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글로벌 강세장을 이끌어온 팡(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신제품 부진, 정부 규제 등 잇따른 악재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빠르게 성장하는 ‘윈스(WNSSS: 웨이보·엔비디아·서비스나우·스퀘어·쇼피파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윈스에 대한 직접 투자뿐 아니라 비슷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흔들리는 'FAANG'… '윈스' 시대가 온다
◆팡 이기는 윈스

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페이스북은 1.01달러(0.65%) 내린 155.1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이후 13.0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알파벳(-7.14%), 아마존(-6.74%) 등도 하락했다. 반면 서비스나우(2.29%), 쇼피파이(3.52%) 등은 상승했다. 마켓워치는 “윈스는 팡의 10년 전과 닮았다”며 “팡보다 빨리 성장하고 더 유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웨이보는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소셜미디어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웨이보 사용자는 3억7600만 명. 전년보다 33% 늘었다. 올해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은 2.80달러로 지난해보다 55% 늘어날 것으로 마켓워치는 전망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한 엔비디아는 가상화폐 채굴,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AI) 분야가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나우는 클라우드 솔루션, 스퀘어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쇼피파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대행 업체다.

국내 투자자들은 그동안 팡에 주목해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16일까지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미국 주식 상위 10개 종목 중 4개가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넷플릭스였다. 윈스 기업 중 10위에 든 것은 엔비디아(3위)가 유일했다.

상대적으로 낯선 기업이지만 성장성과 주가 수익률이 높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비스나우는 올해 2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것이다. 스퀘어와 쇼피파이 매출도 각각 54%, 48% 증가할 것으로 마켓워치는 내다봤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투자하기 늦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윈스 시가총액은 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고, 팡을 대체하기엔 작은 종목들”이라고 평가했다.

◆카페24 등 한국판 윈스로 꼽혀

한국 시장에서도 윈스를 참고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팡이 4차 산업혁명이란 큰 흐름 속에 부각된 종목이라면 윈스는 그 안에서 세분화된 소산업을 선도하는 종목”이라며 “팡이 미국에서 뜬 뒤 중국과 한국에서 관련 기업 주가가 오른 것처럼 윈스도 비슷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서 윈스 기업과 가장 비슷한 종목은 카페24다. 카페24는 ‘스타일난다’ 등 국내 150만 개 쇼핑몰이 쓰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지난 1월 상장할 때부터 ‘한국의 쇼피파이’라고 불렸다. 상장 후 110% 이상 주가가 올랐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페24는 현재 주가매출액비율(PSR: 시가총액/매출) 7.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쇼피파이가 PSR 15.9배에서 거래되는 것을 보면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나우와 비슷한 종목으론 삼성SDS가 거론된다. 오 센터장은 “엔비디아와 딱 들어맞는 한국 기업은 없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로 넓혀 생각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들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에 네모난 단말기를 달아 카드 결제를 가능하게 한 스퀘어도 국내에 완벽히 들어맞는 종목은 없지만 NHN엔터테인먼트 삼성전자 카카오 등 모바일 결제와 관련한 종목이 꼽힌다.

강영연/임근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