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세 살이요.”경제학자 유리 그니지는 어린 아들과 놀러 간 디즈니월드 매표소에서 이렇게 말했다. ‘3세 미만은 무료, 3세 이상은 117달러’라는 푯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두 달 전 세 번째 생일을 보낸 ‘거의 세 살’ 아들 론이 잠시 후 항의했다. “아빠, 헷갈려요. 거짓말은 나쁜 사람만 한다면서요? 그런데 방금 아빠가 거짓말을 했잖아요!”이런 ‘엇갈린 신호’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말로는 ‘기술이 중요하다’면서 정작 엔지니어를 우대하지 않는 기업,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면서 학생을 수능 같은 표준화된 시험에 목매게 하는 교육 제도 등이 그런 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교수인 그니지가 쓴 <인센티브 이코노미>는 어떻게 하면 엇갈린 신호를 피하고, 의도한 목표와 일치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인센티브의 중요성은 다들 안다. 이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99년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였던 더글러스 아이베스터는 자판기에 온도 감지 장치를 달자고 했다. 날이 더우면 코카콜라 가격을 높여 팔자고 했다. 소비자가 큰 반발을 일으켰고 없던 일이 됐다.헌혈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주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사회를 위해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던 사람이 돈을 위해 피를 팔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혈하는 사람을 보는 주변의 시선 역시 나쁘게 변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돈을 주기도 했는데, 돈이 필요한 마약 중독자가 헌혈을 많이 했다. 혈액의 질이 낮고, B형 간염에 걸려 있을 위험이 컸다.질이 아니라 양에만 초점을 맞춰 성과를 측정하는 것도 흔히 벌어지
“행복은 우리 안에 내재하는 것이다. 밖에서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다시, 행복을 풀다>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구글에서 일하다가 행복 전도사로 나선 모 가댓의 신작이다. 가댓은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을 위해 세워진 조직 ‘구글X’에서 사업개발총책임자(CBO)를 지낸 인물. 2014년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 이후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했다. 2016년 펴낸 <행복을 풀다>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가댓은 새 책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의 생각과 행복이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를 다스리는 방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생각은 몰입도가 가장 높은 환상인 듯하다. 머릿속에는 항상 작은 목소리가 있고,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그 목소리는 공기처럼 항상 우리 머릿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뇌가 호흡을 처리하듯이 우리는 그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처리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는 그 작은 목소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 목소리는 우리를 고통의 길로 끌고 간다.”저자에 따르면 ‘행복은 불행이 없는 상태’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어떻게든 제거하면 행복이 남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소개한다. 그중 하나는 ‘나쁜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만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신념도 돌아보라고 말한다.“행복은 우리의 초기 설정값이다. 다만 성인이 되면서 사회적 압력과 의무, 기대치 등 온갖 환상이 밀려들고 그런
“거의 세 살이요.” 경제학자 유리 그니지는 어린 아들과 놀러 간 디즈니월드 매표소에서 이렇게 말했다. ‘3세 미만은 무료, 3세 이상은 117달러’라는 푯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두 달 전 세 번째 생일을 보낸 ‘거의 세 살’ 아들 론이 잠시 후 항의했다. “아빠, 헷갈려요. 거짓말은 나쁜 사람만 한다면서요? 그런데 방금 아빠가 거짓말을 했잖아요!” 이런 ‘엇갈린 신호’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말로는 ‘기술이 중요하다’면서 정작 엔지니어를 우대하지 않는 기업,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면서 학생을 수능 같은 표준화된 시험에 목 매개 하는 교육 제도 등이 그런 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교수인 그니지가 쓴 <인센티브 이코노미>는 어떻게 하면 엇갈린 신호를 피하고, 의도한 목표와 일치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인센티브의 중요성은 다들 안다. 이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99년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였던 더글러스 아이베스터는 자판기에 온도 감지 장치를 달자고 했다. 날이 더우면 코카콜라 가격을 높여 팔자고 했다. 소비자가 큰 반발을 일으켰고 없던 일이 됐다. 헌혈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주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 사회를 위해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던 사람이, 돈을 위해 피를 팔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혈하는 사람을 보는 주변의 시선 역시 나쁘게 변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돈을 주기도 했는데, 돈이 필요한 마약 중독자들이 헌혈을 많이 했다. 혈액의 질이 낮고, 혈액이 B형 간염에 걸려 있을 위험이 컸다. 질이 아닌 양에만 초
“행복은 우리 안에 내재하는 것이다. 밖에서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다시, 행복을 풀다>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구글에서 일하다가 행복전도사로 나선 모 가댓의 신작이다. 가댓은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을 위해 세워진 조직 ‘구글X’에서 사업개발총책임자(CBO)를 지낸 인물. 2014년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 이후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했다. 2016년 펴낸 <행복을 풀다>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다시, 행복을 풀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의 생각과 행복이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를 다스리는 방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생각은 몰입도가 가장 높은 환상인 듯하다. 머릿속에는 항상 작은 목소리가 있고,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그 목소리는 공기처럼 항상 우리 머릿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뇌가 호흡을 처리하듯이 우리는 그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처리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는 그 작은 목소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 목소리는 우리를 고통의 길로 끌고 간다.”저자에 따르면 ‘행복은 불행이 없는 상태’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어떻게든 제거하면 행복이 남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소개한다. 그중 하나는 ‘나쁜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만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신념도 돌아보라고 말한다. “행복은 우리의 초기 설정값이다. 다만 성인이 되면서 사회적 압력과 의무와 기
