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실적 둔화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상장사 이익 증가를 뒷받침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의 하향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머지 기업의 실적은 작년에 바닥을 찍고 올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가 있는 221개 상장사(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합계)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65조1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179조921억원) 대비 약 7.8% 감소한 수치다.

상장사 올해 영업익 7.8% 감소 전망…'반도체 투톱' 이익비중 30% 밑돌듯
특히 반도체주의 실적 전망치 하향세가 예사롭지 않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8조8867억원에서 올해 38조8311억원으로 34.1%,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0조8438억원에서 10조4654억원으로 49.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회사의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작년 하반기부터 약세를 보이면서 실적 전망치도 계속 하향 조정됐다. 양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6개월 전 88조2367억원에 달했으나 1개월 전 57조4324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지금은 49조2965억원까지 내려왔다. 두 회사가 지난해 79조73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음을 감안하면 38.2%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반도체주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16.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 규모 상위 20개 기업 중 에쓰오일(122.4%)과 현대자동차(51.8%), 기아자동차(40.7%), SK(39.9%), SK이노베이션(16.8%) 등 15개 기업이 올해 턴어라운드가 기대됐다. 지난해 부진했던 정유·화학과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한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유·화학은 국제 유가 회복에 따른 마진 개선, 자동차는 신차 출시와 신흥국 시장 진출 확대 등이 이익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업종별로 엇갈린 전망이 나오면서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반도체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4.5%에서 올해 29.8%로 약 33%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나머지 상장사 이익 전망치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경계감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