자금을 늘려갔다. 단기 채권형 랩·신탁시장은 70조원 안팎으로 급팽창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속수무책이었다. 유동성이 막히자 저금리에 가려진 편법 운용은 멈춰섰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선 사실상 지급 불능 사태가 터졌다. 기업들은 단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발만 동동댔다. 대형 증권사들은 스스로 손실을 떠안고 기업들에 원금을 내줘야
2019년 중반 미래에셋증권이 주선했던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사진) 관련 대출 상품은 한국에서 인기가 높았다. 당시 건물주인 홍콩 상장기업 골딘파이낸셜홀딩스는 선순위 8억6700만달러, 중순위(메자닌) 4억3400만달러 등 약 13억달러를 리파이낸싱(차환)했는데, 미래에셋증권은 연 8% 수준의 금리를 받는 조건으로 중순위 대출에 2억4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댔다.투자자들은 줄을 섰다. 대출 안정성이 남달랐다. 다른 메자닌 대출 상품과는 달리 건물주인 골딘파이낸셜홀딩스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판수퉁 회장까지 보증을 선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이자 유명한 부동산 재벌로 개인 자산만 6조원 안팎에 이르는 인물로 알려졌다. 빌딩 자체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홍콩의 새로운 비즈니스 허브로 주목받은 주룽반도 동부지역인 이스트 카오룽에 있는 이 오피스 빌딩은 지상 27층 규모(연면적 7만4322㎡)로 2016년 준공된 빌딩이었다. 홍콩 갑부 파산에 고금리 직격탄이 대출 상품은 만기가 10개월 수준으로 짧은 데다 연 5% 수준의 수익을 추구했다. 최소 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VVIP) 자금이 몰렸다. 우리은행, 미래에셋증권 등에서 1600억원이 넘는 VVIP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증권 400억원, 유진투자증권 200억원 등 경쟁 증권사도 자기 돈을 태웠다. 한국은행 노동조합도 투쟁기금 20억원을 넣을 정도였다.미래에셋은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대출 주선을 해외 대체투자의 시그니처 딜로 홍보했다. 당시 싱가포르투자청(GIC),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리파이낸싱에 초대된 한국 금융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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