“지금은 겨울이다.”<제4의 대전환>에서 닐 하우는 이렇게 진단한다. 그는 역사가 순환한다고 본다. 80~100년 주기로 ‘고조기-각성기-해체기-위기’라는 사이클을 반복하는데, 지금은 계절로 치면 겨울에 해당하는 ‘위기의 시대’라는 것이다.하우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유명 인사다. 1951년생인 그는 예일대에서 경제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워싱턴DC로 건너가 정책 컨설턴트로 일했다. 세대와 역사 흐름에 관한 연구에 매진해 연구 파트너였던 고(古)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함께 ‘스트라우스-하우 세대 이론’을 고안했다. ‘밀레니엄 세대’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도 이들이다. 앨 고어 전 부통령,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팬을 자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도 이들의 열렬한 지지자다.<제4의 대전환>은 1997년 펴낸 전작 <네 번째 전환기>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고쳐 쓴 책이다. 27년 전 저자들은 미국이 곧 위기의 시대에 진입할 거라고 예측했다. 공산권이 무너지고 미국의 적수가 없을 때였다. 경제도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행보는 이들의 말대로 됐다. 2001년 9·11 테러를 거쳐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고,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초강대국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정치·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역사가 순환하는 만큼 위기도 처음은 아니다. 1860~1865년 남북전쟁 위기가 있었다. 멕시코·미국 전쟁(1846~1848년)에서 대승을 거둔 미국은 본토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은 땅을 새로 얻었다. 그러나 속은 곪고 있었다. 불과 10여 년 뒤 남북전쟁이 터졌고, 이 위기를 잘 넘긴 덕분에 미국
“저는 눈물과 슬픔의 힘을 믿어요.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울고 싶으면 크게 우세요’라고 말하는 책입니다.”한국을 찾은 대만 소설가 천쓰홍(사진)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67번째 천산갑>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웃는 모습은 인터넷에 많이 올리는데, 슬픈 모습은 올리지 않는다”며 “그게 이상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2019년 펴낸 장편소설 <귀신들의 땅>으로 대만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12개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소설가, 번역가, 배우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지난 1월 국내 출간된 <귀신들의 땅>은 9개월 만에 1만5000부가 팔리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은 198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한 일가족과 대만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겹쳐 그렸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짙게 녹아 있다. 그는 “출판사에서는 책이 안 팔릴 거라고 했는데, 기적적으로 많은 분이 읽어주셔서 한국까지 오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67번째 천산갑>은 대만에서도 지난해 10월 출간된 신작이다. 현재의 대만이 배경이다. 유년 시절에 만나 평생에 걸쳐 우정과 헌신, 상처를 주고받은 한 게이 남성과 헤테로 여성의 관계를 통해 고독과 치유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그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소수자 남성과 일반 여성은 모두 2등 여성으로 취급된다”며 “물론 대만은 이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긴 했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 배움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식의 탄생>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식의 축적과 배움에 관한 역사를 살펴본다.학교 교육은 4000년 전에도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적으로 추정해보면, 아이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 쐐기 모양 돌로 배운 내용을 점토판 위에 적었다. 적은 내용이 만족스러우면 점토판을 빵 굽는 오븐 위에 올려놓고 딱딱하게 굳으면 선생님에게 제출했다.1911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출간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저자는 “영어가 제1언어인 국가에 거주하는 학식 있는 가정에서는 이 책이 모든 지식과 사고의 기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반면 가짜 뉴스와 정보는 세상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오염시켰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던 시절, 그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백악관에 칩거하며 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기사를 두 면에 걸쳐 보도했다. 물론 완전히 거짓이었다.책은 앞으로 펼쳐질 시대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저자가 확실히 말하는 것은 ‘안다’는 것의 중요함이다. 인류는 배움을 통해 앞으로 나아갔다. 지식을 믿음으로 대체한 자리에 광신도가 생겨났고, 가짜 정보로 대체한 곳에 사회 혼란이 가중됐다. 배우고 생각하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인류 문명에 미래는 없다.임근호 기자
