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일 남북한 정상회담 효과에 힘입어 22.98포인트(0.92%) 오른 2515.38로 마감했다. 2500선 회복은 지난 2월2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액면분할을 앞두고 이날부터 거래가 정지된 삼성전자는 오는 4일 거래가 재개된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코스피지수가 30일 남북한 정상회담 효과에 힘입어 22.98포인트(0.92%) 오른 2515.38로 마감했다. 2500선 회복은 지난 2월2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액면분할을 앞두고 이날부터 거래가 정지된 삼성전자는 오는 4일 거래가 재개된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코스피지수가 3개월 만에 2500선을 회복했다. 남북한 정상회담 후 ‘코리아 디스카운트(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D램 가격 담합 소송으로 정보기술(IT) 종목은 하락했지만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 전망에 철도와 건설주는 줄줄이 상한가를 쳤다.

◆외국인, IT株 편식에서 벗어나

코스피지수는 30일 22.98포인트(0.92%) 오른 2515.38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5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월2일(2525.39) 후 처음이다.

힘 실린 남북경협株, 코스피 2500 견인
이날 2500선 돌파를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2430억원)의 순매수였다. ‘팔자’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지난 26일부터 3거래일 동안 575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돌아온 외국인의 ‘쇼핑 목록’은 지난해와 달라졌다. IT주를 편식하던 데서 건설, 철강 등으로 이동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GS건설(8.22%), 대림산업(3.86%), 대우건설(6.72%), 두산건설(10.69%) 등 건설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건설업종지수도 10.19% 올랐다. 포스코도 6.13% 상승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위를 회복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상무는 “남북 경협주 중에서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은 건설·철강업종이 당분간 주도주로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 기대에 이날 현대로템(29.93%) 대호에이엘(29.85%) 등 철도주와 현대엘리베이터(10.76%) 현대건설(26.19%) 등 현대그룹주도 급등했다. LG생활건강(5.63%)과 아모레퍼시픽(4.33%)을 비롯한 중국 관련 내수주도 상승 마감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중국과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면 SK하이닉스(-2.99%)와 반도체 장비주인 솔브레인(-3.91%), 테스(-3.99%) 등을 비롯해 IT주는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허재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에서 D램 가격 담합 관련 소송으로 IT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8원60전(0.80%) 떨어진 달러당 1068원에 마감한 것도 수출 비중이 높은 IT주엔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커지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당분간 남북 경협주 중심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허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때까지는 남북 경협주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코스피지수는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건설주, 비료주 등과 함께 지뢰 제거 전문방산업체 퍼스텍, 웰크론 등을 추천했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판문점 선언’은 한국 국가신용도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아직은 불확실성이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이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달보다 1.8%포인트 하락한 70.3%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69.9% 이후 9년 만의 최저다. 박석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초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경기 둔화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영연/오형주/노유정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