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BF 2018
사진=EBF 2018
“업계는 내년 초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둘 블록체인 ‘킬러앱’이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 관건은 속도다. 킬러앱이 빨리 나와야 정부도 가상화폐 공개(ICO)부터 인력양성 정책까지 체계적 지원에 나설 수 있지 않겠나.”

블록체인 산업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포럼 ‘이데일리 블록체인 포럼(EBF) 2018’에서다.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사진)은 “최근의 몇 가지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협회 창설 △가이드라인 발표 등 업계 자정 노력 △암호화폐 가격 폭락 등을 꼽았다.

석 실장은 “블록체인 업계에 많은 단체가 있지만 스타트업들의 모임이 필요하다고 여겼다”면서 “거래소 공개(IEO) 가이드라인 등 자정 노력까지 펼쳐 눈 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기존 투자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프로젝트들의 옥석을 가려내고 블록체인 생태계 가능성을 검증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투기 우려를 벗고 블록체인 기술의 완성도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는 의미다.

그는 “블록체인에 큰 기회가 있으니 한국의 가능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부작용은 덜어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산업의 업종 코드가 생겼고 정부 지원을 받는 벤처 등록도 가능해졌다”면서 “이젠 킬러앱이 등장해야 한다. 뚜렷한 사업이 나오면 중기벤처부를 포함한 정부 지원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 실장이 언급한 IEO 가이드라인은 이달 초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가 함께 발표한 것이다. IEO를 상장 전 토큰 판매로 규정하고 최소기능제품(MVP)을 선보여야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판매할 수 있게 한 내용을 담았다. IEO 마케팅 비용과 거래소가 가져가는 수익도 제한했다.

이와 관련해 신근영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은 강연자로 나서 “올 초 바이낸스가 암호화폐 상장에 1000만달러(약 112억원)를 요구한 사례를 들었다. 왜곡된 시장 자정을 위해 업계가 스스로 IEO 가이드라인을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빗썸은 이날 행사에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할 암호화폐를 직접 선택하는 ‘픽썸’ 제도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성현 픽썸 총괄 매니저는 “기존에도 상장 투표 제도는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상장 후보 암호화폐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인기투표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었다. 2017~2018년 등장한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80%가 사기란 평가도 나오는 만큼 이같은 방식은 위험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는 “픽썸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논의 및 평가한 뒤 상장 투표를 하는 커뮤니티”라고 소개했다. 투자자는 암호화폐 검증 등의 활동으로 받은 포인트를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받는다. 등급에 따라 ‘보팅 파워’를 얻어 상장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암호화폐는 빗썸에 상장되며 1위에 투표한 투자자는 에어드롭(토큰 무상분배)을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조업 조선업 석유화학 등 한국의 전통적 성장동력들이 힘을 잃기 시작했다. 다양한 산업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블록체인이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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