“지금은 겨울이다.”<제4의 대전환>에서 닐 하우는 이렇게 진단한다. 그는 역사가 순환한다고 본다. 80~100년 주기로 ‘고조기-각성기-해체기-위기’라는 사이클을 반복하는데, 지금은 계절로 치면 겨울에 해당하는 ‘위기의 시대’라는 것이다. 하우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유명 인사다. 1951년생인 그는 예일대에서 경제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DC로 건너가 정책 컨설턴트로 일했다. 세대와 역사 흐름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 연구 파트너였던 고(古)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함께 ‘스트라우스-하우 세대 이론’을 고안했다. ‘밀레니엄 세대’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도 이들이다. 앨 고어 전 부통령,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팬을 자처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도 이들의 열렬한 지지자다. <제4의 대전환>은 1997년 펴낸 전작 <네 번째 전환기>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고쳐 쓴 책이다. 27년 전 저자들은 미국이 곧 위기의 시대에 진입할 거라고 예측했다. 공산권이 무너지고 미국의 적수가 없을 때였다. 경제도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행보는 이들의 말대로 됐다. 2001년 9·11 테러를 거쳐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고,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초강대국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정치적·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역사가 순환하는 만큼 위기도 처음은 아니다. 1860~1865년 남북전쟁 위기가 있었다. 멕시코·미국 전쟁(1846~1848년)에서 대승을 거둔 미국은 본토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은 땅을 새로 얻었다. 그러나 속은 곪고 있었다. 불과 10여 년 뒤 남북전쟁이 터졌고, 이 위기를 잘 넘긴 덕분에 미국
국내 최대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arte.co.kr)는 추석 연휴에도 다채롭고 풍성한 콘텐츠를 쏟아낸다. 한국경제신문 문화 담당 기자들과 120여 명의 문화예술 관계자가 연휴에 볼 만한 전시와 공연부터 영화 리뷰, 흥미진진한 칼럼을 마련했다.미국 한인 미술가들의 대부인 존 배 인터뷰가 그중 하나다. 193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49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프랫 인스티튜트의 최연소 교수가 됐고 조각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단단한 철을 주재료로 하지만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한없이 부드럽고 날렵하기만 하다.클래식에선 하반기에 쏟아져 나오는 대작 오페라를 살펴본다. 푸치니 서거 100주기를 기념해 오페라 ‘투란도트’ 두 편이 오는 10월과 12월 각각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과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연된다. 바그너의 ‘탄호이저’와 푸치니의 ‘라보엠’ 등도 하반기 만나볼 수 있다.문소리 주연의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리뷰, 최근 장편소설을 낸 김애란 작품 세계 탐구 등도 아르떼에서 볼 수 있다.아르떼의 인기 콘텐츠인 전문가 칼럼도 연휴 기간 계속 연재된다. 이봉호 문화평론가는 ‘분노와 냉소의 아이콘’인 재즈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와 그의 앨범 ‘쿨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연아 패션 컨설턴트는 코코 샤넬이 태닝을 유행시킨 사연,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는 커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를 갔다 온 이야기를 전한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는 ‘안타 제조기’라고 할 만큼 흥행작을 잘 만들어 낸 푸치니의 비결을 살펴본다.문화예술 전문방송 한경아르떼TV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을 다룬 &l
인간 역사는 지식 축적의 역사다. <지식의 탄생>은 그 발자취를 좇는다. 책을 쓴 사이먼 윈체스터는 기자 출신의 영국 프리랜서 작가다. 그는 여러 분야의 역사를 쉽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한 분야의 전문가처럼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여러 일화와 역사적 사건을 펼쳐내며 독자를 사색에 빠져들게 한다. 교육은 4000년 전에도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적을 통해 추정하기로 아이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 쐐기 모양으로 깍은 돌로 점토판 위에 배운 내용을 적었다. 점토판에 적은 내용이 만족스러우면 빵 굽는 오븐 위에 잠시 올려두었다가 딱딱하게 굳으면 선생님에게 제출했다. 교육은 제법 엄격했는데, 기록에 따르면 불량한 행동을 하거나 결석하거나, 분통이 터지도록 느린 아이는 체벌을 받기도 했다. 종이책의 등장도 지식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인류의 지식을 응축한 백과사전이란 개념도 나타났는데, 1911년 처음 출간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29권 3만2000쪽에 약 4만개의 표제어를 수록했다. 저자는 “영어가 제1언어인 모든 국가에 거주하는 학식 있는 가정에서는 이 책이 모든 지식과 사고, 말과 가르침의 기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책은 옛날얘기만 하지 않는다. 인류는 오랫동안 공을 들여 지식을 개발하고 축적했지만, 한편에선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도 횡행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인기가 바닥을 치던 시절, 그가 링컨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백악관에 칩거하며 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기사를 두 면에 걸쳐 보도했다. 물론 완전히 거짓이었다. 미국에
짐 콜린스는 경영 석학이다. 실리콘밸리 창업가들도 조언을 구한다. 그가 새 책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를 냈다. 30여 년 동안 위대한 기업과 리더의 조건을 연구한 콜린스의 경영 철학과 방법론이 담겼다.많은 일화가 나온다. 그중 하나는 2007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전화를 걸어온 일이다. 잡스는 애플대학교를 설립하고 싶다며 의견을 구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콜린스는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물었다. 1997년 파산 직전인 애플에 복귀했을 때, 뭐가 가장 중요했느냐는 것이었다. 잡스의 대답은 혁신적인 제품도 아이디어도 아니었다. ‘사람’이었다.열정을 가진 훌륭한 인재만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잡스는 그들이야말로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있는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 기사들과 같은 사람들, 즉 악의 제국 감시망을 피해서 몸을 숨기고 있지만 적절한 때가 되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여겼다.”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다만 인재를 모으고, 잘 활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핵심 보직에 앉혔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이 사람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얼른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할까. 책은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밑줄 그을 내용이 많다. 위대한 리더의 조건 중 하나로 ‘단호함’을 꼽으며 이렇게 말한다. “조지 마셜은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의사결정 능력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많은 경영자가 우유부단함 때문에 고통을 받는지 알고 나면 마셜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위대한 리더는 우유부단함으로 고통
