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소설가 솔 벨로
윌헬름 애들러는 영화배우가 되겠다며 대학을 중퇴하고 할리우드로 갔다. 하지만 배우로 성공하지 못하고 나이를 먹어버렸다. 별거 중인 아내에게 생활비와 양육비 독촉을 받고, 묵고 있는 호텔 방값이 밀린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거리를 헤매던 그는 얼떨결에 장례 행렬에 휩쓸려 장례식장까지 들어가게 되고, 낯선 망자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뜨거운 감정에 휩싸여 울음을 터뜨린다.

1956년 출간된 <오늘을 잡아라>의 내용이다. 요즘 나온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현대인의 삶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책을 쓴 솔 벨로는 지성파 실존주의 문학의 거장이다.

벨로는 1915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미국 일리노이주로 이주했다. 그의 출세작은 1947년 펴낸 장편 <오기 마치의 모험>이다. 속사포 같은 농담, 재치 있는 신조어, 시적 정밀성을 통해 전후 미국 사회의 자신감과 풍요를 그렸다. 1976년 <험볼트의 선물>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같은 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이며 당대 문화를 섬세하게 분석했다”는 평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주로 그린 그는 미국도서상을 세 차례 받은 전무후무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험볼트의 선물>이 최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