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일명 ‘해외주식 직구족’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앞다퉈 거래수수료를 대폭 낮추는가 하면, 해외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쪼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화·키움證 수수료 0.1%대로 인하

해외주식 수수료 뚝…0.1% 전쟁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거래에 매기는 온라인 매매수수료율을 기존 0.25%에서 0.1%로 낮추고 미국 주식은 최소수수료(7달러)도 면제해주는 할인 이벤트를 오는 12월31일까지 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의 이번 행보로 해외주식 거래수수료 인하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외주식 수수료 경쟁에 처음 불을 지핀 건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거래에 부과하는 최소수수료(매매수수료가 수수료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내는 돈)를 평균 40%가량 인하했다.

올해 한화투자증권은 한술 더 떴다. 한화증권은 지난 8월13일부터 신규·기존 고객을 막론하고 미국 주식에 한해 연말까지 온라인거래 매매수수료를 0.1%로 낮추고, 최소수수료(5달러)도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해외주식 거래수수료율 인하에 나선 것은 국내 주식시장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침체를 겪는 와중에도 해외주식 거래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263억2588만달러로 지난해 실적(227억1400만달러)을 넘어섰다.

급증한 해외주식 거래는 증권사 실적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해외주식 잔액 5조70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상반기 리테일부문 위탁매매 수익(2838억원)이 전년 대비 50% 넘게 늘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해외주식 관련 수수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주식 유치 경쟁 ‘점입가경’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등 37개 미국 주식 종목을 대상으로 해외주식 소수점 구매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아마존, 애플 등 고가의 해외주식을 0.1주나 0.01주 단위로 살 수 있다. 해외주식 고객군을 지갑이 얇은 청년층 등으로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달부터 미국·중국·홍콩·일본 주식 거래에 부과하는 최소수수료를 일괄 폐지했다. 대신증권은 온라인거래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주식 매매수수료를 1년간 면제해주고 있다. 일부 대형사는 통합증거금 제도를 도입해 해외주식 투자자의 환전 편의를 돕고 있다. 통합증거금은 국내외 주식을 매매할 때 증거금을 통합 관리해 거래통화 외 예수금이나 주문 가능금액을 사용해 주식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해외주식을 사고팔 때 해당 국가 통화로 환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평균 3일)을 크게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이 도입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가 증권사의 ‘평생 무료’ 이벤트 남발 경쟁으로 사실상 폐지된 점을 고려하면 이대로 가다간 해외주식 역시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형주/최만수/강영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