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하이 대표 "환자도 모르던 병증, 디지털 데이터로 찾아내 치료하죠"
“설문만으론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워요.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건강 문제까지 알아낼 수 있죠.”

김진우 하이 대표(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발전하면 의료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정보기술(IT)로 획득한 환자의 행동·생리 데이터다. 특정 단백질이나 DNA를 바이오마커로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것처럼 디지털 데이터를 질병 진단과 치료에 쓸 수 있다.

하이는 HCI(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 분야를 30년간 연구해온 김 대표가 세운 디지털 치료제 스타트업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인 김 대표는 2016년 우연히 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도인지장애와 우울증 등을 연구한 것을 계기로 하이를 창업했다. 범불안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 정신건강 앱 마음정원, 경도인지장애 치료제 알츠가드 등이 대표 제품이다.

최근 김 대표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건강검진자를 대상으로 수집한 14만652건의 마음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상반기 마음건강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했다. 건강검진 대상자가 설문지를 작성하는 동안 스마트폰 카메라로 눈 주위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을 적용했다. 11분간의 심박변이도(HRV)를 분석해 스트레스와 우울·불안 점수를 측정했다. 한국인의 전반적인 스트레스 점수가 높고 2030세대 여성들의 스트레스와 불안 정도가 심각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김 대표는 “체크리스트 방식의 설문으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잡아내기 힘들다”며 “HRV 데이터를 분석하면 환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더 정확한 환자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는 최근 한 텔레마케팅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음검진을 진행했다. 설문을 통해 도출된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양호했지만, HRV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나왔다. 김 대표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특정 질환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기술이 하이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미래 의료 현장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병원에 예약하고 가서 검사받고 기다렸다가 결과를 받은 후 또 병원에서 추가 검사하는 식이었다면 앞으론 병원에서 예약코드를 주면서 방문 전 비대면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통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해 이 결과를 들고 병원에 가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방 역시 디지털 치료제가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T 강국인 한국에서 디지털 치료 분야의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임상시험과 진단을 진행하고 치료제를 만드는 디지털 헬스계의 화이자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