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연 1.781%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75%)에 근접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하는 쪽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그만큼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당분간 시장금리가 반등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으로 채권펀드엔 자금이 몰리고, 기업은 변동금리부 채권 발행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3년물 금리 연중최저…채권형펀드에 돈 몰려
이달 들어 채권금리 급락

지난 1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14%포인트 내린 연 1.781%로 마감했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2월 연 2.316%로 연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걷던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 후 낙폭을 더욱 키웠다. 기준금리 인상 불확실성으로 관망하던 대기자금이 본격적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채권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 둔화와 무역분쟁 우려도 안전자산인 채권의 인기를 높였다.

하지만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의 격차가 불과 0.03%포인트까지 좁혀지면서 시장 참가자도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만기가 길수록 투자자 기회비용 등을 반영해 금리가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 기준으로 쓰인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고채 3년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진 감이 있다”며 “최근 채권 강세장에 합류하지 못한 참가자는 뒤늦게라도 매수에 나서야 하는지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 참여자는 내년 이후 기준금리가 다시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가 국고채 금리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금리를 올리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 둔화가 가시화되면 국내 채권금리에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국고채 매입(바이백) 확대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달 7일 기획재정부는 내년 세수 결손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 만기도래 예정 국고채 3조4000억원을 올해 초과 세수로 연내 조기상환하기로 했다. 당초 예정된 4조원에 더해 이달 총 7조4000억원의 바이백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9일에도 2조7000억원의 바이백이 이뤄진다”며 “일시적으로 단기금리와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로도 돈 몰려

국내 채권형펀드 투자자는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펀드에 더 많은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일 현재 국내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총 23조1100억원으로, 3분기 말(22조4928억원)보다 2.74% 증가했다.

한 증권사 강남권 프라이빗뱅킹(PB) 센터장은 “주택시장 안정 등을 위해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도 3분기 이후 채권형펀드 투자를 늘리는 고객이 적지 않았다”며 “이들은 경기 둔화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자산을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펀드 수익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채권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지난 상반기 말 평균 1.01%에서 3분기 말 1.75%, 이달 14일엔 2.55%로 높아졌다.

회사채 발행시장에선 기업들의 변동금리 조달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흥국화재는 13일 6년6개월 만기 후순위채 500억원어치를 변동금리 방식으로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5.7%지만 3개월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3.82%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으로 금리를 재조정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할수록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구조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도 비슷한 조건으로 6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시장금리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으로 변동금리부 채권 발행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송종현/김진성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