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의료기기株 '심장이 뛴다'
정부가 의료기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신기술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는 기간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기기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정부가 대표적인 규제철폐 대상으로 삼은 체외진단기기 관련주를 비롯해 로봇수술, 3차원(3D) 프린팅 의료영상 등 첨단기기 관련 종목들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들뜬 의료기기株 '심장이 뛴다'
◆“아이센스, 연속혈당측정기 주목”

20일 코스닥시장에서 혈당 측정기 제조업체인 아이센스는 350원(1.55%) 오른 2만295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4.88포인트(-0.61%) 하락했지만 인피니트헬스케어(19.34%) 팜스웰바이오(12.37%) 인바디(0.76%) 등 의료기기 관련주는 상승했다. 전날 정부가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료기기주에 관심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기에 대해 사전규제에서 ‘사전허용-사후규제’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업종은 체외진단기기 관련주다. 진단기기는 다른 의료기기에 비해 비교적 위험성이 낮아 시장 진입에 걸리는 기간이 최장 390일에서 80일까지 줄어든다. 아이센스는 당뇨 환자가 스스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생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경기 성남의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의료기기 규제 개선을 발표하며 만났던 환자도 소아당뇨를 앓고 있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이센스가 24시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S) 기술을 개발 중인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의약품 원료 제조업체인 팜스웰바이오는 자회사 ‘큐브바이오’가 지난해 소변을 이용한 암 체외진단키트를 개발해 수출 품목허가까지 받았다. 코넥스 상장사인 지노믹트리는 분자진단 기술을 통해 연내 대장암 조기진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들뜬 의료기기株 '심장이 뛴다'
인공지능(AI), 3D프린팅, 로봇 등을 활용한 첨단 의료기기도 이번 조치에 따라 시장 진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첨단 의료기기의 경우 개발 중에 허가를 함께 받을 수 있는 ‘신속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무릎관절을 정교하게 깎아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로봇을 개발한 큐렉소, 의료 영상정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인피니트헬스케어 등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주 투자 대안 가능성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6조1978억원으로, 사상 처음 6조원을 넘어섰다. 기존에 주로 생산되던 치과용 의료기기를 넘어 레이저 치료, 진단키트, 초음파 기기 등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는 제약·바이오주와 달리 꾸준한 실적을 내는 종목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진단기기 종목인 아이센스와 씨젠은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각각 작년에 비해 17.5% 8.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임상 결과까지 거의 매출이 나지 않는 바이오 종목과 달리 의료기기는 수출 등을 통해 안정적 실적을 낸다”며 “시가총액이 바이오주보다 작아 완전한 대체는 어렵지만 투자 대안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산업은 국민의 건강이 달린 문제인 만큼, 규제 혁신 속도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정부가 이번에 실질적인 규제 완화 대상으로 발표한 품목은 체외진단, 의료생산성 증진 기기였다”며 “이들은 안전성 우려가 비교적 적은 분야로, 의료기기산업 전반에 규제 완화가 될 것이란 기대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와대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는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기에 한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노유정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