경제학은 자부심이 강한 학문이다. 한 설문에서 미국 경제학 교수들은 42%만 “다른 분야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답했다. 심리학 교수의 79%, 사회학자의 73%에 비해 한참 낮은 수치다.<감성×경제>는 그런 경제학자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경제학자들이 소설을 읽는다면 많은 통찰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문학자와 경제학자인 교수 두 명이 책을 썼다. 이들은 “위대한 작가들이 위대한 사회과학자들보다 사람을 더 잘 이해했다”고 주장한다.경제학에서 말하는 사람은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항상 일관된 선택을 한다. 현실과 좀 동떨어져 있다. 그로 인해 경제 이론과 처방 역시 현실성을 잃곤 한다고 책은 지적한다.대안은 소설 읽기다. 등장인물에 몰입해 다른 사람이 돼 볼 수 있다. 계층, 성별, 종교, 문화, 성적 취향, 도덕적 이해 등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경제학도 원래 그랬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 이렇게 썼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에는 분명히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 이 천성으로 인해 인간은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즐거움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하더라도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한다. 연민과 동정심이 이런 종류의 천성에 속한다.”책은 대학 입학, 육아, 장기 매매, 경제 발전 등의 주제를 경제학과 문학이란 두 관점으로 살펴본다.임근호 기자
“내가 이민을 온 1983년 이후 미국은 더 어두운 사회가 됐다.”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신간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서른여덟 살 때인 1983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이직했다. 2012년까지 영국 국적을 유지한 외국인인 그에게 미국은 경이로웠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는 “새로운 동료 중 한 명이 공개적으로 ‘정부는 도둑’이라고 단언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나와 부모, 친구들은 정부를 자애로운 존재, 즉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로 여기는 나라에서 자랐다”고 했다.디턴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증 분석을 잘하는 학자다. 연구 분야는 빈곤, 불평등, 건강, 경제 개발 등이다. <위대한 탈출>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등 대중서로도 유명하다. 이번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은 그가 1997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 왕립경제학회 뉴스레터에 기고한 에세이를 최근 상황에 맞게 갱신해 엮은 책이다. 일종의 경제 비평서다. 다양한 현안에 관한 디턴의 개인적인 견해가 강하게 드러난다.“전 세계 어디에서든 부유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가 보면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하나의 충격이다.” 미국에 건너와 20여 년간 용케도 미국 의료 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일이 없던 그는 2006년 손상된 고관절을 인공 관절로 대체하는 고관절 치환술을 받게 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의료도 시장에 맡기면 소비자가 잘 판단해 의료 서비스를 소비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는 경제학 교수인 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병원의 어떤 의사가 잘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
“내가 이민을 온 1983년 이후 미국은 더 어두운 사회가 됐다.”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신간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서른여덟 살인 1983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이직했다. 2012년까지 영국 국적을 유지한 외국인이었던 그에게 미국은 경이롭기도 했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는 “새로운 동료 중 한 명이 공개적으로 ‘정부는 도둑’이라고 단언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나와 부모, 친구들은 정부를 자애로운 존재, 즉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로 여기는 나라에서 자랐다”고 했다. 디턴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증 분석을 잘하는 학자다. 연구 분야는 빈곤, 불평등, 건강, 경제 개발 등이다. <위대한 탈출>,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등 대중서로도 유명하다. 이번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은 그가 1997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 왕립경제학회 뉴스레터에 기고한 에세이를 최근 상황에 맞게 갱신해 엮은 책이다. 일종의 경제 비평서다. 다양한 현안에 대한 디턴의 개인적인 견해가 강하게 드러난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부유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가 보면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하나의 충격이다.” 미국에 건너와 20여 년간 용케도 미국 의료 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일이 없었던 그는 2006년 손상된 고관절을 인공 관절로 대체하는 고관절 치환술을 받게 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의료도 시장에 맡기면, 소비자가 잘 판단해 의료 서비스를 소비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는 경제학 교수인 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병원의 어떤 의사가
