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27일 오후 4시11분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국내외 경기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데 시장이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켓인사이트] 국고채-기준금리 역전…시장이 금리인하 압박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연 1.722%로, 전날보다 0.04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1.750%보다 0.028%포인트 낮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진 건 2016년 8월 26일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만기가 긴 채권금리와 기준금리의 역전 현상은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강한 베팅”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조차 기준금리 인하 주장이 고개를 들면서 한국도 방향전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동결해오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상반기 연 2.3% 수준을 정점으로 가파르게 하락해왔다. 수출이 넉 달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곳곳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짙어지고 있어서다. 수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1월까지 8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등 국내 주요 수출산업에서도 잇따라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이례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환경 악화로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공시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국내 경기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준금리가 떠받쳐온 금리의 바닥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선진국 경기 전망의 급격한 악화도 금리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예상밖 부진과 12년 만의 미 장·단기 금리 역전이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긴축을 고집하던 미국과 유럽이 기존 통화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호주 등 다른 나라까지 동참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무어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 지명자는 2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과 12월의 기준금리 인상은 잘못된 조치”라며 “기준금리를 당장 0.5%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여전히 현 기준금리 수준을 ‘완화적’이라고 평가하지만 통화정책 변화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상황이 많이 나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면서 국고채 가격의 추가 상승(금리 하락) 기대를 나타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채권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한국 채권 가격이 싸게(금리가 높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의 역전은 대부분 실제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5거래일 이상 지속된 금리 역전은 모두 다섯 차례였다. 금리 역전이 일어난 뒤엔 수개월 내 예외없이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뒤따랐다.

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