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주가 31일 일제히 급등했다. 최대 악재로 꼽히던 ‘회계 감리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대내외 불안 요인에 마땅한 투자 종목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바이오주로 몰리면서 ‘2차 바이오주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회계 감리 이슈로 낙폭이 컸거나 탄탄한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株 '2차 랠리' 펼쳐질까
◆악재 해소에 바이오주 급등

이날 코스피지수는 15.53포인트(0.67%) 오른 2322.88에, 코스닥지수는 12.50포인트(1.55%) 오른 816.97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주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일본 중국 대만 호주 등 주요 아시아 증시가 하락 마감한 것과 대비된다.

이날 한국 증시의 상승을 이끈 것은 제약·바이오주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선 녹십자(5.09%) 유한양행(4.37%) 동성제약(4.35%) 삼성바이오로직스(3.70%)가, 코스닥시장에선 신라젠(11.53%) 바이오톡스텍(11.06%) 메지온(10.38%) 오스코텍(10.13%) 메디포스트(9.74%) 코오롱티슈진(7.68%) 엔지켐생명과학(7.59%) 등이 급등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74억원, 104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처리 관행을 국내 업계에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제약·바이오주의 발목을 잡던 회계 감리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김형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과 회계법인의 의견을 반영해 유연한 회계처리 기준을 제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9~10월 바이오산업 특성을 반영한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하면서,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제약·바이오 테마 감리 결과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징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마 감리 대상 업체로 꼽혔던 오스코텍,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4.34%), CMG제약(3.86%), 이수앱지스(3.46%), 바이오니아(1.65%), 인트론바이오(3.90%)는 이날 일제히 상승했다.

◆임상 시험 순조로운 업체 주목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대표 제약·바이오주를 한데 모은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해 58% 올랐다.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 능력이 부각되며 나타난 ‘1차 바이오주 랠리’였다. 하지만 올 들어 이 지수의 상승률은 7%에 그친다. 올 1월 고점 대비론 16%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무형자산으로 계상하는 업계 관행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서고,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가 한국 바이오 업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한 탓이다.

이번에 바이오주를 둘러싼 우려가 해소되면서 2차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회계 불확실성 해소와 다시 늘어나는 신약 기술 수출 소식에 제약·바이오주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며 “9월부터 임상 중간결과 발표와 신약 시판허가 등 중요한 이벤트가 줄줄이 있어 내년까지 기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메디포스트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문제로 연중 고점 대비 각각 37.9%, 20.7% 하락했지만 경쟁력이 높은 기업인 만큼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진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분식회계 의혹은 새로운 결정적 증거가 없어 상장폐지될 일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돼 기술 수출 가능성이 높은 코오롱티슈진, 한올바이오파마, 제넥신 등도 주목할 종목으로 꼽힌다. 종근당과 유한양행은 안정적인 실적에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연구개발비를 들이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