경제학은 자부심이 강한 학문이다. 한 설문에서 미국 경제학 교수들은 42%만이 “다른 분야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답했다. 심리학 교수 79%, 사회학자 73%에 비해 한참 낮은 수치다. <감성×경제>는 그런 경제학자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경제학자들이 소설을 읽는다면 더 많은 통찰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쓴 게리 솔 모슨은 노스웨스턴대 슬라브 어문학과 교수, 모턴 샤피로는 2009~2022년 노스웨스턴대 총장을 지낸 경제학자다. 저자들은 “위대한 작가들이 위대한 사회과학자들보다 사람을 더 잘 이해했다”고 말한다.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말하는 사람은 현실의 사람과 좀 동떨어져 있다.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하고, 항상 일관된 선택을 한다. 책은 현실적인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 이론이나 그에 따른 처방이 현실성을 잃곤 한다고 했다. 소설 읽기는 대안이 된다. 등장인물에 몰입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계층, 성별, 종교, 문화, 성적 취향, 도덕적 이해와 관련해 자기 자신과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경제학의 초기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 이렇게 썼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에는 분명히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 이 천성으로 인해 인간은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즐거움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하더라도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한다. 연민과 동정심이 이런 종류의 천성에 속한
세 번째 시집 <콜리플라워>를 낸 이소연 시인(사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진 감정을 시집에 담았다”고 했다. 그는 2014년 한경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20년 첫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를, 2022년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을 냈다. “첫 시집은 페미니즘 색채가 강했어요. 아주 강하고 직선적이었고, 약간 분노에 차 있었어요. 거기서 벗어나는 단계에서 두 번째 시집이 나왔고, 이번 세 번째 시집에선 알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 같아요.” 시인은 많은 일을 겪었다. 갑상샘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고, 초등학생이던 아이는 중학생이 됐다. 세상은 좋으면서도 불합리했다. 그런 가운데 시인이 포착한 것은 사람이었다. 이건 아닌데 싶은 사람도 있었지만,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단다. 그렇게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거기서 시가 나왔다. 시집 말미에 실은 ‘시인의 말’에서 그는 “나를 가족을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삶 그런 게 시인가 한다”고 했다. 이 시인은 마당발이다. 두루두루 아는 사람이 많다.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심정으로 시를 쓴다(도심시)’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전북 고창에서 쌀농사 짓는 농부 친구를 사귀어 <고라니라니>라는 에세이를 같이 쓰기도 했다. 그는 “사람이 신기하고 오묘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면 충격을 먼저 받아요. 다른 세계를 만나야 하니까요. 그 충격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데,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리 인생을 살아도 끝이 없다는 거죠.” 요즘 시집은 어렵다는데, <
짐 콜린스는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이 조언을 구하는 경영 석학이다. 그가 새 책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를 냈다. 30여 년 동안 위대한 기업, 위대한 리더의 조건을 연구한 콜린스의 경영 철학과 구체적인 방법론이 담겼다. 1992년 스승인 빌 레지어 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 썼던 <기업가 정신을 넘어서>에 새로운 내용을 담아 확장한 책이다. 많은 일화가 나온다. 그중 하나는 2007년 10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전화를 걸어온 일이다. 잡스는 애플대학교를 만들고 싶어 했고, 의견을 구했다. 대화를 나누다 콜린스는 평소 궁금해하던 걸 잡스에게 물었다. 1997년 파산 직전인 애플에 복귀했을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느냐는 것이었다. 잡스의 대답은 혁신적인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아닌 ‘사람’이었다. 열정을 가진 훌륭한 인재만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잡스는 그들이야말로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있는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 기사들과 같은 사람들, 즉 악의 제국 감시망을 피해서 몸을 숨기고 있지만 적절한 때가 되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여겼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을 모으고, 그들을 잘 활용하고,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핵심 보직에 앉혀 두었지만 성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 이 사람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야 할까, 얼른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할까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책은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밑줄을 그을만한 내용이 많다. 위대한 리더의 조건 중 하나로 ‘단호함
“신은 물의 색이야. 물에는 색이 없어.”제임스 맥브라이드(사진)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신은 무슨 색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커서 보스턴글로브에 어머니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 열광적인 반응에 힘입어 1996년 책으로 냈다. 그 책 <컬러 오브 워터>는 2년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머물렀다.맥브라이드는 1957년 미국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2003년 2차 세계대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안나 성당의 기적>을 펴냈다. 2013년 <더 굿 로드 버드>로 미국도서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마크 트웨인 이후 가장 코믹하고 독창적인 목소리”라고 했다.최근 그의 신작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 국내 출간됐다. 흑인, 유대인, 이민자에게 향했던 인종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야만적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다. 미국 각종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임근호 기자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9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매직 컨베이어 벨트>미국 MIT대의 석학 요시 셰피 교수의 신작입니다. 