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주요 아시아 증시가 3일 일제히 1% 넘게 올랐다. 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덕분이다. 주요 증권사 자산배분 전문가 중 상당수는 “이달 코스피지수가 2200선까지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경기 둔화 영향으로 상반기에 상승 동력이 약해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지수 2200선까지 반등”

이날 코스피지수는 35.07포인트(1.67%) 오른 2131.93, 코스닥지수는 13.70포인트(1.97%) 상승한 709.46으로 마감했다. 지난 10월 말 이후 최고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3250억원, 기관은 13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시사, 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이어 강달러까지 진정되면서 신흥국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정보기술(IT)주와 화학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무역분쟁 우려에 그동안 낙폭이 컸던 업종이다. 삼성전자가 3.35% 올랐고 삼성SDI(7.02%), 롯데케미칼(5.87%), LG화학(5.64%) 등도 상승폭이 컸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뛰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46%, 대만 자취안지수가 2.53% 급등했다. 일본 닛케이255지수도 1.0% 올랐다.

주요 증권사 자산배분 전문가들은 반등이 이어져 이달 코스피지수가 2200선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고 봤다. 조성욱 미래에셋대우 WM센터원 센터장은 “무역분쟁 휴전은 90일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최악은 지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이달 코스피지수가 2200까지 오를 수 있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권문규 한국투자증권 대치프라이빗뱅킹(PB)센터장은 “국민연금 주식 대여 중단으로 인한 공매도 상환 등 수급적으로도 호재가 많다”고 말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자산배분리서치팀장도 “전고점의 50%까지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의 2400~2500선까지는 아니더라도 2200선은 충분히 회복할 것이란 설명이다.
美·中 '통상 休戰' 낭보…코스피, 이달 2200 고지 넘본다
“내년부터 신흥국 비중 늘려야”

“낙폭이 컸던 지수와 종목이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내년 1분기부터 경기 둔화 우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이유에서다.

상장사 실적 둔화와 미국 금리인상도 변수다. 3개월 동안 무역분쟁 실무 협의 과정에서 갈등이 고조되며 다시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경기가 내년 2분기에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며 “1분기 코스피지수는 2200선 위를 뚫고 올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준 KB증권 수석자산배분전략가도 “미국 경기가 올해 4분기를 정점으로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중국 경기 둔화도 무역분쟁 휴전만으로는 막기 어렵다”며 “내년 코스피지수는 상저하고로, 1900~2370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 유망 업종은 연말 반등장에선 화학 등 무역분쟁 우려로 인한 낙폭 과대 업종을 첫손에 꼽았다. 내년에는 제약·바이오와 남북한 경제협력주,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기계, 조선, 중국 소비 관련주 등이 선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 상품 중에는 신흥국 주식과 달러 채권 관련 상품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그동안 강달러와 무역분쟁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사적 저점까지 떨어진 신흥국 증시가 많아 앞으로는 미국 증시보다 투자 매력이 높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국내 투자자에게 인기가 많은 중국과 베트남도 많이 빠졌고, 브라질도 터질 만한 악재가 다 나와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자산배분 관점에서 달러 채권을 계속 가져갈 것을 권했다. 그는 “위험자산과 반대로 움직여 손실 방어에 도움이 되고 기존 달러 상품과 달리 이자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포트폴리오에 10~15% 담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김동현/오형주/나수지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