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내 은행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의 기업·개인에 대한 2차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이날 KB금융은 2850원(5.52%) 하락한 4만8750원에 마감했다. 하나금융지주(-4.81%), 신한지주(-4.40%), 우리은행(-4.35%), 기업은행(-3.36%)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2017년 4월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이날 증권가에선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 이전 미 정부가 한국 국적의 은행 한 곳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지정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어느 은행이 제재 대상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며, 외국인이 연일 은행주를 순매도하는 이유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국내 은행에 대한 대북 제재 리스크는 지난 12일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국내 7개 은행에 대북 제재 준수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처음 불거졌다. 산업, 기업 등 2개 국책은행과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이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재무부가 국내 은행 자금세탁방지 담당 임원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대북 제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알리고 은행의 향후 계획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날 증권가에 돈 소문과 관련해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이 낮다면 은행주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신한지주 등은 올해 연간 순이익이 3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