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부진에 새 먹거리
IB 출신 CEO 잇따라 발탁

KB증권·하나금투·신한금투 등 내년 3월까지 CEO 임기 만료
연임 혹은 교체 여부에 업계 촉각
올 연말 증권가 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투자은행(IB) 인력의 전진 배치’다. 주요 증권사들이 앞다퉈 IB 출신 임원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하고 있다. IB가 증권사를 먹여 살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다음달 KB증권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하나금융투자, 신한(4,945 0.00%)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2,050 0.00%) 등 증권사 CEO 임기가 만료돼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연말 증권가 인사 키워드 'IB 전진배치'

증권가에 부는 IB CEO 바람

지난 23일 한국투자증권은 새 대표이사 사장에 정일문 부사장을 내정했다. 1998년 입사해 2016년 자산관리(WM) 부문을 맡기 전까지 27년간 IB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IB통’이다. 1990년대 대우증권과 대신증권(12,650 -0.39%)이 양분하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뛰어들어 한국투자증권을 IPO 명가(名家)로 키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2004년 국내 최초로 LG(69,600 -0.71%)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14,500 -0.34%))를 뉴욕증권거래소와 한국거래소에 동시 상장시킨 데 이어 2010년에는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 삼성생명(71,800 +1.70%) 상장(공모 규모 4조8881억원)을 대표 주관했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12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었던 유상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CEO직을 놓고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IB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업계 현실을 대변하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6일 인사를 단행한 미래에셋대우(7,240 +0.84%)도 IB 부문 임원을 대거 승진시켜 전면에 내세웠다. IB와 법인영업에서 경력을 쌓은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IB1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김상태 미래에셋대우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3월 NH투자증권(12,450 +1.63%) IB부문 대표였던 정영채 부사장이 사장에 취임한 것을 비롯해 증권가에 IB 출신 CEO가 연이어 등장하는 건 IB의 실적 기여도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IB부문 영업수익(매출)은 2014년 663억원에서 지난해 3008억원으로 5배 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익 기여도다. 지난해 미래에셋 IB 영업수익은 전체의 3%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은 1861억원으로 전체의 30%에 달했다. 2014년 10%에서 3배 규모로 불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IB 영업이익 비중이 36%로 2014년 22%에서 급성장하는 추세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IB 수익 의존도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 수익원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가 증시 부진 탓에 내년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기 만료되는 증권사 CEO들

대형 증권사 CEO들이 줄줄이 임기 만료를 맞으면서 증권가는 향후 나올 증권사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달 31일 임기가 끝나는 윤경은·전병조 KB증권 사장의 거취가 관심이다. 윤 사장과 전 사장은 각각 옛 현대증권과 옛 KB투자증권 대표를 맡아오다 지난해 1월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각자대표가 됐고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다. 모회사인 KB금융(44,100 +2.20%)지주는 두 사장의 연임 여부를 이사회 산하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위원회는 지난 6월 후보자군 선정을 위해 1차 회의를 열었다. 이르면 이달 또는 늦어도 다음달 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대표이사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올해 실적이 좋아 연임 가능성이 있지만 KB증권과 현대증권의 통합이 마무리된 만큼 새 인물로 전격 교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말 증권가 인사 키워드 'IB 전진배치'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도 내년 3월31일 임기가 만료된다.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대신해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재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4,690 +0.11%) 부회장도 별 문제없이 연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IB를 육성해 자기자본 5000억원대 중소형 증권사이던 메리츠를 3조원대 대형사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취임한 이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도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근호/김익환/김대훈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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