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세대교체…전기레인지 올해 주방 '주인공' 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해 전기레인지 시장 100만대로 급성장

‘빨래 널기’에서 해방시키며 신(新)가전 열풍 이끌어

청소문화 바꾼 무선청소기, 지난해 유선 추월

◆가스 ‘화력(火力)’ 추월한 전기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레인지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서며 가스레인지를 밀어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부산의 A아파트 1400가구, 올해 2월엔 서울의 B아파트 700가구에 전기레인지를 납품했다. 주로 선택옵션으로만 들어가던 전기레인지가 기본옵션이 되는 추세다. ‘전기레인지는 화력이 약해 불 맛을 느낄 수 없다’는 편견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세대교체’로 신시장 개척
전기가 가스의 ‘힘’을 추월한 분야는 또 있다. 건조기다. 2000년대 초반 가스건조기가 시장에 출시됐지만 주로 가게, 빌딩 등 기업 대 기업(B2B) 제품으로 판매됐다. 가스 건조기를 설치하려면 가스 밸브가 꼭 필요해 설치 장소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건조기가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된 시기는 2016년 LG전자가 히트펌프 방식의 전기식 건조기를 선보이면서다. 집 안 어디에나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데다, 배수관이 없어도 건조 때 발생한 응축수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두 개인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한 제품으로 옷감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건조 능력을 향상시켰다.

무선청소기는 국내 청소 문화를 ‘한 번에, 제대로’에서 ‘틈틈이, 자주’로 바꾸며 신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다이슨이 장악했던 시장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강력한 모터 성능과 고성능 배터리를 무기로 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국내 시장에 특화된 제품도 잇따라 등장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코드제로 A9 파워드라이브 물걸레’ 키트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물걸레 브러시를 장착한 신형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를 내놨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무선청소기 판매량은 유선청소기를 앞질렀다.
포화 상태에 이른 가전 시장에서 ‘세대 교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수익성도 끌어올렸다. LG전자 백색가전 부문인 H&A사업본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치인 7.9%를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월풀의 영업이익률이 1.3%, 일렉트로룩스가 4.3%로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