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이 600억원대 유상증자를 위한 청약을 시작한다. SK그룹에서 분리된 SK증권의 독자 생존 능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독자생존 나선 SK證, 유상증자로 첫 시험대 오른다
SK증권은 65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해 3일부터 4일까지 주주들을 상대로 청약을 진행한다. 지난 10월 말 최대주주인 J&W파트너스를 상대로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시행한 뒤 한 달여 만에 추진하는 증자다. SK증권은 연이은 유상증자를 통해 순자본비율(NCR)을 높이고 차입규모를 줄여 신용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SK증권은 지난 7월 대주주가 SK(주)에서 사모펀드(PEF)인 J&W파트너스로 바뀐 직후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졌다.

655억원의 유상증자는 SK그룹에서 떨어져나온 뒤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동안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주요 사업에서 그룹 의존도가 컸던 만큼 독자적인 생존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를 알아볼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주가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 9월 말까지 1000원대였던 SK증권 주가는 10월 초 유상증자 발표 이후 2개월 동안 34% 하락했다. 이에 목표 조달금액도 당초 계획한 800억원에서 15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SK증권은 지난 3분기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SK증권은 부동산신탁,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저축은행, 캐피털 등 새로운 금융 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말엔 바른자산운용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금융당국에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연말 조직개편에서는 프라이빗에쿼티(PE) 본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모가격(564원)이 현재 가치보다 20% 할인된 수준에서 결정된 것은 증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주가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SK증권 임직원들도 이 같은 점 때문에 일찌감치 공모 참여에 의욕을 드러냈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신주 물량의 150% 이상 청약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