오늘날 복잡한 공급망의 특성과 AI, 자동화, 로봇 기술과 같은 최신 기술이 공급망 프로세스와 고용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치밀하게 분석하며,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적 관점과 현대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영원한 천국>지난 28일 새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을 발표한 정유정 작가를 만났습니다. 이번 책은 3년 전 발간한 <완전한 행복>에 이어 '욕망 3부작'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정 작가는 “<완전한 행복>이 파괴적 욕망을 그렸다면, 이번 소설의 욕망은 운명에 맞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성취적 욕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신의 개입> 책은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 세계관, 성공 비결, 정책 특성을 낱낱이 해부하며 ‘트럼프 깊이 읽기’를 시도합니다. 트럼프가 쓴 저작과 발언, 인터뷰 같은 1차 자료에 주목하며 ‘트럼프는 파괴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그의 강점과 약점, 힘의 원천을 파악하도록 이끕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다른 멤버들에게 무시당하고 인기도 없지만 세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초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다.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미국 우선주의’를 더 강하게 주장하며 세계 질서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의 개입>은 트럼프와 미국 사회 실상을 분석하고 트럼프 재집권 시 한국의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기자 출신인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가 썼다.“미국 정치와 세계는 트럼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트럼프는 오늘날 미국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는 여느 정치인과 다른 그의 파격적인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며 ‘트럼프학’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 주류 언론의 편파적 보도 영향으로 그를 비정상적 인물로 간주하고 무시하는 여론이 팽배해 있다.책은 우리 사회에 굳어져 있는 이런 관념이 잘못됐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트럼프의 언행, 세계관, 성공 비결, 정책 특성을 낱낱이 해부하며 ‘트럼프 깊이 읽기’를 시도한다. 트럼프의 저작과 발언, 인터뷰 같은 1차 자료에 주목하며 ‘트럼프는 파괴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그의 강점과 약점, 힘의 원천을 파악하도록 이끈다.트럼프와 트럼프주의의 인기를 낳은 미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미국인이 왜 트럼프에게 환호하는지, 미국 사회의 새로운 현상과 그 원인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고찰한다. 미국 민족주의 부활부터 세계화의 부작용과 백인 노동자의 불만, 중국의 도전과 불법 이민의 충격 등 달라진 미국의 모습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책은 트럼프 2기에 한국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명확한
다른 멤버들에게 무시당하고 인기도 없지만 세계 최고 밴드에서 활동하는 삶과 종군 사진기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잃어버린 삶.어떤 삶이 더 나을까. 전자는 비틀스의 멤버 링고 스타, 후자는 종군 사진기자의 전설 로버트 카파다.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는 여러 인물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방면에서 다수의 책을 써온 곽한영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의 신작이다.비틀스는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이라는 두 천재가 이끈 밴드였다. 반면 링고 스타는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이 갈등과 불화를 겪는 동안 그는 태평하게 삶을 즐겼다. 둥글둥글하고 낙천적인 성격 덕이다. 저자는 “나이가 들어서도 투어 공연이라는 명목하에 세계를 여행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에서 오히려 비틀스 멤버 중 가장 성공한 이는 링고 스타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로버트 카파의 진짜 이름은 앙드레 프리드먼이다. 헝가리 출신 유대계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유명한 미국인 사진가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묻는다.“앙드레 프리드먼은 끝내 ‘나’로 살아가는 일에는 실패한 게 아닐까요?” 책은 테니스 스타 조 윌프리드 송가를 통해 불운과 운에 대한 생각을, 삼국지 유비·관우·장비의 일화에서 기다림의 중요성을, 세기의 배우 오드리 헵번에게서 ‘인간에 대한 예의’와 헌신의 태도를 엿본다.임근호 기자
지금 우리가 아는 미국 실리콘밸리는 1957년 설립된 페어차일드반도체에서 시작됐다. 핵심 멤버였던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는 퇴사 후 인텔을, 유진 클라이너는 구글 등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클라이너퍼킨스를 세웠다. 다른 멤버들도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주축으로 활동했다.1998년 설립된 페이팔은 페어차일드에 비견된다.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는 페이팔 멤버들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일론 머스크), 링크트인(리드 호프먼), 팰런티어(피터 틸), 유튜브(스티브 첸), 옐프(제러미 스토플먼) 등을 세웠다. 지금도 실리콘밸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미국 논픽션 작가 지미 소니가 쓴 <부의 설계자들>은 페이팔이 어떻게 태동하고 성공했는지 속속들이 파헤친다. 묘미는 디테일에 있다. 수백 건의 인터뷰와 수십만 장에 달하는 방대한 내부 문건을 토대로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처럼 내밀하고 생생한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이야기는 긴장감 있고, 강렬하고, 매혹적이다.페이팔은 틸과 맥스 레브친이 공동 설립한 콘피니티와 일론 머스크가 세운 X.com이 2000년 합병해 탄생했다. 경매 웹사이트 이베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온라인 결제 편의성을 높였다. 책은 “당시 직원들은 회사를 극한의 창의성과 경쟁 열기로 가득 찬 용광로 같은 장소로 기억하고 있다”고 전한다. 사무실 한구석에 타이레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떤 칸막이에선 한 직원이 남편을 윽박질렀다. “잘 들어요. 오늘 밤 집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그만 물어봐요!” 저자가 만난 페이팔 출신들은 당시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평범한 사람의 마음에도 시가 없을 수 없으니, 시인이 시를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는 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를 읽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 자신에게도 시인의 시가 있는 것이다.”성민엽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가 쓴 <시는 살아 있다>는 이같이 중국 작가 루쉰(1881~1936)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책은 중국 현대시를 통해 시 읽는 법을 알려준다.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시를 꼽을 때 1, 2위를 다투는 시는 쉬즈모의 ‘다시 케임브리지와 작별하며’(1928)다. 요즘 활동하는 중국 시인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시인으로 성 교수는 정샤오츙을 꼽는다.책은 중국 현대시의 포문을 연 후스부터 최근 중국 시단에서 주목받는 독특한 개성의 위슈화에 이르기까지, 중국 현대 시인 24명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성 교수는 “시에서 중요한 것은 공명”이라며 “시인이 지어낸 시가 독자 마음속의 잠재적 시에 공명을 일으켜 그것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임근호 기자
지금 우리가 아는 미국 실리콘밸리는 1957년 설립된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시작됐다. 핵심 멤버였던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는 퇴사 후 인텔을, 유진 클라이너는 ‘클라이너 퍼킨스’라는 훗날 구글 등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을 세웠다. 다른 멤버들도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주축으로 활동했다. 1998년 설립된 페이팔은 페어차일드와 비견된다. ‘페이팔 마피아’라 불리는 페이팔 멤버들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일론 머스크), 링크트인(리드 호프먼), 팔란티어(피터 틸), 어펌 홀딩스(맥스 레브친), 유튜브(스티브 첸), 옐프(제레미 스토플먼) 등을 세웠다. 지금도 실리콘밸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논픽션 작가 지미 소니가 쓴 <부의 설계자들>은 그 페이팔이 어떻게 태동했고, 성공했는지 속속들이 파헤친다. 페이팔이 이제는 존재감이 약하다고, 30년이 다 되어가는 옛날 이야기를 왜 꺼내냐고, 혹은 페이팔 마피아 이야기는 식상하다고 할지 모른다.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디테일에 있다. 수백 건의 인터뷰와 수십만 장에 달하는 방대한 내부 문건을 토대로 당시의 일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처럼 내밀하고 생생한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의 이야기는 긴장감 있고,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페이팔의 이름은 원래 필드링크였고, 나중에 콘피니티로 바뀌었다. 피터 틸과 마크 레브친이 공동 설립한 회사였다. 경매 웹사이트 이베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온라인에서 결제 편의성을 높이려 했다. 그런 일을 하는 유일한 기업은 아니었다. 첫 번째 스타트업을 막 팔아치운 일론 머스크가 이메일 송금을
다른 멤버들에게 무시당하고 인기도 없지만 세계 최고의 밴드에서 활동하는 삶 vs 종군 사진기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지만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잃어버린 삶. 어떤 삶이 더 나을까. 전자는 비틀스의 멤버 링고 스타, 후자는 종군 사진기자의 전설 로버트 카파다. <성공의 조건 실패의 쓸모>는 여러 인물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방면에서 다수의 책을 써온 곽한영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의 신작이다. 비틀스는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이란 두 천재가 이끈 밴드였다.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은 이 둘에 가려졌지만, 기타와 작곡 실력을 꾸준히 갈고닦아 몇몇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반면 링고 스타는 존재감이 없었다. 드럼 실력도 별 볼 일 없었다. 초기에는 도저히 앨범을 녹음할 실력이 아니어서 스튜디오에서 쫓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이 갈등과 불화를 겪는 동안 그는 태평하게 삶을 즐겼다. 둥글둥글하고 낙천적인 성격 덕이었다. 저자는 “나이가 들어서도 투어 공연이라는 명목하에 전 세계를 여행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에서 오히려 비틀스 멤버들 사이에서 가장 성공한 이는 링고 스타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로버트 카파의 진짜 이름은 앙드레 프리드먼이다. 헝가리 출신의 유대계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유명한 미국인 사진가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만든 사진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도 그가 아닌 게르다 타로가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앙드레 프리드먼은 로버트 카파의 이름을 전설로 만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초점은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여부다.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미국 우선주의’를 더 강하게 주장하며 세계 질서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의 개입>은 트럼프와 미국 사회의 실상을 분석하고 트럼프 재집권 시 한국의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기자 출신의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가 썼다. “미국 정치와 세계는 트럼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트럼프는 오늘날 미국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는 여느 정치인과 다른 그의 파격적인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트럼프학’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 주류 언론의 편파적 보도 영향으로 그를 비정상적인 인물로 간주하고 무시하는 여론이 팽배해 있다.책은 우리 사회 안에 굳어져 있는 이런 관념이 잘못됐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트럼프의 언행, 세계관, 성공 비결, 정책 특성을 낱낱이 해부하며 ‘트럼프 깊이 읽기’를 시도한다. 트럼프가 쓴 저작과 발언, 인터뷰 같은 1차 자료에 주목하며 ‘트럼프는 파괴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그의 강점과 약점, 힘의 원천을 파악하도록 이끈다.트럼프와 트럼프주의의 인기를 낳은 미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미국인들이 왜 트럼프에게 환호하는지, 미국 사회의 새로운 현상과 그 원인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고찰한다. 미국 민족주의 부활부터 세계화의 부작용과 백인 노동자들의 불만, 중국의 도전과 불법 이민의 충격 등 달라진 미국의 모습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트럼프 2기에 한국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
소설가 김화진은 무서운 신예다.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이듬해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를 냈고, 이 책으로 2023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한 해 동안 출간된 작가의 ‘첫 단행본’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작품에 주는 상이다. 연작소설집 <공룡의 이동 경로>에 이어 최근 첫 장편소설 <동경>에 이르기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 편집자를 겸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낮에는 편집자, 밤에는 소설가다. ‘마음’은 김화진의 큰 화두다. 그의 작품은 “마음의 세밀화”(편혜영)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혼자 생각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했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혹은 잘 안 맞아도 혼자 자문해요. 왜 그럴까,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다른 가능성은 없었을까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소설로 이어지곤 해요.▷첫 장편소설 <동경>을 냈다. 어떤 소설인가. “아름, 민아, 해든이라는 세 친구의 이야기다. 아름과 해든은 민아가 하는 인형 리페인팅 수업을 들으며 알게 돼 친구로 지내게 됐다. 아름은 민아가 차린 리페인팅 회사에서도 일하게 되는데, 해든의 권유로 사진을 찍게 되면서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점점 회사 일에 불성실하게 되고, 결국 민아의 회사를 떠나 해든과 함께 일하게 된다. 이 세 친구가 서로를 동료이자 친구로 인지하고, 인정
일본은 1890년 국호를 대일본제국(大日本帝國)으로 바꿨다. 일본 제국, 더 줄여 일제라 부르는 그 이름이다. 일제는 전쟁에 몰두한 나라였다. 1894년 청일전쟁부터 러일전쟁, 1차 세계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까지 거의 10년에 한 번꼴로 전쟁을 일으켰다. 민주 국가가 아니었다. 군부 독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계속해서 전쟁을 일으키려면 일반 시민의 지지가 필요했다. <제국 일본의 프로파간다>는 그 이야기를 한다. 책을 쓴 기시 도시히코는 교토대 동남아시아지역연구소 교수다. 그는 판화와 사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일제가 어떻게 자국민에게 전쟁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는지 보여준다. 청일전쟁(1894~1895)이 벌어졌을 때 평범한 일본 사람들은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 관심에 불을 지핀 것이 판화의 일종인 니시키에(다색 목판화)였다. 일본군이 싸우고, 승리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려 인기를 끌었다. 정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상력이 가미됐다. 러일 전쟁(1904~1905) 땐 인쇄술이 눈에 띄게 발달해 사진을 실은 신문이나 다색 석판 인쇄로 찍어낸 삽화와 만화 등이 니시키에를 대체했다. 이런 출판물은 ‘전승(戰勝) 신화’라는 집단적 기억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세기 초 보급되기 시작한 활동사진, 즉 영화는 또 다른 영향력을 발휘했다. 중일전쟁(1937~1945) 시기 일본 국민이 총동원체제, 즉 징병제와 군수 동원을 받아들인 것은 뉴스 영화와 군사 영화의 이미지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만주사변(1931~1932) 무렵부터는 언론마저 정부와 군부의 프로파간다 전략에 적극 가담했다. 신문사들은
미시마 유키오(사진)는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탐미주의 작가다. 1956년 발표한 대표작 <금각사>는 말더듬이에 추남이라는 콤플렉스를 안은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절대적인 미를 상징하는 금각사에 남다른 애정과 일체감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섬세하고 유려한 언어로 그렸다. 미시마는 1960년대 다섯 차례에 걸쳐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그는 1925년 도쿄에서 태어나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미시마는 열여섯 살 때 잡지에 단편소설 ‘꽃이 한창인 숲’을 내며 주목받았다. 잡지 편집위원들은 “천재를 발견했다”고 놀라워했다. 본명이 히라오카 기미타케인 그가 미시마 유키오란 필명을 쓴 것도 이때부터다.관료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도쿄제국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장성(현 재무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1년 만에 사직하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장편 <가면의 고백>으로 일본 주요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1970년 사람들 앞에서 할복해 일본은 물론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며 45세로 생을 마감했다.최근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4부작 장편소설 <풍요의 바다> 두 번째 권 ‘달리는 말’이 국내 초역 출간됐다.임근호 기자
여름은 공포 소설의 계절이다. 여름에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제법 오래된 전통이다. 일본 에도 시대에는 ‘햐쿠모노가타리 카이단카이(百物語怪談会)’라는 모임이 여름마다 열렸다. 참가자들은 100개의 등불을 켠 채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놨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등불이 하나씩 꺼졌고, 방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결국 겁에 질린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모임이 끝나곤 했다. 미국에는 여름 캠핑하며 모닥불을 피워놓고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통이 있다. 민속학자들은 아이들이 밤에 숲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겁을 주려고 한데서 이 전통이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름에 공포물이 인기인 것은 사람이 겁에 질리면 더위가 가신다는 속설 때문이다. 한편 여름은 따뜻함, 밝음, 활발함으로 대표된다. 공포 소설 속의 어두움과 불안, 죽음과 대비된다. 단 음식을 소금에 찍어 먹으면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절이 여름이다. 그런데 공포란 무엇이고, 공포 소설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국어사전은 공포를 ‘두렵고 무서움’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포가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예컨대 현대 공포 문학의 아버지 H.P. 러브크래프트는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고 했다. 사실 공포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삶의 평온함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산산조각날 것이란 두려움이 그것이다. 원인은 죽음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의 출현일 수도 있다. 혹은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임근호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